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당겨지는 인류 위기 티핑포인트…악마는 전체 시스템에 있다[북적book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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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미국 미시간주 북부에 위치한 호수 피서호와 폴호. 두 호수는 송사리와 잉어 등 초식어가 사는 전형적인 담수호다. 생태학자 스티븐 카펜터는 2008년 이 두 호수에 육식어인 큰입우럭(배스) 12마리를 풀었다. 1년 뒤엔 30마리를 더 풀었다. 그 결과 호수의 초식어는 3년 만에 5분의 1로 줄어든 반면 육식어는 20배 늘어났다.

수초 때문에 녹색으로 반짝였던 호수 물빛도 투명해졌다. 육식어가 초식어를 많이 잡아먹는 바람에 물벼룩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는데, 물벼룩이 수초를 죄다 갉아 먹은 것이다. 이후 먹이가 부족해진 물벼룩은 크게 줄어들었다.

이 사례는 전체 시스템이 부분들의 총합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는 것을 알려준다. 특정 요소를 바꾸면 전체의 특성이 바뀌고, 이후 부분의 특성까지 바뀐다는 것이다. 시스템을 유지하거나 특정 방향으로 바꾸기 위해선 시스템을 정확히 파악하고 부분들이 어떻게 네트워크를 이루는지 이해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이 시스템이 언제 이 지경에 이를 지 사전에 예측 가능 여부 역시 중요하다고 말한다. 카펜터에 따르면, 호수에 급변이 일어나기 전 초식어는 호수에 균일하게 분포하지 않고 매우 불규칙하게 서식했다. 몇몇 투망에는 매우 많은 초식어가 걸린 반면, 다른 투망에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전문가들은 이 시점을 ‘임계 감속’(critical slowing down)의 지점으로 판단했다. 이는 변화가 천천히 일어나다가 한계가 이르러 급변의 대전환을 일으키는 현상으로, 티핑포인트에 도달한 시스템에서 목격된다. 이 단계에 이르면 시스템은 장애를 일으키고, 다시 안정을 되찾아 옛 균형을 되살리기까지 긴 회복기를 필요로 한다. 균형 회복이 불가능하면 시스템은 새로운 균형을 찾는데, 이런 상태에 이르면 시스템은 근본적인 전환을 요구한다.

앞당겨지는 인류 위기 티핑포인트…악마는 전체 시스템에 있다[북적book적]

독일의 유명 정치경제학자인 마야 괴펠은 그의 신간 ‘더 좋은 선택: 결핍과 불균형, 바꿀 수 있다’에서 현재 인류가 마주하는 현실도 시스템의 변혁 직전의 임계 감속의 징후가 목격된다고 분석한다. 기후 이상 발생 횟수와 규모가 일종의 ‘조기 경보 시스템’과 같은 역할을 하는데, 최근 빈발하는 극단적 재해는 이미 복잡계가 티핑포인트에 매우 가까워졌다는 신호라는 것이다.

괴펠은 현재 닥친 각종 위기가 실제로 우려되는 위기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는 곧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단순히 환경을 보호하고 개선하는 기회가 아닌 환경, 경제, 정치, 기술의 근본을 모두 새롭게 재정비할 수 있는 기회 말이다.

괴펠이 특히 강조하는 것은 책임과 협력의 가치를 되새기고 새로운 목표에 맞춰 사회 구조를 재설정하는 것이다. 성찰의 자세가 있어야만 예측과 관리 및 통제의 한계를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괴펠은 이러한 변화의 물꼬를 어떻게 돌릴 것인지 단계적으로 설명해준다.

괴펠은 이러한 움직임이 단순히 재설정에 그쳐선 안된다고 지적한다. 이를 단계적으로 꾸준히 실천하는 자세가 기반이 돼야 진정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기술이 해결해 줄 것이란 낙관론과 당장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경고, 시장에 모든 걸 맡겨야 한다는 주장과 국가가 해결사로 나가야 한다는 의견들이 이미 부딪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일부는 당면한 현실을 방관하거나 외면하거나 혹은 현상 유지를 고집한다. 그러나 괴펠은 행동을 취하든 취하지 않든 각자의 선택이 미래 사회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한다.

저자는 또 더 나은 세계로의 전환은 아이러니하게도 개인의 작은 행보로 이어질 것이라고 확언한다. 명확한 방향 설정과 강력한 의지만 있으면 거창하지 않은 작은 행보라도 인류가 사는 전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이다.

“우리의 현실은 복잡계라는 구조, 각 부분이 떼려야 뗄 수 없이 맞물린 체계로 이루어진다. 지속 가능한 변화를 이뤄내고자 한다면 이 복잡계에서 개별 부분만 바꿀 수 없다. 우리는 맥락을 이해해야만 한다. 문제의 뿌리가 대체 무엇인지, 문제의 전모는 어떤 것인지 가늠해 보려는 노력이 그 출발점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과 맞닥뜨릴 각오를 해야 한다. 특히 유념해야 할 것은 어떤 것이 악순환처럼 보일 때 악마는 디테일한 개별 영역에 숨어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악마는 부분들이 맞물려 돌아가는 전체 그림에서 찾아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