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인터뷰

“로컬리즘, 피할 수 없는 대세…고학력 대기업 모델 유효하지 않아”

“중앙집권 사고체계 지역 중심 순환시켜야”

“수동적 행정 보이는 지자체, 인수합병될 것”

“앞으로 필요한 기업의 역할 연구할 계획”

‘헤럴드 금융·부동산포럼 2023’ 메인 발제

“내자식 명문대, 대기업 가야 성공한 인생” 그래서 인구가 소멸합니다  [부동산360]
대한민국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전대미문의 저출산 국가에 진입한 국가다. 인구학 전문가로 꼽히는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명문대와 대기업의 성공 신화가 서울 인구 쏠림을 낳고, 이는 결국 저출산과 인구 감소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지방의 특색을 살리는 로컬리즘을 대안으로 꼽았다. [연합]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가 인구 감소 문제의 해법으로 제시한 건 ‘로컬리즘’이다. 서구 사회에서 찾아보기 힘든 수도권 인구 집중이 ‘0.78명’이라는 초유의 합계출산율로 이어졌다고 진단한 전 교수의 시선은 도농 격차를 정상화시키는 하나의 대안, 로컬리즘에 쏠렸다.

최근 발간된 책 ‘인구소멸과 로컬리즘’ 또한 전 교수의 이러한 시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도농 격차 및 인구 절벽의 현실을 짚어내고, 여러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특화형 로컬리즘을 제안한다. 229개의 기초지방자치단체는 229개의 로컬 모델을 가져야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이 보장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전 교수는 먼저, 수도권과 지방 간 양극화 현상의 근본적 원인으로 ‘고학력 대기업’ 모델을 지적했다. 그는 “(양극화 현상은) 1960~1970년대의 고학력 대기업 모델이 여전히 건재하기 때문”이라며 “고학력을 기반으로 대기업에만 들어가면 성공한 것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 모델을 실현하려면 모두 서울로 와야 된다. 이게 급격한 사회이동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은 고밀도 지역이고, 보통 고밀도 지역은 저출산 지역”이라며 “고학력 대기업 모델이 기성세대에게는 유효했지만 요즘 젊은 세대는 삶의 다양성을 생애 모델로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에게 고학력 대기업 모델이 아니더라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신호를 던져주고 그런 모델들의 충만함을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삶의 다양성을 반영할 수 있는 로컬리즘은 어떻게 실현 가능할까. 전 교수는 우선 로컬리즘에 대해 “한국은 그간 국제적 분업에 있어선 성공한 모델 중 하나이지만 고학력 대기업 모델로 인해 역내 분업에 있어선 불균형이 있었다”며 “한국이 가진 중앙집권적, 글로벌 중심의 사고체계를 지역이나 로컬 중심으로 순환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내자식 명문대, 대기업 가야 성공한 인생” 그래서 인구가 소멸합니다  [부동산360]
30일 오후 전영수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가 서울 용산구 헤럴드스튜디오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그는 “현재는 지방에서 할 수 있는 게 없고 중앙의 눈치를 보는 구조”라며 “지역이 중심이 돼서 주체적으로, 내생적으로 본인들이 잘 살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주자는 게 핵심”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선 완결형 순환구조를 가지고 있는 지방이 하나도 없다”며 “중앙집권체제에 있던 많은 국가가 이런 식으로 많이 수정하고 있다. 로컬리즘은 피할 수 없는 대세”라고 말했다.

전 교수는 앞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운명도 로컬리즘 실현 여부에 달려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수동적이고 관성적인, 지금처럼 (중앙 정부) 따라가기식의 행정이 유지되는 지자체는 바로 인수합병당할 수 있다”며 “능력을 갖추고 새로운 실험을 축적한 준비된 지자체는 순환경제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노후소득보장체계를 공부하다 고령·청년·중장년인구 등 인구변화까지 연구하게 됐다는 전 교수는 로컬리즘에 이어 앞으로 인구 감소 시대의 기업의 역할에 대해 깊이 살펴볼 계획이다. 그는 “10여 년 전부터 일본의 사례를 통해 인구변화 비교분석을 많이 해왔는데 그러다보니 대안 모델로 로컬리즘이 나왔다”며 “로컬리즘이 하나의 대안은 될 수 있지만 대체재는 될 수 없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고학력 대기업 모델이 한국의 기업복지라는 형태로 익숙해져있지만 이제는 기업복지의 시대가 끝났지 않았나”라며 “그렇다면 과거에 그 기능을 해왔던 기업은 어떤 역할을 해야할 것인지가 당장 눈앞에 있는 연구과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