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세상은 서서히 발효의 시대로 옮겨가고 있다.”
2016년 타계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그의 저서 ‘부의 미래’에서 언급한 이야기다. 토플러는 “발효의 맛이 소금·양념맛에 이어 전 세계를 사로잡을 제3의 맛”이라고 평가했다.
그의 말대로 발효식품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글로벌 트렌드로 부상했다. 이에 따라 발효식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애플사이다 비니거(apple cider vinegar·사과식초)’에 이어 최근에는 ‘발사믹 식초’가 압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다만 발효식초의 효능은 재료뿐 아니라 ‘어떻게 발효하느냐’도 중요하게 고려할 사항이다.
“자연발효로 천천히”…천연 발효식초, 주정식초보다 영양 높아
식초는 제조법에 따라 크게 ‘주정식초’와 ‘천연 발효식초’로 나뉜다. 주정식초는 에틸알코올(주정)에 초산균을 넣고 2~3일 만에 빠르게 발효시켜 만든다. 사과식초, 현미식초 등 시중에서 판매하는 대부분의 제품이 해당된다.
반면 ‘천연 발효식초’는 이름 그대로 천연발효를 통해 과일과 곡물을 천천히 숙성시킨다. 즉 미생물이 자연의 시간으로 천천히 빚어낸 식초다. 이 과정에서 유기산이 다량 만들어지며, 비타민, 미네랄 등의 영양소도 주정식초보다 월등히 많아진다. 전통 방식으로 만드는 천연 발효식초는 주정식초보다 가격이 높을 수 밖에 없지만 영양소는 물론 풍미와 맛도 다르다.
1953년 영국의 한스 크레브스 박사는 ‘천연 발효식초를 마시면 2시간 내에 피로가 줄어들며, 매일 1000㎎을 섭취할 경우 남성은 10년, 여성은 12년 더 장수할 수 있다’는 연구를 발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외에도 발효식초의 건강 효능은 다양하게 보고돼있다.
신지원 강동경희대병원 영양사는 “식초의 유기산은 피로물질인 젖산이 효과적으로 분해되도록 촉진한다. 당을 에너지로 발생시키는 과정을 돕고,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혈당 관리 효능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020년 영국 당뇨병협회(BDA)는 사과 식초의 섭취가 공복 혈당 조절에 도움을 준다고 밝혔다.
“공복에 단일 섭취 주의”…소금·설탕 줄이고 사용
다양한 효능의 발효식초일지라도 무분별한 섭취는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식초는 기본적으로 산도가 강하기 때문에 ‘공복’ 상태에서 ‘식초만’ 마신다면 위나 식도를 자극할 수 있다. 특히 역류성식도염이 있다면 증상이 악화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신지원 영양사는 “식초를 다량 또는 지속적으로 음용할 경우 식초의 강한 산 성분이 치아의 에나멜층을 부식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섭취 후 입안을 헹구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시중에 파는 식초 음료 구입 시에는 당류 함량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맛을 위해 첨가된 당분이 많다면 건강 음료보다 ‘단 음료’를 마시는 셈이다.
발효식초를 음용할 때에는 원액을 물, 우유 등과 혼합해 마시거나, 발사믹식초 등을 샐러드에 활용하는 것이 좋다. 요리 시에는 설탕과 소금의 양을 줄이는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 식초의 새콤한 맛은 식재료가 가진 맛을 살려주기 때문에 설탕·소금을 덜 넣어도 풍미를 올려준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1년 ‘신중년 맞춤형 식사관리안내서’에서 건강식 실천방법 중 하나로 소금·장류를 줄이는 대신 식초 사용을 추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