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강남 ‘핫플레이스’

일부 팝업, 브랜드 매장 빼곤 한산

고임대료, 대체 상권 등장에 공실률 높아

[르포] 콧대높던 가로수길의 추락…텅텅빈 가게에 ‘깔세’까지 나왔다 [부동산360]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등장한 ‘깔세’.[사진=박자연 기자]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서울을 중심으로 주택 시장이 소폭 반등에 들어갔지만 상가 시장은 유명 상권도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과거 ‘패션 성지’로 불리며 발 디딜 틈 없었던 가로수길은 높은 임대료와 대체 상권의 등장으로, 단기 임차인 ‘깔세’까지 등장한 상황이다.

[르포] 콧대높던 가로수길의 추락…텅텅빈 가게에 ‘깔세’까지 나왔다 [부동산360]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한 건물 주인이 임차인을 구하고 있다.[사진=박자연 기자]

지난 10일 방문한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중심 거리는 과거 북적거리던 모습과는 달리 한산한 풍경이었다. 일부 팝업 스토어나 유명 브랜드 매장에만 손님이 있을 뿐, 대형 상가에도 구경하는 사람이 드물었다.

가로수길은 한때 국내외 유명 패션 브랜드들이 줄지어 가게를 내며 강남 주요 상권 중 하나로 꼽혔다. 애플은 2018년 국내 첫 애플스토어를 가로수길에 선보였고 딥디크·메종키츠네·아르켓 플래그십 스토어 등도 가로수길 상점가를 채웠다. 이에 서울시가 실시한 ‘2022년 상가임대차 실태조사’에서 가로수길 매출액은 1m²당 61만6000원으로 조사 대상 가운데 가장 많았다.

[르포] 콧대높던 가로수길의 추락…텅텅빈 가게에 ‘깔세’까지 나왔다 [부동산360]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빈 건물들이 임차인을 구하고 있다.[사진=박자연 기자]

그러나 치솟은 임대료에 가게들은 하나 둘 가로수길을 떠났다. 국내 1호 커피스미스도 문을 닫았고, 패션 브랜드 자라(ZARA)도 폐업을 선언했다. 서울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A씨는 “가로수길은 임대인들이 좀처럼 임대료를 내리지 않는 곳 중 하나”라면서 “지금 같은 고금리 시대에 누가 그 많은 이자 비용을 부담하고 들어가겠나”라고 말했다.

가로수길 거리를 걷다 보면 한 가게 건너 한 가게가 영업을 하고 있지 않았다. 신사역과 멀리 떨어져있을수록, 빈 가게는 급격하게 늘어났다. 폐점은 아니지만 문을 닫아둔 가게도 종종 관찰됐다. 아예 임차인을 기다리는 '빈 상가'도 즐비했다. 통으로 비워둔 건물도 있었다. 이들 건물에는 '불법 광고문 부착 금지'와 '임대 안내문'만 붙어있었다.

부동산 컨설팅사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가로수길 공실률은 36.5%로 나타났다. 전분기 대비 1.5%포인트 줄었으나 다른 주요 상권(명동, 이태원, 홍대, 청담)이 10%대 공실률을 유지한 것을 보면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다. 가로수길은 지난 4분기(31.5%) 공실률이 30%를 넘어선 이후 줄곧 30%대 공실률을 유지하고 있다.

이날 가로수길을 찾은 시민 김모(30)씨는 “태풍이 온다고 해서 문을 닫은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아예 매장이 비어있더라”면서 “원래 활발했던 상권이 이렇게 텅텅 빈 걸 보니까 기분이 묘하다”고 말했다.

임차인을 구하는 건물만 늘자, 권리금이 없는 일명 '깔세'도 등장했다. '깔세'는 보증금이나 권리금 없이 시세보다 높은 월세 한 두 달치를 미리 내고 상가를 임차하는 방식이다. 장기 임대가 어려우니 단기로 임차하되 미리 월세를 지불하는 식으로 '팝업 스토어' 등 수요를 잡으려는 심산으로 풀이된다.

상권 분석 업계 관계자는 "가로수길의 경우 기본적으로 임대료가 비싼 게 크고, 넓게 보면 성수 작게 보면 세로수길·뒤로수길 등 대체제가 있다"며 "특히 내국인들은 임대료가 더 저렴한 세로수길에 입점하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도 나타나 가로수길 임대 수요가 낮은 상황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