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기준 신용거래대주 잔고 223억원
전년동기대비 43% 상승, 2년 전 비해서는 105% 급등
포스코·에코프로 등 2차전지 관련주 집중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특정 섹터와 ‘테마주’를 중심으로 ‘쏠림 현상’이 발생했던 코스닥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공매도 규모가 연간 기준 역대 최대 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 시장에 대한 공매도 역시 역대 두 번째 수준이었다.
개인 공매도 폭격은 개미(소액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붐 속에 주가가 급등한 ‘포스코 그룹주’, ‘에코프로 그룹주’ 등 ‘2차전지’ 관련주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 거래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외국인·기관 투자자처럼 개인 공매도 역시 2차전지 관련주가 본격적으로 ‘조정 장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데 베팅한 셈이다.
11일 코스콤 체크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코스닥 시장에 대한 신용거래대주 잔고액은 224억원으로 매년 같은 기간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1년 전 같은 시기 기록했던 157억원과 비교했을 때 42.7% 늘었고, 2년 전(109억원)과 비교하면 105.5% 증가한 수치다.
코스닥 시장에 코스피 시장까지 더한 전체 신용거래대주 잔고액 기준으로는 751억원(코스피 527억원·코스닥 224억원)을 기록, 작년 774억원(코스피 617억원·코스닥 157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액수였다.
신용거래대주는 일정 증거금을 담보로 주식을 대여해 주는 신용 서비스로, 개인이 공매도를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단계다. 하락이 예상되면 빌린 주식을 먼저 매도하고, 실제 주가가 하락하면 매수해 갚아 수익을 내는 구조라는 점에서 ‘공매도’와 개념이 같다.
주목할 사항은 코스피·코스닥 시장 내 신용거래대주 잔고액이 집중된 종목이 모두 2차전지 관련 대표주로 꼽히는 종목들이란 점이다.
코스피 시장에서 개인 공매도의 주요 표적은 포스코 그룹주였다. 코스피 전체 신용거래대주 잔고액 중 종목별 1위 포스코홀딩스(119억원)가 차지하는 비율은 22.6%로 4분의 1 수준에 달했다. 여기에 포스코퓨처엠(3위·49억원), 포스코인터내셔널(30위·3억원) 등을 더할 경우 전체 신용거래대주 잔고액 대비 포스코 그룹주의 비율은 32.46%로 3분의 1 수준까지 올라갔다.
포스코홀딩스의 신용거래대주 잔고액은 전년말 대비 90.3%나 증가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사실상 대부분의 신용거래대주 잔고액이 주가가 급등한 올해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 들어 지난 8일 종가까지 포스코홀딩스 주가는 110.85% 상승했다.
코스피와 마찬가지로 코스닥에서도 2차전지 소재주에 대한 신용거래대주 잔고액이 총 126억원으로 전체의 절반이 훨씬 넘는 56.19%를 차지했다.
특히, 에코프로 그룹 3개 상장주(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 에코프로에이치엔)에 대한 신용거래대주 잔고액은 83억원에 이르며 코스닥 전체의 37.15%를 차지하는 수준이었다. 에코프로비엠(40억4800만원), 에코프로(40억400만원)가 나란히 코스닥 종목별 신용거래대주 잔고액 1,2위를 차지했고, 에코프로에이치엔(2억5700만원)도 22위에 이름을 올렸다.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 신용거래대주 잔고액은 전년말 대비 각각 86.3%, 78.8% 증가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공매도는 하락장에 베팅하는 것”이라며 “2차전지 투자붐을 주도했던 개인 투자자들 중에도 급등장 후 찾아올 ‘조정장세’에 대비하려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실제로 지난 8월 한 달간 2차전지 주요 종목의 주가는 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코스피에서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퓨처엠 주가는 지난 한 달에만 각각 9.81%, 12.10% 하락했고, 코스닥에선 에코프로비엠 주가가 22.55%나 떨어졌다. 에코프로의 경우 8월엔 4.14% 주가가 올랐지만, 9월 들어서만 18.77% 떨어지며 ‘황제주(주당 100만원 이상 주식)’ 자리를 위협받는 상황에 놓였다.
이런 상황에 2차전지 종목 주가 하락을 예측한 금융상품까지 줄줄이 등장하며 2차전지 ‘고점론’에 불을 지피는 분위기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17일 주식워런트증권(ELW) 365 종목을 신규 상장하면서 종목형 ELW에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퓨처엠, 엘앤에프 등 2차전지 종목을 상당수 포함했다. ELW는 개별 종목이나 주가지수를 만기일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매수(콜)하거나 매도(풋)할 수 있는 권리를 거래하는 상품이다. 특히, 풋옵션 ELW는 만기 전까지 해당 주가가 행사 가격 밑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투자자가 손실을 본다는 점에서 주가 하락을 내다보고 투자하는 상품이다.
여기에 KB자산운용은 오는 12일 2차전지 종목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KBSTAR 2차전지TOP10 인버스 iSelect’ 상장지수펀드(ETF)를 상장할 예정이다. 국내에서 시장 대표 지수가 아닌 개별 업종을 추종하는 인버스 ETF가 등장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2차전지 관련주 하락에 투자하려는 투자자는 이들의 비중이 높은 코스닥150지수 인버스 ETF에만 투자할 수 있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상품이 개발됐다는 점은 그만큼 시장에 일정 규모 이상의 수요가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면서 “이젠 위험 회피 수단이 필요한 시점도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