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너지 경영난에 2차전지 투자 부담

SK이노베이션 급전까지 쓰고도 증자

SK㈜ 지분율 만큼 참여해 책임 다할듯

CJ CGV 코로나19·해외확장에 경영악화

CJ 대부분 실권…현물출자로 지분률 유지

되레 빌려준 돈 회수 기회…주관사 부담↑

지난 6월 20일 SK이노베이션과 CJ CVG가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한 지 1주일이 지났다. 국내 굴지 대기업의 어려운 자금사정이 드러나며 관련주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일반적으로 유상증자는 주가에 악재다. 돈은 부족한 데 밖에서 빌려오기도 어려울 때 선택하는 게 주주들에게 기대는 신주 발행이다. 다만 증자에 힘입어 반전을 이룰 수 있다면 주주들도 십시일반 할 이유는 있다. 관건은 경영권을 가진 최대주주가 얼마나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지다.

SK이노베이션과 CJ CGV의 재무상황을 살피면 증자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증자 상황까지 온 데에는 경영을 책임진 최대주주 탓이 크다. 증자 구조를 보면 두 회사 경영진의 태도는 꽤 다르다. SK는 낼 돈은 내겠다는 접근이지만 CJ는 손해 보지 않겠다는 포석을 뒀다. 두 회사 모두 최종 실권된 주식은 공동대표주관사가 자기계산으로 인수한다. SK이노베이션은 한국증권과 NH투자증권, CJ CGV는 한국증권,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이다. 증자가 흥행하지 못하면 이들 증권사의 부담이 커진다.

▶2차 전지 투자, 갈 길은 먼데 정유사업 부진…급전까지 끌어 쓴 SK

SK이노베이션의 1분기 말 당좌자산은 22조원에 달한다. 자회사와 합쳐진 연결재무제표 기준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주회사다. 자회사와 구분해서 보려면 개별 재무제표를 봐야 한다. 개별기준으로 2020년 4조2000억원이던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매출액은 2조원 미만으로 급감했다. 영업이익도 1조5000억원에서 6000억원으로 줄었다. 연결기준으로 이 기간 매출액이 34조원대에서 78조원으로, 영업이익이 2조4000억원대 적자에서 3조9000억원대 흑자로 돌아선 것과는 전혀 다르다.자회사 실적은 나쁘지 않았지만 지주사 살림은 어려워졌다는 뜻이 된다.

SK이노베이션은 코로나19 이전까지는 자회사 지배와 자체 수익사업을 병행하는 사업지주회사였다. 대표적인 사업부분이 2차 전지다. SKIET, SK온 등이 모두 SK이노베이션의 사업부였다. 2차 전지는 기술개발과 공장건설에 돈이 많이 든다. SK이노베이션이 충분한 투자금을 마련하려면 자회사에서 배당을 넉넉히 받아야 한다. 그런데 2020년 1조9000억원에 달했던 SK이노베이션의 배당 수입은 2021년 9000억원, 2022년 2600억원대로 급감한다.

같은 증자, 다른 구조…절실한 SK, 절묘한 CJ [홍길용의 화식열전]

SK이노베이션의 가장 큰 배당원인 SK에너지가 2020년 1조6000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낸 이후 결산배당을 하지 못해서다. 지난 해 1조4000억원 이상의 흑자를 냈지만 사정은 여전히 어렵다. SK에너지는 매출액 기준 국내 2위 정유사지만 자산은 4사 중 가장 작다.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도 꼴찌다.이익잉여금도 4조4000억원으로 GS칼텍스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올 1분기에도 적자가 났다. 2조8000억원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모기업 돕자고 섣불리 배당할 처지가 못된다.

Sk에너지의 부진에 SK그룹은 배터리 부분을 물적분할한 후 상장해 투자금을 조달하기로 한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는 2021년 일찌감치 상장에 성공한다. SK온은 2022년 LG에너지솔루션이몰고 온 물적분할 후 상장으로 인한 주주가치 침해 논란의 여파로 기업공개(IPO)에 나서지 못한다. SK온은 투자자금 마련을 위해 재무적투자자(FI)를 유치했지만 부족했다. 결국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와 올해 각각 1조원 씩 2조원을 SK온에 추가 출자해야 했다.

SK이노베이션은 SKIET 구주 매출대금(1조3475억원)까지 몽땅 털어 넣었지만 모자랐다. 급전까지 당겨 써야 했다. 지난해 말 4300억원이던 단기차입금은 올 3월말 1조2300억원으로 급증했다. 90일 안에 갚아야 할 기업어음(CP)으로 빌린 돈만 5000억원이다. 1분기말 SK이노베이션의 유동부채는 2조926억원으로 유동자산 1조1291억원의 2배에 달한다. 현금성자산은 3000억원에 불과하다. 돈을 더 빌리기 어려운 구조다. 이쯤 되면 증자 외엔 답이 없다.

다행히 SK이노베이션 대주주인 SK㈜의 사정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유동부채가 5조2000억원이 넘어 유동자산((1조5283억원)의 3배가 넘지만 부채비율이 100% 미만이라 차입여건은 나쁘지 않다. 올 1분기 순이익도 전년대비 30% 이상 늘었다. SK이노베이션에 4000억원 정도를 출자할 여력은 있다. SK이노베이션 최대주주로서 다른 주주들과 같은 수준의 부담을 한다는 명분도 가질 수 있다. 최대주주보다 일반 주주들에게 더 큰 부담을 지우는 CJ CGV 유상증자와 차이가 있다.

▶무리한 해외확장 경영 탓인데…CJ, 부담은 시장에, 수혜는 최대주주가

CJ CGV는 유상증자(5700억원)와 3자배정 증자(4500억원 예정)를 혼용한다. 최대주주인 CJ는 유상증자에 600억원만 투입한다. 지분율(48.5%)대로라면 CJ는 2800억원 가까이 돈을 내야 한다. 3자 배정 4500억원은 현금이 아니라 CJ가 가진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현물출자다. CJ CGV가 이를 팔지 않는한 도움이 되기 어렵다.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가치도 4500억원이 될 지 불분명하다. 결국 현물 출자는 주주배정 실권에 따른 지분율 하락을 낮추기 위한 꼼수일 가능성이 크다.

CJ CGV 경영이 어려워진 이유는 공격적인 해외영업 확장과 코로나19 타격 때문이다. 코로나19로 관객수가 줄고 넷플릭스 등 구독서비스가 영역을 확장하며 상영관 사업은 크게 위축됐다. 다만 최근 매출이 회복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최대주주의 실권 예고에도 증자대금 조달을 가능하다. 실권주 일반공모 후에도 팔리지 않는 주식은 공동대표주관회사가 인수할 예정이다. 증자로 경영상황이 나어져도 주관사들이 추후 보유 주식을 팔게 되면 주가에 부담이 될 수 있다.

같은 증자, 다른 구조…절실한 SK, 절묘한 CJ [홍길용의 화식열전]

이번 CJ CGV 증자에서 ‘백미’는 CJ가 상당한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CJ CGV는 2020년 10월과 12월 연 4.55%의 이율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각각 800억원과 2000억원을 차입한다. 이 중 2000억원은 CJ에서 빌렸다. 발행 2년이 지난 후 조기상환이 가능하다. CJ CGV는 지난 해 말 경영이 어려운 와중에도 이를 상환하고 다시 CJ에게 5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다. 연이율은 무려 8.5%다. 줄이면 2000억원 빌려서 그 중 1500억원을 갚으면서 남은 500억원은 이자를 더 높여준 셈이다. CJ CGV가 이번 증자 후 3800억원의 차입금을 상환할 때 이들 신종자본차입도 갚을 수 있다. 결국 CJ는 이번 증자가 CJ CGV에 빌려준 돈을 조기에 회수할 기회다. CJ 입장에서 부담은 시장에 넘기고 수혜는 챙기는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