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한전 흑자전환·반도체 업황 반등
영업이익 1위 현대차…2위 삼성전자 탈환
하반기 실적 회복세 ‘상저하고’ 못 미쳐
中 경기 둔화·원윳값 급등 무역수지 회복 ‘찬물’
[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코스피 상장사 3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30% 이상 증가하면서 ‘상저하고(상반기 불황·하반기 호황)’ 경기 전망이 현실화되는게 아니냐는 기대가 나온다. 하지만 작년 3분기와 비교하면 소폭 오른 수준이라 계절 요인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또 연간으로는 작년보다 이익 규모가 10% 이상 감소할 것으로 보이면서 하반기 경기 반등폭이 예상 수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반도체 턴어라운드 기대…3분기도 ‘이익의 제왕’은 현대차= 8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이 실적 추정치를 제공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125곳의 합산 3분기 예상 매출액은 직전 분기 대비 3.4% 늘어난 495조175억원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 추정치는 37.0% 증가한 28조6098억원이다.
반도체 업황이 2분기를 저점으로 반등하고 한국전력이 흑자전환함에 따라 영업이익은 크게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은 6685억원에 그쳤지만, 3분기에는 네 배 넘게 상승해 3조14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 분기 2조8821억원 적자를 기록했으나 3분기에는 1조7507억원 적자를 기록해 적자 폭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전력은 전력 판매가 크게 늘어나면서 지난 분기 2조2724억원 적자에서 1조5922억원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월 월평균 최대전력은 1993년 이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2분기 영업이익 저점을 찍은 후 3분기 크게 반등해 코스피 상장사 중 영업이익 2위를 탈환할 것으로 보인다. 위민복 대신증권 연구원 “전통적 성수기 시작인 7, 8월 출하가 저조했던 현상은 판매 가격 상승을 위한 공급업체 의지가 반영됐던 것”이라며 “9월은 시장 내 디램(DRAM) 현물가와 고정가 반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3분기 영업이익 1위는 이번에도 현대차가 차지할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차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1% 늘어난 39조6154억원, 영업이익은 122.2% 증가한 3조4477억원으로 예상된다. 기아 역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7.8% 오른 24조9581억원, 262.3% 오늘 2조7831익원으로 예측된다.
▶‘반등탄력 부족’ 韓 경기…中리스크·원윳값 상승 우려=3분기 실적 반등에도 연간 실적은 지난해 대비 하락할 것으로 조사됐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증권사 3곳 이상에서 추정치를 제시한 코스피 상장사 173개의 총합 매출액은 2411조3991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30%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41조9669억원으로 14.30% 감소했다.
연간 영업이익이 가장 많이 줄어든 기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올해 영업이익이 8조5829억원으로 추정돼 전년 동기 대비 80.2% 내렸다. SK하이닉스는 6조8094억원 흑자에서 8조7212억원으로 적자 전환이 우려된다.
하반기 회복세가 기대에 못 미치면서 연초 ‘상저하고’를 기대했던 증권사들의 눈높이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6개월 전 추정치 대비 코스피 상장사 매출 추정치는 1.09% 내렸고, 영업이익 전망치도 6.25% 감소했다. 3개월 전 추정치와 비교해도 영업이익은 1.65% 감소했다.
중국 경기 둔화 우려가 계속되는 데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내 경제 회복 흐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국내 무역수지는 3개월 연속 흑자를 보이며 개선세를 보이기 시작했지만, 대중국 수출은 8월에도 19% 하락해 큰 폭의 감소세를 유지하고 있다.
수입의존도가 높은 원윳값 급등도 무역수지를 끌어내릴 수 있는 요소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물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 6일(현지시간) 주요 산유국인 러시아와 사우디의 감산 연장 결정으로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달러화 강세와 유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며 한국처럼 원자재를 수입하는 제조업 국가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이는 수입 물가 지수를 상승시켜 실적 측면에서 이익률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WTI 상승과 달러화 강세가 장기화할 경우 기업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수출 개선이 지연되는 가운데 수입 물가까지 상승하면 시장에서 기대하는 내년 실적 개선이 지연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