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매 분기 시장조사기관에서 TV 시장 점유율 분석 자료를 내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기싸움이 뜨겁다. 삼성전자는 전체 TV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며, LG전자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시장에서 1위를 기록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이러는 사이 중국 TV 업체들의 맹추격이 거세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점유율을 조금씩 잃을 때, 중국 업체들은 매년 점유율을 소폭 늘리며 격차를 줄이고 있다. 삼성·LG의 전유물이던 대형·프리미엄 TV까지 넘보고 있다.
최근 시장조사기관 옴디아가 분석한 글로벌 TV 시장 실적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금액 기준 삼성전자는 31.2%의 점유율을, LG전자는 16.2%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0.3%포인트, 1.2%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 업체들은 소폭이지만 점유율을 늘렸다.
3위를 차지한 중국 브랜드 TCL은 10.2%, 4위 하이센스는 9.5%를 차지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포인트, 1.3%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중국 업체들은 그간 저가 TV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물량 공세를 해왔다. 실제로 TCL와 하이센스는 이미 출하량으로는 LG전자를 넘어섰다. 올 상반기에 전체 TV 시장에서 출하량 기준 점유율은 TCL 12.4%, 하이센스 11.7%로 LG전자(11.3%) 보다 앞섰다.
그러나 최근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핵심 시장인 프리미엄·초대형 TV 시장으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출하량 기준으로 보면 중국 업체들의 성장세는 무섭다.
올 상반기 80형 이상 TV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은 ▷TCL 15.9% ▷하이센스 11.8% ▷샤오미 10.8% ▷스카이워스 5.8%로 모두 합치면 무려 45%에 달한다. 모든 업체가 지난해보다 점유율을 늘렸다.
반면, 80형 TV 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던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크게 줄어들었다. 삼성전자의 80형 이상 TV 시장 출하량 기준 점유율은 29.3%로, 지난해 48.6%에 비하면 무려 20%포인트 가까이 감소했다. LG전자도 같은 기간 17.3%에서 12.1%로 줄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잃은 점유율 만큼 중국 업체들이 야금야금 늘리고 있는 셈이다.
다만, 수익성 측면에서 아직 중국 업체들은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따라잡기는 역부족이다.
올 상반기 금액 기준 80형 이상 TV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41.6%, LG전자는 14.1%를 기록했다. 반면, TCL은 10.7%, 하이센스는 9.6%, 샤오미는 5%, 스카이워스는 3.8%를 차지했다.
하지만 금액 기준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점유율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포인드, 1.3%포인트 줄어들 때, 중국 업체들은 점유율을 소폭 늘렸다는 점은 긴장할만 하다.
중국 TV 업체들은 9월 1일 개막하는 독일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3’에서도 대형·프리미엄 제품을 대거 전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IFA 참가 신청 기업 수는 2100여개로,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해 중국 가전 업체들이 참가하지 않았다가, 올해 대거 복귀한다. 약 2년만의 전시인 만큼,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한 다양한 차세대 제품을 공개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