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단원서 공단파출소 권혁광 경사
18대 들이받은 도주범 쫓아 발포까지
범행차량 타이어 4개 모두 펑크내서 잡아
편집자주 “한국에서는…도망쳤다고 추적하기를 중단합니까?” 범죄부터 체포까지, 대한민국 경찰들의 끝나지 않는 ‘붙잡을 결심’을 소개합니다.
[헤럴드경제=사건팀 박지영·박지영 기자] “제압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면 주저하지 않아도 됩니다.”
경기 안산단원경찰서 공단파출소 권혁광(38) 경사는 지난 19일 밤을 생생히 기억했다. 권 경사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차를 삼단봉으로 깨면서 범인을 검거하려고 하는데, 그 사이 일반인 두 명이 와 있었다”면서 “검거가 늦어지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 실탄을 쏘게 됐다. 범인을 제압해야 된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2010년 입직해 경찰생활을 한지 13년 차인 권 경사는 범인을 제압하기 위해 입직 이후 처음으로 현장에서 실탄을 사용했다.
권 경사는 지난 19일 오후 11시 넘어 경기도 안산에서 음주운전을 하던 A(28)씨를 붙잡았다.
권 경사는 동료와 함께 “음주운전이 의심된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권 경사가 탄 순찰차는 A씨의 차량을 따라 붙었다. ‘차를 세우라’는 경고에도 멈추지 않는 A씨의 차량. A씨는 14㎞ 가량을 운전해 안산시의 한 오피스텔 주차장으로 진입했다.
순찰차는 주차장 입구를 막아서고, A씨에게 내릴 것을 재차 요구했다. A씨는 차량을 앞 뒤로 움직이며 계속 도주를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주민 차량 16대와 순찰차 2대를 들이박았다. 권 경사는 처음에는 범인을 제지하기 위해 삼단봉으로 차 창문을 두드렸다고 한다. 창문이 잘 깨지지 않았고 오히려 삼단봉이 부러졌다.
일반인들이 하나 둘씩 모여드는 위험한 상황. 자칫하면 인명피해가 날 수 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결국 권 경사는 실탄이 장전된 권총을 꺼내 들었다. 3차례에 걸친 경고, 그리고 공포탄 2발을 발사했다. 범인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액셀을 밟으며 도주를 시도했다.
권 경사는 타이어를 겨냥해 실탄을 발사했다. 그리고 다른 타이어에도 총을 쐈다. 발사된 실탄은 총 6발. 경찰관이 소지한 권총 1정에는 공포탄 1발과 실탄 3발이 장전 되는데, 2명의 경찰관이 각각 권총을 사용해 공포탄과 실탄 모두을 썼다.
결국 모든 타이어에 펑크가 나자 10분 뒤에 차는 멈춰셨다. 이후 권 경사는 운전석 쪽 유리를 깨고 테이저건 1발을 쏴 A씨를 제압했다. 가지고 있는 모든 무기를 사용한 순간이다. 안산단원경찰서 8대, 시흥경찰서 2대 등 총 10대의 순찰차가 동원된 위험한 상황은 이렇게 종결됐다.
권 경사는 “(실탄을 쏘고 나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인명피해가 없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었다”며 “실탄을 사용해 제압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면 주저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마지막으로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