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최대 하락한 금값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올해 내내 상승한 금값이 급락세로 돌아섰다.
영국 파이낸셜임스(FT) 등에 따르면 지난 한주 국제 금값은 4.6% 떨어졌다. 3년 만에 가장 큰 주간 하락 폭에 해당한다.
작년 말 온스 당 2071달러선이던 금값은 올해 들어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지난달 30일 2800선까지 올랐다. 연초 대비 35% 급등한 것이다.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 지난 15일 2561달러까지 내려왔다. 미국 대선 다음날 3.1%나 폭락한 것을 포함해 이달 들어 7% 되밀린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와 대규모 감세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다시 촉발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속도가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에 미국 국채 금리와 달러화 가치가 급등하는 ‘트럼프 트레이드’가 위력을 발휘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비수익 자산인 금은 금리 하락기에 선호가 강해지며 달러화 가치와도 연결돼 있다.
세계금위원회(WGC) 자료에 따르면 지난 2~8일 금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올해 5월 이후 최대 규모인 6억달러(약 8400억원) 순유출이 일어났다.
시장 일각에선 금값 반락이 그간의 랠리에 뛰어든 투기성 자금이 이탈한 데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금 정체업체 MKS 팸프의 리서치 책임자 니키 쉴스는 “비트코인, 테슬라, ‘트럼프 트레이드’등에 자금이 유입됐고, 이는 금과 같은 전통적 안전자산에서 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다”며 “금값 강세 추세가 반전된 것은 아니며 금값이 너무 빨리 올랐을 뿐이고, 지금은 덜 강한 추세로 돌아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금값 강세가 추세적으로 꺾인 것이 아니라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으로 조정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 대선과 의회 선거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사라지면서 자금시장에서 불확실성 요인이 제거돼 금값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도 있다.
달러화 급등이 금값 랠리를 뒷받침해온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 수요를 약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존재하나.
세계금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중앙은행은 금 694t을 샀다. 보유 자산군에서 달러화 자산을 다각화한 셈이다.
도이체방크 외환 리서치 책임자 조지 사라벨로스는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이 중국 위안화 등 신흥국 통화를 약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제 많은 중앙은행이 자본 유출 방어와 자국 통화의 지나친 약세를 막기 위해 달러 보유액을 써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이달 들어 나타난 매도세에도 불구하고 금값 랠리가 재개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투자은행 팬무어 리베룸의 애널리스트 톰 프라이스는 금값 상승이 중동과 우크라이나 전쟁, 추가 금리인하 기대감 등에서 동력을 얻었다면서 “트럼프가 당선된 이후에도 이 모든 것은 변하지 않았다”고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