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상승세 이어지자 눈높이 높이는 집주인

시세보다 1억 높게 내놔…전세 매물은 감소세

집주인 성화에 열번 넘게 집보여줬는데 모두 퇴짜…이젠 비싼 전세만 받겠대요 [부동산360]
지난달 31일 서울 마포구의 한 중개업소에 붙은 아파트 매매·전세 가격 안내문. [연합]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에 전세로 거주하고 있는 세입자 A씨는 계약 만기가 다가와 두 달째 집을 보여주고 있지만 신규 세입자가 구해지지 않고 있다. 집주인이 전셋값을 시세보다 1억 이상 높여 매물을 내놓은 탓이다. 중개업소의 전셋집 방문만 20번가량 되지만 비싼 가격에 들어오려는 수요자는 나타나지 않는 모양새다. A씨는 “계약이 만기되면 신축 아파트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새로운 세입자가 나타나지 않아 걱정된다”며 “집주인이 이제 막 입주하기 시작한 신축아파트 래미안원베일리 비슷한 면적 시세보다도 1억원 높게 전세를 내놨다. 가격을 조금만 낮춰도 금방 세입자를 찾을 수 있을텐데 집주인이 생각하는 가격 기준이 확고하다”고 토로했다.

#. 서울 강남구 개포동 아파트에 거주 중인 세입자 B씨 또한 현재 살고있는 전셋집을 수십번 보여줬지만 계약하겠다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B씨가 살고 있는 집의 소유주도 전세 호가를 시세보다 1억 높게 불렀기 때문이다. B씨는 “집주인이 워낙 전세를 고액으로 내놔 집이 나갈 기미가 안 보인다”며 “전세금을 얼른 돌려받아야 다음에 들어갈 집 관련 대출 문제가 해결되는데 집에 부적이라도 붙여놔야되나싶다”고 말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보이던 아파트 전셋값 상승세가 전국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역전세 등으로 세입자가 집주인보다 우위에 있던 전세시장 분위기도 다시 반전되는 모습이다.

지난해 금리인상의 영향으로 전셋값 하락세가 가속화되고 전세사기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임차시장의 갑을관계가 뒤바뀐 모습이었다. 세입자가 집주인 면접을 보고,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매달 전세자금대출 이자를 지급하는 역월세 현상이 나타난 게 대표적이다. 그러나 최근 두세 달 새 전셋값이 지속적으로 오르자 전세 매물을 내놓는 집주인들의 눈높이도 높아지는 양상이다. 집주인들의 가격 마지노선이 높아져 A·B씨처럼 기존 세입자가 발을 동동 구르는 경우도 종종 목격된다.

실제로 수도권 지역의 전셋값 상승세는 몇 달째 지속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서울 전셋값은 지난 5월 넷째 주부터 16주 연속, 수도권 전셋값은 지난 6월 넷째 주부터 11주 연속 올랐다. 약 1년 4개월간 하락세를 면치 못하던 지방 전셋값마저 이번주 상승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전셋값에 영향을 미치는 매물량 또한 감소 추세를 보이며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3만1443개인데 올해 1월 약 5만5000개였던 것과 비교하면 2만개 이상 줄었다.

이런 상황에 서울 곳곳에선 전세 최고가 거래들도 체결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종로구 홍파동 경희궁자이2단지 전용 116㎡는 지난달 18일 전세금 16억원에 신규계약이 체결됐는데 부동산 호황기이던 2021년 1월 기록한 최고가와 같은 가격에 팔렸다. 마포구 용강동 래미안 전용 131㎡의 경우 지난 7월 24일 전세금 11억5000만원 신고가에 거래돼 처음으로 10억선을 넘었다. 2021년 9월 같은 면적의 전세금은 9억3000만원이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보통 시장이 움직일 때는 전세가 매매보다 먼저 움직이지만 이번에는 집값이 먼저 오르고 전셋값이 따라 오르는 양상”이라며 “전셋값 상승에는 매물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 자료에 의하면 내년에 공급되는 서울 아파트는 2만8000여 가구이지만 적정 공급량은 4만5000가구”라며 “공급이 부족해 전셋값 상승세는 한동안 이어질 수밖에 없고,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결과적으로 아파트값 또한 상승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측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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