올 들어 키움증권 '영풍제지' 주문 폭등
7~8월에 집중…70% 순매수 물량 쏠려
8월엔 포스코·에코프로 제치고 순매수 1위도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영풍제지 사태의 주가조작 일당이 키움증권을 거래 창구로 악용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올 하반기 들어 키움증권에서 넣은 영풍제지 순매수 주문만 33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증권사들이 석연치 않은 주가 흐름을 보인 영풍제지의 미수거래를 막자 증거금률이 낮은 키움증권으로 주가 조작세력들이 몰려간 결과다. 심지어 올 8월 영풍제지는 포스코, 에코프로 등을 제치고 키움증권 순매수 주문 1위를 기록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이에 키움증권의 리스크 관리 시스템에 허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5일 헤럴드경제가 코스콤체크를 통해 영풍제지의 주문 현황을 살펴본 결과, 올 하반기 들어(7월 1일부터 10월 18일까지) 키움증권에서 발생한 순매수 규모는 3380억4565만원으로 집계됐다. 연초 이후 키움증권은 총 3963억원어치 순매수 주문을 넣었는데 이 중 70%가 7~8월에 발생한 물량으로 파악됐다.
앞서 한국거래소는 소수 계좌가 과도하게 매매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7월 26일과 8월 3일 각각 영풍제지를 투자주의,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한 바가 있다. 키움증권의 매수 주문이 폭증한 시기와도 겹치는 대목이다. 거래소가 경고한 당시, 상당한 물량이 키움증권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주가조작 일당들은 낮은 증거금률을 유지한 키움증권을 ‘창구’로 활용했다. 앞서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지난 7월까지 영풍제지 증거금률을 100%로 상향하는 등 사실상 미수거래를 막았다. 하지만 키움증권은 증거금률 40%를 유지하면서 주가 조작 세력의 타깃이 됐다.
연초 이후 영풍제지 순매수 주문 현황을 살펴보면, 키움증권(순매수 3963억원)과 외국계 증권사를 제외한 주요 증권사들은 모두 ‘팔자’ 주문이 많았다. 미래에셋증권(-736억원), 한국투자증권(-553억원), 교보증권(-319억원), 삼성증권(-318억원) 등이다.
허술한 내부 모니터링도 도마 위에 올랐다. 올 상반기 키움증권에서 발생한 순매수 물량은 400억원을 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8월 돌연 1809억원까지 치솟았다가 올 9월에도 1000억원에 달하는 규모의 순매수 주문이 들어오는 이례적인 패턴을 보였다.
심지어 올 8월 키움증권에서 영풍제지는 올 국내 증시를 주도한 포스코그룹주와 에코프로그룹주를 제치고 순매수 종목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영풍제지는 올 들어 특별한 호재성 공시 없이 주가가 7배 이상 뛰었다가 지난 19일 돌연 하한가를 기록, 이튿날부터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한 금융투자업계 임원은 “키움증권 브로커리지(위탁매매) 1위인 데다 개인투자자들의 이용률이 굉장히 높은 곳인데 어떻게 영풍제지가 포스코, 에코프로 등보다 매수 주문이 많은 걸 살펴보지 않고 방치한 게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미수거래 수수료가 그렇게 많이 (이익이) 남는 것도 아닐텐데 키움증권이 왜 그대로 운영했는지도 의아하다”고 했다.
한편, 금융 당국은 지난 8월부터 영풍제지 주가에 이상한 흐름이 있다는 것을 감지하고, 이 사건에 대해 조사를 벌여 왔다. 최근 금융 당국은 대양홀딩스컴퍼니(대양금속 최대 주주)의 지분 96%를 갖고 있는 이옥순씨의 아들 공모씨와 A 투자조합의 실질 운영자인 이모씨가 주가조작을 공모한 혐의를 조사해 최근 검찰로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대양금속이 영풍제지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자금이 모자르자 시세조종을 공모했다는 것이다. 영풍제지 주가 조작 일당은 주로 키움증권에 등록한 계좌 120여 개를 통해 영풍제지 주식을 꾸준히 사들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