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확히 말하면 미국 연방정부가 부도가 날 수 있다는 충격적인 뉴스가 연일 이어지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와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이 좀처럼 부채한도 협상에 타협점을 찾지 못하기 때문인데요, 그 때문에 미 국채의 신용부도스왑(Credit default swap) 프리미엄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습니다.
CDS라는 건 채권 발행 주체가 부도가 났을 때를 대비해서 일종의 보험을 드는 것인데요, CDS프리미엄이 올랐다는 건 부도위험이 높아져서 내야할 보험료도 증가했다는 의미입니다. 시장 참여자들이 그만큼 미국 연방정부가 망할 수 있다는 우려를 ‘돈’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시장 참여자란 사람들이 날고 긴다는 전세계 금융회사들이니 허투루 넘길 수 없는 것이죠.
사실 CDS와 CDS프리미엄에 대해선 짧게 개념만 아셔도 신문 기사를 읽고 이해하시는데 큰 무리가 없습니다. 다만 이 참에 CDS란 무엇이고 CDS를 왜 쓰는지 조금 교과서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아울러 최근 미 국채 CDS에 벌어지는 상황에 대한 짧은 제 생각을 곁들이겠습니다.
▶CDS는 잠깐 언급한 것과 같이 보험 계약과 비슷합니다. 어떤 국가나 기업의 채무불이행에 대비하기 위해 보험을 드는 것이죠. 다시 말씀드리지만 CDS는 채무불이행(디폴트)이란 크레딧 리스크(신용 위험)에 대해서만 보험을 드는 것입니다. 채권의 또 다른 주요 리스크 요인인 이자율 변동에 따른 가격 변화 위험, 즉 이자율 위험(Interest risk)은 대상이 아닙니다. (Interest risk를 헤지하려면 관련 파생상품을 이용하면 됩니다)
간단히 구조를 살펴볼까요. 만약 어떤 투자자가 채권을 샀다고 합시다. 그 순간부터 채권투자자는 채권발행자의 크레딧 이벤트에 따른 손실 위험에 노출됩니다. 여기서 말하는 크레딧 이벤트란, 국가라면 모라토리움(Moratorium)이나 지급거절(Repudiation) 등이 해당합니다. 기업이라면 파산(Bankruptcy), 채무재조정(Restructuring) 그리고 디폴트(Failure to pay) 등 입니다.
채권투자자는 이런 크레딧 이벤트 발생에 따른 손실발생이란 리스크를 없애고 싶어합니다. 그때 맞은편에 등장하는 게 스와프 딜러입니다. 스와프 딜러는 채권투자자로부터 CDS프리미엄을 받는 대신 크레딧 이벤트가 실제로 일어나서 손실이 발생하면 그걸 대신 물어줍니다. 일종의 지급보증인 셈이죠.
때문에 채권투자자는 CDS를 사고 대신 리스크를 상대에게 파는 셈입니다. 반대로 스와프 딜러는 Risk를 떠안는 대신 그만큼의 비용인 CDS프리미엄을 받습니다.
CDS계약을 체결 후 채권발행자의 크레딧 퀄리티가 나빠지면 채권투자자(protection buyer)는 유리해집니다. 반대로 신용이 좋아지면 부도가 나서 줘야할 돈이 감소한 것이니 스와프딜러가 이득이죠.
이 CDS프리미엄이 최근 가장 극적으로 치솟았던 사례는 지난 3월 크레디트스위스입니다. 이때 크레디트스위스 5년물 CDS프리미엄은 1000bp 가까이 치솟았죠. 이는 나이지리아 국가 CDS프리미엄과 엇비슷한 수준입니다. 우리나라 주요 대형은행 CDS프리미엄이 50bp, 한국 국채 CDS프리미엄은 40bp정도라는 걸 생각하면 정말 어마어마한 것이죠. 참고로 CDS프리미엄 1000bp란 10억원 채권에 대한 보험료로 1억원을 내야 한다는 뜻입니다. 언뜻 생각해도 참 비싸죠.
▶CDS프리미엄은 디폴트 확률(probability of default)이 높아지는 것뿐 아니라 디폴트로 인해 발생할 손실(loss given default)이 크면 클수록 증가합니다. 마치 ‘탄광 속 카나리아’처럼 위험 징후를 즉각 반영해서 표출합니다. 때문에 신용평가 회사들이 책정하는 신용등급보다 기업이나 국가의 건전성을 측정하는 더 중요한 지표로 여겨집니다.
채권 시장에서 위험 관리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채권을 사는 순간 투자자는 채권 가격 하락 위험에 노출됩니다. 채권 가격 하락 요인은 크게 이자율이 오르거나(이자율 위험) 스프레드가 커지는 경우(크레딧 리스크)입니다. 이자율이 올라서 발생하는 채권 가격 하락 위험은 선물(futures) 같은 파생상품을 이용해서 헤지할 수 있습니다. 스프레드 확대 위험은 CDS로 해결하면 됩니다.
또 채권 투자자는 CDS를 이용해서 포트폴리오의 크레딧 익스포저를 관리할 수 있습니다. 만약 크레딧 스프레드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즉 신용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면 크레딧 익스포저를 늘리면 됩니다. 반대라면 크레딧 익스포저를 줄여야겠죠.
▶실제 일반 투자자가 CDS거래를 할 수도 없거니와 할 일도 없을테니, 그럼 이제 다시 CDS프리미엄 급등이 의미하는 위험에 대해 이야기해보죠.
일단 CDS프리미엄을 이야기할 때 주로 5년물을 언급합니다. 여기엔 다 이유가 있습니다. CDS계약의 준거자산(reference obligation)인 채권은 1년물도 있고 2년, 3년, 5년, 10년 등 다양합니다. 그 가운데 만기 5년이 준거자산의 부도확률을 상대적으로 가장 잘 나타내 줍니다.
2년 이하 단기물은 정책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죠. 때문에 준거자산의 부도 가능성에 잡음이 섞이게 됩니다. 반대로 10년 이상 장기물은 채권의 부도확률과 함께 중장기 매크로 변수가 개입됩니다. 1~5년 사이의 CDS가 전체 거래의 절반을 넘게 차지하는 것도 5년물이 CDS의 대표성을 갖게 하는 이유입니다.
한가지 명심할 건 CDS프리미엄은 상대적이란 것입니다. 절대적인 레벨을 갖고 기업 혹은 국가의 파산 가능성을 말할 수 없습니다. 과거 레벨과 비교, 경쟁 기업과 격차 등을 따져봐야 합니다.
▶이제 미국 CDS프리미엄을 볼까요. 미국 CDS를 확인해야 하는 것 자체가 일단 어마어마한 일이죠. CDS는 누차 말씀드렸든 ‘부도’와 관련된 파생상품이니까요. 세계 제1의 경제대국 미국과 부도라는 말이 참 안어울리죠.
특히 미국 1년물 CDS프리미엄은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금융위기 때보다 최근 더 높게 올랐습니다. 미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된 2011년 때와 부채한도 협상 문제로 실제로 연방정부가 셧다운된 2013~14년 당시보다도 높습니다. 물론 5년물 CDS프리미엄도 급등했습니다. 다만 1년물이 훨씬 더 극적으로 뛰어올랐습니다.
이 같은 기간에 따른 차이는 CDS의 준거자산인 미 국채 금리에서도 포착됩니다. 1개월, 3개월물 금리는 5%를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반면 10년물은 3.5% 안팎에 머물고 있죠.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경기침체 시그널로 여겨온 3개월-10년물 금리 역전이 이어지는 상황입니다.(전통적인 경기침체 시그널인 2년물-10년물 금리는 진작에 역전됐죠)
이게 좀 흥미롭지 않나요? 만약 디폴트가 진짜 걱정되는 문제라면 장기 금리든 단기 금리든 급등해야 합니다. 즉 채권가격은 만기에 상관없이 곤두박질쳐야 한단 것이죠. 발행주체가 미국 정부로 동일한데 만에 하나 진짜 디폴트가 나 버리면 어떤 채권이든 쓸모가 없어지니까요.
금리 차별화를 거칠게 설명하면 이런 셈입니다. 미국 정부가 3개월만 돈 좀 빌리자고 하는데(3개월물) 시장이 외면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3개월물 가격은 계속 싸집니다(=금리 급등). 반면 경제성장 우려는 커지고 안전자산 선호는 강화되면서 10년물 금리는 오히려 떨어지거나 최소한 오르진 않죠.
CDS와 단기 금리만 디폴트 리스크를 반영한 상황인 것입니다. 디폴트라는 실제 리스크가 걱정되는 시장 참여자만 헤지 수요가 있는 것이죠.(실제 주식시장은 별다른 동요가 없습니다. 공포지수라는 VIX는 20선 아래에서 평온한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당장은 은행 위기에 대규모 자금이 유입된 MMF가 디폴트 시점인 ‘X-date’를 앞두고 단기 국채를 던지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좀더 근본적으로는 미국의 어마어마한 재정적자 규모와 늘어나는 속도를 주시해야 합니다. 저는 이게 진짜 무서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미 의회예산국(CBO)은 올해 연방정부 재정적자가 1조5000억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종전보다 약간 상향조정한 것으로, 우리 돈으로 2000조원이 넘습니다. 지난해 적자규모(1조3759억달러)보다 더 늘어날 것이란 우울한 전망입니다.
그런데 더 심각한 건 예상보다 적자가 더 심각하단 것이다. CBO에 따르면 올해들어 벌써 1조1000억달러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연간 적자가 1조5000억달러일 것으로 예상했는데 벌써 1조1000억달러 적자를 본 것이다.
그럼 미국 정부는 국채를 발행해 적자를 메워야 합니다. 미국 연방 재정은 지난 2002년 이후 20년 간 매년 적자를 이어왔기 때문에 사실 새로울 게 없습니다.
문제는 국채를 받아줄 곳이 없단 것입니다. 즉 미국에 돈을 빌려줄 사람이 없단 것입니다.
연준은 오히려 미 국채 매입 규모를 줄이는 양적긴축을 지속하는 상황입니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일본도, 유럽연합(EU)도 미 국채를 사들일 형편이 못 되죠. 미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중국은 내다 팔지만 않으면 오히려 다행인 상황입니다. 위 표를 보시면 알 수 있듯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전세계 부채는 코로나19를 겪으며 급증했습니다.
2011년 미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전례없는 위기 때보다 CDS프리미엄이 더 높아지는 상황이 그러고보니 마냥 이해가 안되는 건 아니네요.
김우영 기자/CFA
#헤럴드경제에서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CFA 자격증을 취득한 뒤 CFA한국협회 금융지성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정보를 알기 쉽게 전달해야 하는 기자로서 사명감에 CFA의 전문성을 더해 독자 여러분께 동화처럼 재미있게 금융투자 뉴스를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