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현경·문혜현 기자]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2개월 만에 다시 흑자를 기록했다. 경상수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가 두 달째 흑자를 이어가고, 본원소득수지도 흑자로 돌아선 결과다.
하지만 올해 1~5월 누적 경상수지 적자는 34억달러 수준으로 상반기 적자의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서비스수지는 적자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운송수지와 여행수지 모두 더 나빠졌다.
한국은행은 경상수지가 저점을 지났다고 평가하며 올해 연간 240억달러의 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상품수지 흑자가 수출 증가보다 수입 감소에 기대고 있는 상황에서 반도체 등 수출 회복 시점을 장담할 수 없고, 서비스수지도 적자에서 탈출하기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상품수지 두 달째 흑자…서비스수지는 13개월 연속 적자
7일 한은에 따르면 5월 상품수지는 흑자를 기록했지만 서비스수지는 적자 기조를 이어가며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깎아내렸다.
5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19억3000만달러로 지난해 5월(38억달러)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상품수지는 수출이 개선되고 수입이 둔화하면서 2개월 연속 흑자를 낸 데 반해, 서비스수지는 지난해 5월 이후 13개월 연속 적자를 면치 못했다. 운송수지는 4월 3000만달러 흑자에서 5월 3억5000만달러 적자로 전환했고, 여행수지는 8억2000만달러 적자로 적자폭이 전달(-5억달러)보다 더 커졌다.
이동원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5월 경상수지 흑자는 서비스수지가 적자를 나타냈으나 상품수지와 본원소득수지가 흑자를 보인 데 기인했다”고 설명했다.
1~5월 상품수지는 74억6000만달러 적자로 지난해 1~5월(175억5000만달러 흑자) 대비 250억1000만달러 급감했고, 서비스수지는 93억2000만달러 적자로 1년 전(-3억4000만달러)보다 적자 규모가 대폭 늘었다.
한은 “경상수지 저점 지나…하반기 개선 본격화”
한은은 5월 경상수지가 바닥을 지났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하반기로 갈수록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부장은 “5월까지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이제 저점을 벗어나 회복을 보이는 국면으로 진입했다”며 “상품수지는 두 달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흑자 규모도 확대됐고, 서비스수지는 4개월 연속 감소폭이 축소됐다”고 말했다.
한은은 5월에 이어 6월에도 경상수지 개선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상품수지는 6월 통관 무역수지가 흑자 전환한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고, 서비스수지는 일본 출국자 증가 등 마이너스(-) 요인과 해외 건설 증가 등 플러스(+) 요인이 공존하지만 6월 경상수지는 5월 흑자 규모를 웃돌 것이란 관측이다.
앞서 한은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240억달러로 전망하며 상반기 16억달러 적자를 기록하고 하반기로 갈수록 개선되는 ‘상저하고’를 예상했다.
이에 대해 이 부장은 “1~5월 누적이 34억4000만달러 적자로 상반기 전망과의 차이가 18억4000만달러인데 현재로서는 그 정도는 충분히 달성 가능하리라 보고 있다”며 “하반기로 갈수록 상품수지 개선세가 점차 본격화해 하반기 전체로는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전문가 “연간 흑자 200억달러도 어렵다”
전문가들의 전망은 한은보다 밝지 않다. 경상수지를 떠받치는 수출의 회복 폭과 속도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간 경상수지 흑자 200달러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며 “원자재 가격이 더 떨어지지 않고 현재대로 간다면 상품수지 흑자가 많이 나오진 못할 것이고, 서비스수지도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하반기가 되면 수출이 회복될 것으로 보지만 그 시점이 연내에 빨리 돌아오느냐, 아니면 거의 연말이나 내년으로 넘어가느냐에 따라 결과가 많이 달라질 것”이라며 “우선 최악의 무역수지 적자가 쌓이는 상황은 피했지만 결국은 수출 경기가 돌아와야 문제가 해결될 것이고, 그 시점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서비스수지 개선에 대해선 “지금 건설 경기가 안정화에 접어들면서 해외로부터의 건설 수요가 생기고 있는 것 같다”면서도 “지속적으로 늘어날지에 대해선 두고 봐야 한다”고 평했다.
외국인 국내투자 역대 최대
한편 5월 금융계정에선 외국인 국내투자가 135억달러 급증하며 통계 작성(1980년 1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신 교수는 “외국인 채권에 대한 세제 혜택을 주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며 “환율이 내려갈 것으로 전망하면서 환차익에 따른 매력이 생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 교수는 “우리나라 경기 측면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나라를 외면하지 않고 투자가 들어오는 것 자체는 거시경제를 운용하는 데 있어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