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과 처음 맡아 잔혹한 사건들 접해”

“폭행 범죄는 피해자 생계까지 위협…안타까운 마음에 구조금 신청”

“앞으로도 적극 이용할 것”

“피해자 생계까지 위협하는 폭행…경찰이 약자 돌봐야죠” 박찬엽 혜화경찰서 형사과장 [붙잡을 결심]
박찬엽 서울 혜화경찰서 형사과장(경정).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형사과에 오니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현장 폐쇄회로(CC)TV 화면도 훨씬 잔혹하고요.”

18일 서울 혜화경찰서 박찬엽 과장(51)은 헤럴드경제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경제 사범, 화이트 칼라 범죄 등을 주로 다루는 수사과에서 경찰 인생 대부분을 보낸 박 과장은 올해 처음으로 형사과 발령을 받았다. 박 과장은 “요즘의 경제 범죄는 대면해서 이뤄지는 경우가 드물다 보니 형사과에 와서 사건 관련 CCTV를 부쩍 많이 열어보면서, 잔혹한 현장들을 더욱 직접적으로 들여다보게 됐다”고 말했다.

박 과장이 최근 폭행 사건 피해자인 50대 여성 A씨를 위해 ‘범죄피해자 구조금’을 신청한 것도 이 때문이다. “노래방 요금이 비싸다”며 노래방 직원들과 언쟁을 벌인 남성이 길거리로 나와 시민들까지 폭행한 사건이다.

이 남성은 노래방 건물 앞 포장마차에서 손님을 향해 접이식 테이블을 던지더니, 급기야 인근 건물로 이동해 계단에 있던 A씨를 밀쳤다. 계단에서 굴러떨어진 A씨는 뇌출혈로 6주 상해 진단을 받았다.

박찬엽 혜화경찰서 형사과장이 서울 종로구 혜화경찰서에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혜화경찰서 제공]

그야말로 ‘묻지마 폭행’을 당한 피해 여성에게 박 과장은 유독 마음이 쓰였다. 문득 박 과장의 뇌리에 과거에 얼핏 들었던 이야기가 스쳤다. 검찰청에서 운영하는 범죄피해자 구조금 제도다. 강력범죄로 인해 장애나 중상해를 입은 사람에게 지급하는 구조금이다. 원래는 피해자가 직접 신청해야 하지만 이번엔 피해자 동의를 받아 박 과장이 신청했다.

박 과장이 직원을 통해 피해 여성에게 ‘구조금 제도 신청을 하려고 한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지만 처음엔 ‘괜찮다’는 거절의 답변이 돌아왔다. 이에 재차 피해 여성에게 전화를 걸어 취지를 설명하자, 이내 진단서를 첨부한 문자가 왔다. 이 여성에게 구조금이 지원될지 여부는 범죄피해구조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될 예정이다.

박 과장은 2020년 디지털성범죄 ‘N번방’ 사건 당시 전국 경찰서에 꾸려졌던 특별수사단에서도 일선서 과장으로 피해자 보호 및 지원을 총괄하는 회의를 주관하기도 했다. 박 과장은 “대부분 여건이 좋지 않은 학생 등 여성 피해자가 많아 안타까웠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박 과장은 앞으로도 구조금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생각이다. 그는 “폭행 범죄는 단순히 피해자의 신체를 다치게 하는 것을 넘어 생계까지 위협할 수 있어 더욱 엄중하게 다뤄야 한다”며 “억울하게 피해를 입는 사회적 약자는 경찰에서 더욱 집중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