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윤호 기자] 올 상반기 토픽스 기준 33개 전 업종이 상승하는 등 33년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일본 증시가 하반기에도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일본 증시에 대한 높은 관심의 중심에는 엔저현상이 자리잡고 있다. 투자자들은 원화 대비 엔화 가치가 2015년 6월 이후 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만큼, 향후 엔화 절상시 나타날 환차익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엔저현상이 얼마나 유지될지, 현재 엔저가 일본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인지 각각의 분석에 따라, 하반기 일본증시가 상승세를 지속할 수 있을지 의견이 갈리고 있다.
일단 현재 증시에 기름을 붓고 있는 일본중앙은행의 기조에 대해, 장기간 유지한 낮은 금리와 완화 기조로 인한 부작용을 감안하면 변경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자국 통화 약세는 수입물가 상승으로 일본 경제의 구조적 문제인 물가하락(디플레이션)을 개선시켜줄 수 있으나, 경제주체들의 구매력을 떨어뜨려 소비와 투자를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블룸버그에 따르면 월가 경제 전문가의 절반 이상은 일본이 연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일본 경기 반등을 지원했던 일본중앙은행이 수출 제조업으로부터 시작된 온기가 내수로 확산되기 이전에 섣불리 판을 흔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이 디플레이션으로 30년을 고생했던 점을 감안하면,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공고해지기 전에 통화긴축으로 급선회하면서 판을 깨지 않을거란 계산은 무리가 없어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일본 주식시장 상승이 단순히 엔저와 재평가 매력에 기인하지 않는다는 분석은 하반기에도 추세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엔저 환경을 잘 활용할 수 있는지 ▷글로벌 주도주 트렌드에 부합하는지 ▷미중 갈등 구도에서 일본이 가진 전략적 가치를 배가시킬 수 있는지 세가지 측면에서 보면 반도체, 자동차, IT 하드웨어, 자본재, 내구소비재 등에서 추가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와 내년 국내총생산(GDP)성장률 전망치(블룸버그GDP 성장률 서베이 기준)를 보면 일본 GDP성장률이 선진 8개국(G8) 평균 성장률 전망치를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GDP 성장률과 비교하더하도 유사한 수준 혹은 이를 웃도는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반대로 일본 증시가 국내 증시 대비 매력우위를 유지하면서 하반기 강한 랠리를 이어갈지는 미지수라는 의견도 나온다. 미국 금리인상 사이클 중단이 미일 통화정책간 디커플링(차별화) 현상을 완화시킬 수 있고, 한국 경기사이클 반등에 따라 한일간 경제 펀더멘탈 간극도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