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식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1대 4팀 경위 인터뷰
고양이 캐릭터 NFT 투자사기로 2억 가로챈 러그풀 사기 최초 검거
편집자주 “한국에서는…도망쳤다고 추적하기를 중단합니까?” 범죄부터 체포까지, 대한민국 경찰들의 끝나지 않는 ‘붙잡을 결심’을 소개합니다.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신기술이 나오면 신종 사이버범죄도 늘 뒤따른다. 그럴 때마다 새로운 기술이 어떻게 범죄로 악용되는지 직접 공부하면서 수사를 진행한다.”
23일 김영식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 사이버범죄수사1대 4팀 경위는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신종 사이버범죄에 대해 “늘 새롭다”고 말했다. 매번 새로운 기술이 출현하는 만큼, 이를 악용한 범죄가 발생해서다. 신종 범죄가 나타나면 어떠한 방법으로 범죄가 발생하는지를 분석하고 혐의점을 찾아 수사하는 것이 사이버수사팀의 업무라고 했다.
정보보안·백신업체 IT전문가 출신 포진…“매일이 배움의 일상”
김 경위가 사이버수사팀에서 함께 일하는 팀원들 대다수는 과거 IT업계에 몸 담았던 전문가들이다. IT 경력이 없는 팀원들의 경우 신종 사이버범죄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서 직접 해당 기술을 탐구하는 등 매일이 ‘배움’의 일상이라고 했다.
김 경위는 “팀원들 가운데 정보보안 전문 업체 SK인포섹에서 근무했던 이들부터 백신회사에서 악성 코드를 분석한 경력자도 있다”며 “비전공자인 팀원도 새로운 IT 기술에 대해 직접 탐구하면서 역량을 쌓는다. 가령 비트코인이 뭔지 알기 위해 소액의 사비를 들여 구매도 하고 메타마스크 스왑도 직접 시도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노고 끝에 지난해 4월 김 경위가 소속된 사이버범죄수사1대 4팀은 ‘러그풀’ 범죄를 국내 최초로 검거했다. 러그풀이란 양탄자를 잡아당겨 사람들을 넘어트린다는 뜻으로, 가상자산 시장에서 개발자가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투자금을 가로채는 사기 수법이다. 해당 NFT 사기를 저지른 A(26) 씨는 지난 2021년 11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고양이 캐릭터 NFT 1만개를 유명 NFT 거래소에 등록한 후 이를 구입하면 가상자산을 매일 지급하겠다고 속여 피해자 9명으로부터 2억1000만원 상당을 받아 가로챘다.
해당 사건에 대해 김 경위는 “해당 사건이 터진 당시에는 유사 사건이 흔하지 않았다. 당연히 NFT투사사기 사건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공부해야만 했다”며 “사건을 종결한 이후 국내에서 러그풀 사기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식도 이전보다 많이 생겼다고 한다. ‘최초 사례’를 우리가 일망타진했다는 사실에서 감회가 남다르고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가상화폐 투자 시 SNS글 맹신은 금물…개발자 실명·이력 등 수시로 확인해야”
김 경위는 신종 사이버 범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선 SNS에서 인기 인플루언서를 앞세워 토큰을 할인판매 하는 내용의 홍보 글을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인기 인플루언서의 SNS 계정과 유사하게 만든 계정으로 가상화폐 홍보를 하면 그것을 본 피해자들이 사이트에 지갑을 연결하고 신청하도록 만들어서 지갑에 보관된 가상자산을 탈취해가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토큰을 무료로 준다고 홍보하거나 허위 사이트에 프리세일 토큰 수량이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처럼 표시하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자세히 보지 않고 신청하게 된다”며 “이럴 경우 (피해자들은) 지갑에 있던 가상자산이 없어지고 나서야 ‘귀신에 홀린 듯 당했다’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온라인상에서 활개 치는 악성 댓글(악플)에 대한 경각심도 좀더 필요하다고 했다. 악플로 인한 고소가 빗발치고 있음에도, 여전히 타인을 모욕하는 내용의 댓글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다는 게 김 경위의 입장이다.
김 경위는 “체감상 악플로 접수되는 사건이 많아지는 추세인 것 같다”며 “표현의 자유도 존중해야하지만 악의적으로 다른 사람을 모욕하는 내용의 댓글은 존중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 악플 작성자를 검거해보면 고소인에게 용서를 구하고 반성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면서도 “사람들이 자신의 댓글로 타인이 상처받을 수 있다는 경각심을 늘 가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