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제3 시공사, 1.75배 오른 공사비 제시
공사비에 속앓이…시공단과의 갈등 우려
소규모 사업장은 건설사 찾기도 어려워
건설업계는 정비사업 기피…수주 44%↓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1. 홍제3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최근 시공사로부터 도급 공사비 증액을 요청받았다. 시공사는 올해 5월 기준으로 공사비를 산출해 3.3㎡당 898만원을 제시했다. 이는 지난 2020년 9월 기준 공사비 3.3㎡당 512만원에서 약 1.75배 늘어난 수준이다. 이는 물가 상승률 반영 및 연면적 증가, 설계 변경에 따른 것이란 설명이다. 이에 일부 조합원 사이에선 강남 재건축 사업장보다 높은 수준의 공사비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일단 조합은 본계약 협상을 통한 공사비 인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2. 부산의 또 다른 재건축 조합은 다음달 시공사와의 본계약 체결을 앞두고 공사비 증액 수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원자재가격, 물가 상승으로 인해 예상하던 수준을 훨씬 넘는 공사비가 최종 확정될 수 있어서다. 잠정 고지된 3.3㎡당 분양가보다 더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조합원 사이에서 감지된다.
과거 수주 경쟁이 벌어졌던 도시 정비사업장이 공사비 씨름판으로 변하고 있다. 공사비 압박에 조합과 시공사가 갈등을 빚거나, 건설사가 사업지를 포기하는 상황이 빈번해지고 있다. 조합 입장에선 최악의 상황을 피하려다 보니 공사비 협상에서 건설사가 좀 더 우위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최근 시공사 측에서 예상보다 높은 수준의 공사비 증액을 요구했다”며 “어느 정도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지 않으면 사업기간이 길어지거나, 시공사와 갈등만 커질 수 있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더욱이 소규모 정비사업장은 시공사 선정도 쉽지 않다. 조달청 나라장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마포구 공덕현대아파트 소규모재건축정비사업조합, 부산 남구 크로바아파트 소규모재건축정비사업 조합의 시공사 선정 재입찰이 마감됐다. 이 단지들은 최초 입찰에서 유찰되며 재입찰에 나섰다. 성남시 산성구역 재개발 조합은 기존 시공사와 계약을 해지하려 했지만, 새 시공사를 찾지 못해 기존 시공단과 재협의에 나설 예정이다. 업계에선 시공사를 선정할 때 조합이 ‘갑’이었던 시절은 지나갔고, 건설사가 선별 수주에 돌입했다고 보고 있다. 건설사 간 출혈 수주를 피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시공사를 해지하면 동급 이상 시공사 입찰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언이다.
무엇보다 건설사들은 공사비가 오르며 수익성이 나빠진 도시정비사업 참여 자체를 줄이고 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국내 건설 수주액은 10조9126억원으로 1년 전 대비 44% 감소했다. 이에 향후 주택 공급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아파트 공급은 보통 3~5년, 재개발·재건축은 15~20년 걸린다”며 “공급이 비탄력적이어서 향후 수요가 많을 때 적기에 공급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공사비 인상 추세는 부동산 시장이 주춤한 상황에서도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민간 아파트 분양가격은 전국적인 오름세를 보인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1613만7000원으로 1년 전보다 169만9500원 올랐다. 같은 기간 서울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3106만6200원으로 285만1200원 상승했다. 1년 전과 비교해 평균 분양가격이 오르지 않은 지역은 울산, 경남뿐이었다. 서진형 교수는 “건설자재, 인건비 등이 높아져 분양가는 계속 오를 것”이라며 “다만 미분양 문제도 있고 분양가 상승세도 한계가 있어, 시장과 원가의 개념을 고려해 어느 정도 접점을 찾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