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 2위·4위 키옥시아·WD 합치나? 1위 삼성이 받을 영향은 [비즈360]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글로벌 낸드 플래시 2위와 4위인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이 합병이 가시화되면서, 삼성전자 낸드 사업을 향한 견제가 한층 거세질지 주목된다. 최근 첨예한 국가 간 이해관계로 부상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이 두 회사의 인수합병이 당장 쉽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낸드 시장 점유율과 첨단 기술 개발 측면에서 후발주자들의 추격이 갈수록 매서워지고 있어, 삼성 반도체 사업이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의 인수합병(M&A)이 속도를 내며 거래 구조를 확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낸드 제품이 최근 재고 과잉과 가격 하락에 시달리면서, 손실이 막대해진 관련 반도체 기업들 사이에서 인수합병(M&A)이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실제로 수요 급감과 공급 과잉으로 타격을 받은 두 업체가 최근 합병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진단이다. 두 기업은 2021년 합병 협상을 진행했으나 가치평가 등에 대한 의견 차로 인해 결렬됐다. 그러던 중 지난해부터 금리가 오르고 전세계적으로 반도체 수요 감소가 진행되면서 키옥시아는 올해 1분기 1조7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웨스턴디지털도 5969억원 적자를 봤다.

세부적으로는 키옥시아가 합병 기업의 지분 43%, 웨스턴디지털이 37%를 갖고 잔여 지분을 기존 주주들에게 배정하는 합병안이 거론되고 있다.

낸드 2위·4위 키옥시아·WD 합치나? 1위 삼성이 받을 영향은 [비즈360]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이 합병에 성공할 경우, 삼성전자의 낸드 1위 지배력이 영향을 받게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낸드 시장 점유율은 33.8% 수준이다. 단순 합산으로,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의 점유율을 합치면 35.2%이다. 시장 점유율 17.1%인 SK하이닉스는 물론이고 메모리 시장의 절대 강자로 평가받는 삼성전자의 위상마저 흔들릴 위험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첨단 낸드 기술력에 대한 후발주자들의 도전이 거세지면서 삼성의 기술 위상도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낸드는 단수를 늘릴수록 수직으로 연결하는 구멍(홀)을 깊게 뚫는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된다. SK하이닉스가 238단, 마이크론이 232단 낸드를 개발한 가운데 중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회사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 역시 232단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업계에 알려졌다. YMTC는 2016년 등장한 후발주자임에도 232단 낸드를 사용한 제품을 시중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발전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SK하이닉스는 300단 이상 낸드 개발에도 성공한 상태다. 이에 반해 삼성전자는 8세대 V낸드(236단) 양산을 시작한 가운데 2024년 양산 계획 중인 9세대 V낸드가 280단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 합병에 대한 최종 결정이 나도 미국과 중국을 비롯해 여러 국가들의 반독점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두 기업의 합병을 바라보는 국가 간 시각에 따라 합병이 쉽게 진행되진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또 낸드 시장에서 2~3위권인 SK하이닉스의 판단 역시 이번 합병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8년 일본 도시바의 메모리사업부(현 키옥시아) 매각 과정에 참여하며 실질적으로 상당 수준의 키옥시아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당시 SK하이닉스는 도시바 메모리사업부 인수를 추진한 한미일 컨소시엄에 4조원가량을 투자했다. 전환사채와 펀드 출자 형식이어서 직접적인 지분을 보유하고 있진 않지만, SK하이닉스가 약 1조3000억원 규모로 전환사채에 투자한 부분이 키옥시아가 기업공개(IPO)를 한 뒤 주식으로 전환될 수 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올해 초 미국 ‘CES 2023’ 행사장에서 “우리가 가진 키옥시아 지분을 보통주로 전환하면 약 40%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SK하이닉스도 이번 양사 합병 건을 두고 유불리를 민감하게 판단해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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