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차 노원경찰서 SPO 김미래 경장
SPO 특채 입직…“‘두드리면 열린다’가 신조”
“심리학도 출신으로 학폭 피해학생들에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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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도망쳤다고 추적하기를 중단합니까?” 범죄부터 체포까지, 대한민국 경찰들의 끝나지 않는 ‘붙잡을 결심’을 소개합니다.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청소년들에게 다가갈 때 항상 이렇게 각오해요.” 올해로 5년째 학교전담경찰관(SPO·School Police Officer)을 맡고 있는 김미래 노원경찰서 경장이 말했다. 김 경장은 “경계심이 강한 위기 청소년들 같은 경우 마음을 완전히 열기까지 최소 1년, 길게는 3년까지 보고 다가간다”고 했다.
김 경장이 SPO로서의 꿈을 키운 건 심리학을 공부하던 대학시절부터다. 10여년 전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켰던 ‘대구 학교폭력 피해 중학생 사망 사건’ 등을 접하며 피해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이에 2018년 SPO 특채로 입직한 김 경장은 현재 노원구 관내 14개 학교를 맡아 학생들을 관리하고 있다.
타인의 마음을 읽는 것이 특기인 김 경장에게도 학생들에게 다가가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학교폭력 피해 학생을 보호하는 것부터 가해 학생을 선도하는 것까지 사안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김 경장은 “특히 범죄에 연루된 학생들은 경계심이 심하고, 면담을 위해 만나자고 약속을 해도 취소되는 일이 많다”며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잘 지내느냐’는 등 수년에 걸쳐 꾸준히 연락하다 보면 언젠가는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타이밍에 먼저 연락해오는 일도 있다”고 했다.
김 경장은 입직 초기 “친구들과 다퉈서 힘들다. 극단적 선택을 하고 싶다”는 신고를 했던 여고생과의 상담을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로 꼽았다. 김 경장은 “학생을 직접 만나 왜 친구들과 싸웠는지, 왜 힘든지 이야기를 들어준 후 몇 차례 안부 연락을 주고받다 결국 친구들과 화해했다고 해 자연스레 연락이 끊겼다”며 “이후 고등학교 3학년 대상 범죄예방교육을 나갔는데 강의 후 한 학생이 찾아와 ‘그때 그 학생’이라며 경찰관의 상담을 받고 치유가 돼 자신도 대학 상담학과에 진학했다는 소식을 알려왔다”고 했다. 김 경장은 이어 “단순 상담만으로도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했던 학생이 좋은 방향으로 변화한 모습을 보고 뿌듯했다”고 덧붙였다.
위기 학생뿐 아니라 소위 ‘문제아’로 꼽히는 학생들에게 다가가는 일 역시 조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시대를 가리지 않고 청소년 사이에서 나타나는 ‘가출팸’의 경우 더욱 그렇다. 가출팸은 위기 청소년 여럿이 모여 무인상점 등에서 노숙하며 절도 등 범죄까지 일으키는 경우가 많아 SPO들의 주된 관리 대상이다. 뿐만 아니라 ‘잠자리를 제공해주겠다’며 접근하는 성인에게 성범죄 피해를 보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을 문제적 대상으로만 판단해선 안 된다는 게 김 경장의 생각이다. 김 경장은 “집에 들어가지 않고 상습적으로 가출을 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은 가정에서 보호받지 못한다는 것”이라며 “대개 가정 내 불화가 있거나 편부모가정 등 열악한 상황이 많았다”고 했다. 이 중 범죄를 일으킨 경우 우범 송치 조치를 하지만 김 경장의 선도로 마무리하기도 한다. 우범소년 송치제도는 성격이나 환경에 비춰 범죄를 저지를 우려가 큰 청소년을 경찰서장이 직접 소년보호시설에 위탁하거나 소년원에 송치하는 것을 뜻한다.
김 경장은 “문제를 너무 많이 일으켜 경찰서 모든 직원이 얼굴을 알 정도였던 학생도 있었는데 3년에 걸쳐 꾸준히 부르며 선도한 끝에 ‘저, 이제 공부하겠습니다’라며 검정고시 지원을 요청해온 일도 있었다”고 했다.
SPO로서 김 경장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질은 ‘공감’이다. 김 경장은 “친구들과 싸웠다는 이유로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했던 여고생처럼 어른들이 보기엔 아무렇지 않아도 청소년에겐 심각한 일일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