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중국 지방정부들이 올해 상반기 자금 조달과 인프라 건설 투자, 부채 상환 등을 위해 발행한 채권이 770조원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난타났다.
31일 중국 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지방정부들은 모두 4344억위안(약 78조9000억원)가량의 일반 채권을 신규 발행했다. 이는 중앙정부가 설정한 일반 채권 발행금액 연간 한도 7200억위안(약 131조원)의 60.3%에 해당한다.
프로젝트 건설에 쓰이는 지방정부 특별 채권은 상반기에 2조1721억위안(약 395조원)어치가 발행돼 연간 한도(3조8000억위안)의 57.2%에 달했고, 같은 기간 지방정부의 리파이낸싱(신규 대출로 기존 대출을 갚는 차환)용 채권은 1조6328억위안(약 297조원)어치가 새로 나왔다.
일각에선 가뜩이나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을 거치며 방역 비용으로 부채가 불어난 중국 각지의 지방정부들이 무리하게 빚을 지면서까지 인프라 등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중국 지방정부가 자체 자산을 담보로 투자금을 조달하는 특수법인(LGFV)을 통해 채권을 발행할 경우, 이 채권은 중앙정부의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아 실제 지방정부들의 ‘빚’은 이보다 더 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중국 지방정부들의 채권 발행 속도는 하반기 들어 더욱 빨라지고 있다.
중국 경제데이터 분석업체 윈드에 따르면 8월 한 달 동안 발행된 지방정부 특별채권은 모두 4767억3800만위안(약 86조4000억원)어치로 7월(1962억9000만위안)에 비해 143% 급증했다. 1∼8월 발행 특별 채권을 합치면 연간 한도의 74.8%에 이른다.
중국 당국은 지방정부의 자체적인 관리 책임을 강조했다. 중국 재정부는 전날 발표한 ‘2023년 상반기 중국 재정정책 집행상황 보고’에서 “지방과 각 부문의 책임을 더 분명히 해 ‘성(省)이 총 책임을 지고, 지방 각급 공산당 위원회와 지방정부가 각자의 책임을 진다’는 점을 엄격히 이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정부는 “지방이 각종 자금과 자산, 자원, 지원성 정책 조치를 총괄하도록 (중앙이) 감독하고, 숨은 채무를 적절히 해결해 점차 부채 리스크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부문을 넘어선 연합 감독·관리로 긴장감 있는 태세를 유지하고, 정기적인 감독·평가로 숨은 채무를 새로 만드는 행위를 적발해 끝까지 문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지 경제매체 제일재경은 “중앙이 지방 부채 해결을 지원하면 일부 지방은 결국 중앙정부가 계산해준다는 환상을 갖게 된다”며 “하지만 실제로 최근 몇 년 동안 재정부는 지방의 부채를 구제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반복해 강조하면서 도덕적 해이를 막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