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전력량료, 공동전기료까진 알겠는데, 기후환경 1953원, 이건 뭐야?”
전기요금이 무섭게 오르고 있다. 이에 A씨는 평소 대충 봤던 전기요금 고지서를 마음먹고 찬찬히 살펴봤다. 그러다가 눈에 띈 이것. ‘기후환경 1953원.’
A씨는 “허리띠를 졸라 매려던 차에 처음 이걸 발견하곤 깜짝 놀랐다”며 “환경운동에 기부하는 돈도 아닐테고, 이게 왜 전기료에 들어가 있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A씨처럼 요즘 전기료 인상에 고지서를 꼼꼼하게 보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그러면서 기후환경요금을 처음 인식하는 이들도 많다. 나도 모르게 나가고 있는 돈이라며 불만도 나온다.
알고보면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가 내고 있던 전기료다. A씨는 1900원 수준이지만, 4인 가구 평균을 보면 3000원 가량 된다. 한푼이 아쉬운 짠테크 시대, 과연 이 돈의 정체는 무엇일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전력 사용량에 비례해 내는 추가 요금이다. 최근에는 고지서에 별도로 표기됐지만, 그 이전엔 아예 전력량에 포함돼 내고 있던 돈이다.
우리가 통상 내는 전기요금은 기본요금에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연료비조정요금 등을 더한 값이다. 지금은 기후환경요금을 별도로 표시하지만, 2021년 이전엔 전력량요금 안에 포함돼 있었다.
투명한 요금 공개 요구에 따라 2021년부턴 전력량요금에서 분리해 표기하고 있다.
액수는 사용 전력량에 비례한다. 기후환경요금은 ㎾h당 9.0원. 4인 가구 평균(332㎾h)만큼 전기를 썼다면 월 2988원 정도 내게 된다.
왜 기후환경요금을 걷을까. 간단히 말해 온실가스 배출 초과량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하기 위해서다.
구체적으로 기후환경요금은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 이행 비용(RPS)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이행비용(ETS) ▷석탄발전 감축비용으로 구성된다. 올해 기후환경요금에서 세 항목은 각각 7.7원, 1.1원, 0.2원으로 매겨졌다. 이들을 합친 금액이 1㎾h 당 9원이다.
이름은 복잡하지만, 간단히 말해 전기를 만들 때 신재생에너지 등이 아닌 화석연료를 사용, 온실가스 배출이 기준치를 초과하는 데에 따른 비용 부담으로 보면 된다.
전기를 만들 때 화석연료 등이 아닌 신재생에너지로 만들어야 온실가스가 줄어들고, 대규모 발전사업자는 의무적으로 신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해야 한다.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그만큼 신재생에너지 공급 인증서(REC)를 구매해야 한다. 이런 과정 등에 필요한 비용이 기후환경요금으로 부과된다.
또 발전사업자가 배출한 온실가스가 기준치를 초과했을 때에 이를 상쇄하고자 구매하는 배출권 비용, 석탄발전 감축에 필요한 비용 등도 기후환경요금으로 부과된다.
문제는 앞으로 기후환경요금 부담도 갈수록 커질 것이란 데에 있다. 신재생에너지 인증서나 온실가스 배출권의 시장 가격이 증가해서다.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 이행비용(RPS)만 해도 오는 2027년까지 약 14조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 그만큼 사용자가 나눠내는 기후환경요금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간단하다.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사업자들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서 초과 배출량을 줄이면 된다.
기후환경요금은 이미 해마다 인상 추세다. 연초마다 새로 산정되는 단가가 2021년에는 ㎾h당 5.3원에서 지난해에는 7.3원, 올해는 9.0원으로 2년 새 70% 가까이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