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생산 쌀 재고 부족·재배면적 감소 등으로 쌀값 상승
자영업자“원재료·인건비 등 올라”
소비자 “공깃밥 2000원은 부담”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수년 간 한 공기에 ‘1000원’이 기본이던 공깃밥이 ‘2000원’으로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맥주, 우유 등 잇단 물가 인상 속에 공깃밥 가격까지 한번에 2배로 뛰어, 소비자의 부담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원재료·인건비 등 부담에 공깃밥 인상”…9월 외식 물가 상승률 4.9%
17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시내 식당 곳곳에서는 공깃밥 가격을 20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자영업자는 원재료, 인건비, 전기세 등 부담이 커지면서 불가피하게 공깃밥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는 입장이다. 서울 마포구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이모(45) 씨는 “임대료에 인건비·전기료·가스비까지 안 오른 게 없다. 이미 메인 메뉴는 작년 말에 한번 가격을 올렸다”며 “올해는 사이드 메뉴인 공깃밥을 1000원 올리는 방향으로 결정하게 됐다”고 했다.
서울 중구에서 역시 한식집을 운영하는 김모(44) 씨도 “그동안 물가가 많이 올랐지만 공깃밥은 계속 1000원을 유지해왔다”며 “코로나 이후 매장보다 배달 매출이 더 많아졌는데, 수수료를 빼면 마진 남기기도 어려워 부득이하게 배달용 공깃밥은 2000원으로 올렸다”고 했다.
외식 물가는 전반적으로 오름세에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 중 먹거리 지표인 외식 부문의 물가 상승률은 4.9%다. 전체 평균보다 1.2%포인트 높은 수치다.
쌀 소비 감소하는데 가격은 올라…“산지 재고 줄고 원료곡 가격 상승”
쌀 소비는 매년 줄어들고 있지만 올해 쌀 가격은 작년과 비교해 다소 올랐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1인당 쌀소비량은 ▷2018년 61㎏ ▷2019년 59.2㎏ ▷2020년 57.7㎏ ▷2021년 56.9㎏ ▷2022년 56.7㎏으로 감소세다.
반면 줄어든 쌀 소비와는 대조적으로 가격은 오르고 있다. 산지 재고가 줄어들면서 원료곡 가격이 상승하고 있어서다. 1차적인 원인은 연초부터 지난해(10~12월 수확) 나온 쌀을 저가로 대량 방출하면서 재고를 많이 줄인 것에 영향을 받았다. 저가로 쌀을 방출한 이유는 지난해 생산단수가 증가해 ‘2021년산 쌀 폭락 사태’에 대한 학습효과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 관계자는 “2022년 1월부터 쌀값이 한번도 오르지 않고 계속 떨어지면서 산지유통업체들이 역대급으로 큰 손해를 봤다”며 “올해도 작년처럼 값이 폭락할까 봐 연초부터 2022년산 쌀을 저가로 과도하게 풀다 보니 재고가 많이 부족해져 쌀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줄어든 벼 재배 면적으로 인해 감소한 쌀 생산량도 영향을 미쳤다. 쌀의 경우 급격한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정부가 시장격리를 통해 공급량을 조절하고 있다. 올해는 정부가 쌀값 안정을 위해 선제적으로 재배 면적을 감축하는 등 사전조치를 취했다.
농경연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올해 벼 재배 면적은 전년 대비 2.6% 감소한 708000㏊, 쌀 생산량은 1.6% 감소한 370만t 내외로 전망되고 있다. 금년 벼 생육 상황은 기상 호조로 인해 전년 대비 양호한 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5월 이후 쌀 가격은 상승세에 있다.
최근 쌀값도 평년과 비교해 오른 상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16일 쌀 20㎏ 중품 평균 도매 가격은 5만3100원으로, 전년(4만1207원) 대비 28.9% 올랐다. 작년 쌀 가격이 폭락했다는 것을 감안해도 평년(4만6279원) 대비 14.7% 상승한 값이다.
소비자 “공깃밥 2000원 부담스러워…물가 오른 것 체감”
하지만 몇 년 간 공깃밥 가격이 1000원에 머물러있던 만큼 소비자 저항은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번에 1000원에서 2000원으로 오를 경우 가격 상승폭은 100%에 달하게 된다.
실제 소비자들은 공깃밥 가격 인상에 고물가를 체감한다고 입을 모았다. 직장인 여모(24) 씨는 “공깃밥에 2000원은 심한 것 같다. 차라리 햇반을 시켜 먹는 게 나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대학생 권모(20) 씨도 “물가가 너무 많이 오른 게 체감된다. 요즘 공기밥도 2000원이나 하던데, 밥을 더 먹고 싶어도 못 먹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