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품이냐, 아니냐’ 두고 30년 넘게 논란…화백 유족, 국가 상대로 손해배상소송

수사기관·법원에선 이미 “진품이다” 결론 내렸지만…유족 “검찰 불법수사했다”

법원 “불법수사 없었다” 결론…유족 측 청구 기각

최승자와 미인도 [헤럴드경제DB]
최승자와 미인도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진품이냐, 위작이냐’를 두고 30년 넘게 논란이 되고있는 사건이 있다. 한국의 프리다 칼로라고 불리는 고(故)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위작 사건이다. 해당 작품을 진품이라고 본 검찰 결론에 대해 “불법수사가 없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14단독 최형준 부장판사는 21일 오전 천 화백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유족 측 패소로 판결했다. 유족 측은 “검찰이 불법적인 수사를 통해 미인도가 진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사건의 시작은 천 화백 생전인 1991년으로 3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천 화백은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 중인 미인도가 위작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국립현대미술관은 감정을 통해 진품이라고 판단했다. 미인도는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이 소장하고 있었는데, 10·26 사태 이후 재산이 국가에 몰수되면서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유하고 있었다.

위작 논란에 대해선 이미 ‘진품’이라는 수사기관과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유족 측은 사비를 들여 프랑스 뤼미에르 광학연구소에 감정을 맡긴 결과 진품일 확률이 ‘0.0002%’라는 회신을 받았다. 하지만 검찰은 이를 믿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뤼미에르 팀의 계산방식을 천 화백의 다른 진품 작품에 사용했더니 진품일 확률이 4.01% 수준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검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을 통해 감정한 결과 진품이 맞다고 결론 내렸다. 2016년, 천 화백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은 현대미술관 측 인사들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 유족은 검찰 결론에 불복해 항고했지만 기각됐고, ‘검찰 처분이 정당한지 가려달라’며 대법원에 재정 신청을 냈지만 역시 기각됐다. 진품이라는 검찰 수사 결과가 적법하다고 법원도 본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수사기관과 법원 판단에도 불구하고 위작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2016년엔 위조 화가 권춘식씨가 미인도를 “자신이 위작했다”고 주장했다가 “내가 그릴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고 말을 바꿨다. 지난해 7월엔 천 화백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 측은 “검찰이 불법적인 수사를 통해 미인도가 진품이라는 결론을 내려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재판 과정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최광진 미술평론가는 “(감정 당시) 담당 검사가 전화를 걸어 ‘이거 그냥 진품이라고 보면 어때요’라고 말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하지만 법원은 유족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가 측 배상책임이 없다고 보고, 유족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번 사건에서 유족 측을 대리한 이호영 변호사(지음법률사무소)는 “검찰의 불법행위를 입증할 증거 확보의 어려움 때문에 쉽지 않은 소송이었다”며 “어떤 점의 입증이 부족했는지 판결문을 송달받는 대로 면밀히 검토해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선고 결과에 대해 유족 측은 “재판부가 저의 고발을 외면했다고 해서 진실이 덮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notstr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