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문화재단 제7회 M클래식축제 개막

66일간, 500여명의 아티스트 출연

 

‘가을밤 러시아의 정수’ 테마 메인공연

박재홍ㆍKBS교향악단 첫 공연 마쳐…

박재홍과 함께 한 가을밤…66일간 이어질 축제의 서막 [고승희의 리와인드]
올해로 7회를 맞은 ‘M클래식 축제’가 피아니스트 박재홍과 KBS교향악단의 메인 콘서트로 시작을 알렸다. [마포문화재단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교향곡부터 오페라, 발레까지 섭렵한 전천후 지휘자 김광현의 날렵한 손끝에서 경쾌한 선율이 완성됐다. 글린카의 ‘루슬란과 루드밀라 서곡’. 일곱번째 축제를 축하하는 무대처럼 리드미컬한 현으로 출발을 알리며 친숙한 선율 속으로 관객을 인도했다. 최근 단연코 눈에 띄는 실력을 보여주는 KBS교향악단은 김광현 지휘자와 함께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유려하고 호기롭게 이어지는 바이올린과 첼로의 선율, 적재적소에 들어가는 타악과 시원한 금관 소리는 이제 두 달간 이어질 ‘M클래식 축제’의 서막과도 같았다.

지난 22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선 올해로 7회를 맞는 ‘M클래식 축제’가 막을 올렸다. 계절마다 무수히 많은 음악 축제가 열리지만 ‘M클래식 축제’는 기초 지자체에선 볼 수 없는 형태의 대규모 순수예술 축제다. 기간부터 압도적이다. 66일, 500여명의 음악가가 한 자리에 모인다. 이미 지난 6년간 총 350여회, 5000여 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했다. 다녀간 관객수만 해도 60만 여명이다.

피아니스트 박재홍과 KBS교향악단의 메인 콘서트로 시작을 알린 이번 ‘M클래식 축제’의 개막공연은 ‘러시아 음악의 아버지’로 불리는 글린카를 시작으로 박재홍이 연주하는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제 5번으로 이어졌다.

‘M클래식축제’의 메인 콘서트는 지난해 부조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박재홍이 고심해 고른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을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자리이기도 했다. 박재홍은 지난달 유럽 투어 중 볼차가 페스티벌과 오스트리아 그라페넥 페스티벌에서 이 곡을 연주했으나, 국내 무대에선 한 번도 선보인 적이 없었다.

박재홍과 함께 한 가을밤…66일간 이어질 축제의 서막 [고승희의 리와인드]
피아니스트 박재홍. [마포문화재단 제공]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은 라흐마니노프의 작품 중에서도 화려하고 현란한 색채와 엄청난 기교로 채워져 있다. 파가니니의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24개의 카프리치오’ 중 마지막 곡의 a단조 선율을 변주해가는 이 곡을 박재홍은 “팔색조 같은 곡”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곡은 본격적인 주제로 나아가기 위해 관현악과 피아노의 몸풀기로 시작됐다. 재치있는 리듬을 싣고 등장하는 피아노의 첫 음부터 귀에 꽂혔다. 묵직하면서도 가벼운 타건이 등장하고,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쉴 새 없이 얽히며 에너지를 주고 받는다. 서로가 겨루고 싸우는 것이 아닌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며 조화를 이룬다. 박재홍은 라흐마니노프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변화무쌍한 악구들을 흥미롭게 풀어냈다. 악구마다 들리는 소리의 변화도 인상적이다. 맑고 투명하다가도, 그 위로 힘을 싣고, 그러다가도 다이내믹 없이 차분한 미뉴에트를 연주하며 곡의 심장부로 꿰뚫고 들어갔다. 한 음 한 음 살아 움직였고, 의미를 담지 않은 터치가 없었다. 숨 가쁜 달리기로 내달리며 고조되다 미련없이 마침표를 찍자 객석에선 ‘브라보’가 터졌다.

이날 공연의 또 다른 백미는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 5번이었다. 부드럽고 온화해진 김광현 지휘자의 손짓에 따라 시작된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5번은 매악장 분명한 색채가 드러났고, 이지러짐 없이 어우러지는 음색에선 오케스트라의 기본의 조화의 힘이 전해졌다.

노련하고 부드러운 현악기로 시작되는 1악장에선 악기들이 거슬림 없이 어우러졌다. 슈박스 형태의 공연장인 아트홀맥은 다소 건조할 수 있는 환경이나, 리모델링 이후 음향 잔향을 개선한 덕분에 제법 풍성한 음을 들을 수 있었다. 매악장 적당한 잔향이 남겨지며 객석을 가을의 한가운데로 데려갔다. 존 덴버의 ‘애니스 송(Annies’s Song)‘, 민해경의 ’어느 소녀의 사랑이야기‘ 등으로 샘플링될 만큼 아름다운 선율이 등장하는 2악장은 호른의 연주가 압권이었다. 감미롭고 호소력 짙은 음색으로 시대를 초월해 사랑받은 선율을 연주하며 관객들의 마음을 툭 건드렸다. 이어 가을 햇살처럼 따사로운 바이올린 선율이 왈츠를 연주하는 3악장에 접어들자, 현악기와 관악기의 소리가 조화롭게 섞여 음악을 드라마틱하게 만들었다. 근엄하고 묵직한 현으로 시작하는 마지막 악장은 1악장의 주제를 장엄하게 이어간다. 조화를 강조하나 객석을 향해 터지는 음량이 다소 부족하다고 느껴질 무렵 4악장에선 대반전이 일어난다. 금관악기와 현악기가 선율을 주고받으며 포르티시시모를 연주하고, ‘밀고 당기기’를 이어가며 역경을 헤쳐나가니 카타르시스를 안길 수밖에 없었다.

박재홍과 함께 한 가을밤…66일간 이어질 축제의 서막 [고승희의 리와인드]
올해로 7회를 맞은 ‘M클래식 축제’의 메인 콘서트는 ‘가을밤 러시아의 정수’를 테마로 클래식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친숙한 레퍼토리를 들려줬다. [마포문화재단 제공]

‘M클래식 축제’의 메인 콘서트는 주제부터 방향성이 확고했다. 9월 하순에 시작하는 무대인 만큼 ‘가을밤 러시아의 정수’를 테마로 클래식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친숙한 레퍼토리를 들려줬다. 마포문화재단 관계자는 “클래식 입문자부터 애호가까지 아우를 수 있도록 모두 즐길 수 있는 곡들로 고민해 구성했다”고 귀띔했다. 여전히 ‘소수의 음악’으로 분류되는 클래식 장르의 대중화에 힘을 싣고자 하는 축제의 취지도 담긴 셈이다.

막을 올린 ‘M클래식 축제’는 ‘건반 위의 구도자’ 백건우를 필두로 박재홍 김도현 문지영 등 부조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의 영웅들이 서는 ‘M 소나타 시리즈’를 비롯한 다양한 무대가 이어진다. M클래식 축제를 통해서만 볼 수 있는 무대도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과 첼리스트 송영훈, 피아니스트 손정범이 함께 선보이는 피아노 트리오,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과 바리톤 김기훈의 듀엣 무대가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