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핵가족’ 출간 줌 간담회

이민 가족의 역사 이해하고자 책 써

‘전쟁=정의’라는 美 교육에 의구심

차기작은 하와이 교포 사회 소재 단편

‘한국계 미국작가’ 요셉 한 “분단·이민에 따른 디아스포라 가족의 역사 이해하고파”[북적book적]
20일 신간 '핵가족' 출간 기념 줌(Zoom) 간담회에 나온 요셉 한 작가. [줌 캡처]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분단과 이민에서 비롯된 한국계 디아스포라 가족의 역사를 이해하려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한국전쟁은 전쟁 당시 뿐 아니라 평시인 지금도 한국인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반도 분단’이라는 조건이 삶에 내재화 됐다고나 할까.”

한국계 미국 작가 요셉 한은 20일 줌으로 진행된 신간 ‘핵가족’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글을 쓰게 된 이유로 이민 가족인 자신의 가족 역사와 이야기를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30여년 전에 가족들과 함께 미국 하와이로 이민을 온 후 미국식 교육을 받아온 이민 2세다.

그의 신작 ‘핵가족’은 한국에 영어를 가르치러 갔던 조씨네 가족의 장남 제이컵이 DMZ(비무장지대)로 월북하려다 잡혔다는 뉴스가 전해지며 시작된다. 제이컵에게 외할아버지 태우의 혼령이 씌인 줄도 모르고, 가족들은 그를 안전하게 하와이로 데려오려고 전전긍긍한다.

‘한국계 미국작가’ 요셉 한 “분단·이민에 따른 디아스포라 가족의 역사 이해하고파”[북적book적]

제이컵을 비롯한 소설 속 주요 등장인물들은 미국 소설 답지 않게 매우 친숙하다. 아들을 낳지 못한 아내를 버리고 남한으로 내려온 외할아버지 태우나 부모님이 운영하시는 ‘조씨네 델리’의 일을 돕는 딸 그레이스, 큰 아들 제이콥만 위하는 조씨네 부부 등 배경만 하와이일 뿐 우리 주변에 있음직한 인물들이 사실감 있게 다가온다. 작가가 한국계 이민 가정에서 자라난 이민 2세이다 보니 자전적인 요소가 상당 부분 가미된 듯 하다.

특히 한국전쟁과 조국의 분단, 이에 따른 이민을 선택한 디아스포라 가족에 대한 작가의 시각은 날카롭다. 그는 이날 간담회에서도 “하와이 학교에서 배운 역사는 전쟁이 늘 정의로운 것이라고 가르치지만, 어느 순간 ‘꼭 그런가?’라는 의심이 들었다”며 “전쟁은 전시 뿐 아니라 평시에도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즉 전쟁에 따른 한반도의 분단으로 가족이 흩어지고, 이민 사회 역시 계속 분열되며, 기억 역시 전쟁의 영향으로 단절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한국계 미국작가’ 요셉 한 “분단·이민에 따른 디아스포라 가족의 역사 이해하고파”[북적book적]

그는 특히 “막강한 군사력을 보유한 미국은 사실 기후 변화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며 “세계 어느 나라든 미군이 두둔하면 그곳에서 사용하는 화학 물질 때문에 주변 땅이나 물은 물론, 그 지역 주민들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책을 쓰게 된 것도 미군의 두둔을 당연시 받아들여지는 사회적 분위기에 대해 걱정하는 마음이 컸다”고 덧붙였다.

그가 앞으로 쓰고 싶은 글 역시 디아스포라 문학에 기반을 둔 하와이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는 “지난 2011년 항공유 유출 사고가 있었는데, 당시 지하 대수층의 오염이 심각해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며 “그럼에도 아직까지 대수층 가까운 곳에서 항공유를 공급하고 있어 모두 불안해하고 있는데, 그런 이야기를 (소설에) 녹여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단편 모음선을 막 탈고했는데, ‘핵가족’보다 더 개인적인 이야기로 구성했다”며 “하와이의 교포사회와 한인 교회 등의 이야기가 포함됐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