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아파트 매매 5분위 배율 6.6
2021년 1월 이후 넉달째 최고 수준
부동산 침체기·규제 완화에 수요 쏠림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부동산 시장 혼조세 속에서도 수도권의 아파트값 양극화 현상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집값이 폭등한 부동산 ‘불장’이던 2021년 이후 양극화 수준이 가장 높았다. 집값 부진에도 대출 규제 완화 등이 맞물리며 인기 지역에만 수요가 몰리며 양극화 현상이 계속된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KB부동산의 월간 주택가격동향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매매 5분위 배율은 지난 5월까지 넉달째 6.6으로 집계됐다. 5분위 배율이란 상위 20% 평균 아파트값을 하위 20% 평균 가격으로 나눈 값이다. 즉, 6.6이란 수도권 가격 상위 20%의 아파트가 하위 20% 아파트보다 가격이 6.6배 높다는 의미다. 지난 2021년 1월(6.7) 이후 최고 수준이다.
다만 전국으로 넓혀보면 고가 아파트와 저가 아파트의 가격 격차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전국 아파트 매매 5분위 배율은 지난해 11월(10.7) 이후 꾸준히 감소해 올해 5월에는 10까지 내려왔다.
수도권에선 상대적으로 수도권 고가 아파트 가격 감소율이 하위 아파트 가격 감소율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달만 보면 수도권 하위 20%의 아파트값은 평균 2억3941만원으로 전달(2억4214만원)보다 1.1% 감소했고, 수도권 상위 20%의 아파트값은 평균 15억7871만원으로 전월(15억9850만원) 대비 1.2% 줄어 감소율이 더 컸다. 그러나 최근 1년간(2022년 6월~2023년 5월)을 놓고 보면 수도권 하위 20% 아파트 평균 가격은 12.9%, 상위 20% 아파트값은 3.5% 하락했다.
KB부동산의 5월 선도아파트 50지수는 전월 대비 약 0.1%포인트(p) 오른 89를 기록했다. KB선도아파트 50지수는 전국 시가총액 상위 50개 아파트 단지를 선정해 시가총액 지수와 변동률을 보여준다. 같은 기간 서울시 시세총액 톱(TOP) 20 아파트 단지 가격 지수는 0.6%p 오른 89.2였다.
실제로 강남권 주요 단지에서는 한 달도 안 돼 수억원씩 오르는 상승 거래가 다수 포착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동 ‘레이크팰리스’ 전용 116㎥는 지난 달 23일 23억5000만원에 팔렸다. 같은 달 2일 매맷값 19억원 대비 4억5000만원이나 비싸게 팔린 셈이다. 강남구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전용 145㎥는 지난 4월에는 41억8000만원에 팔렸는데, 지난달에는 45억원에 매매 계약서를 썼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써밋 전용 59㎡도 지난달 21억5000만원에 팔려, 두달 전 중개거래 가격 대비 2억원이 뛰었다.
반면 수도권 외곽에선 여전히 최고가 대비 반토막 거래가 이뤄지고 갭투자 거래는 늘고 있었다. 강서구 가양동 ‘가양성지2단지’ 전용 39㎥는 지난 14일 4억원에 팔렸는데, 최고가 대비 4억4000만원 내린 수준이다. 경기 용인시 수지구 의왕시 학의동 ‘의왕백운해링턴플레이스1단지’ 전용 84㎥는 이달 12일 7억원에 팔렸는데, 최고가 대비 5억8500만원이 하락했다. 아울러 경기 화성시 등 집값이 떨어진 지역에선 갭투자 거래도 늘었다. 지난 4월 이후 갭투자 매매거래 증가지역은 경기 화성, 시흥, 용인시 수지구 등이 상위권을 기록했다.
전문가 사이에선 확실한 집값 상승기가 아닌 상황에서 하방 지지가 가능한 부동산에 대한 쏠림 현상은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 이어진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대출 규제 완화에 오히려 핵심지역에 수요가 쏠리며 비싼 아파트는 더 비싸지는 등 양극화가 심해지는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시장이 조금 반등한다고 해도 양극화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