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1분기 실적 발표
상반기는 암울…하반기 개선 기대감은 ↑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다가올 호황기 만반의 준비”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이번 반도체 불황기의 골이 깊었던 만큼 다가올 호황기의 개선폭은 클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만반의 준비를 갖추겠다.”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규모의 분기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예상되는 업황 개선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겠다고 밝혔다. 생성형 AI 서비스에 필수 제품으로 꼽히는 HBM(고대역폭 메모리)와 DDR5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실적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전분기 대비 재고 늘어…2분기 가격 반등도 불투명”
SK하이닉스의 올해 1분기 매출은 5조원을 겨우 넘기며 전년 동기 대비 58% 급감했다. 2016년 3분기(4조 2436억원) 이후 7년만에 최저 수준이다.
전반적인 반도체 업계 불황으로 주력 제품인 D램과 낸드플래시 재고 증가가 계속됐고, IT기기 수요 둔화가 계속되며 가격 하락세도 이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는 26일 진행된 올해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컨콜)에서 “올 1분기 D램 출하량은 전 분기 대비 약 20%, 낸드플래시는 10% 중반 가량 감소했다”며 “감산에도 불구하고 큰 폭의 판매량 감소로 완제품 재고는 D램, 낸드 모두 전분기 대비 증가했다”고 밝혔다.
전례없는 수준의 반도체 불황에 올해 상반기 실적은 암울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이번 불황에서) 메모리 업계는 과거 어느때보다 재고 수준이 심각하다”며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이익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믿었던 D램마저도 업계 전반적으로 1분기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낸드 적자폭도 더욱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2분기에도 (메모리 반도체) 가격의 급격한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적자 컨센서스(시장 전망치)는 3조3282억원이다. 불과 3개월 전에는 1조원 후반대의 적자가 예상됐지만, 반도체 한파가 예상보다 길어질 거란 전망이 나오면서 적자 예상폭이 커졌다. 연간 적자 예상치도 10조 7242억원로 집계된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예상은 연초보다 낮아진, D램은 한 자릿수 중후반, 낸드는 10% 중후반 성장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하반기 업황 개선 기대감에 주가 장중 4% ↑
다만 2분기 부터 메모리 감산 효과가 가시화 되면서 하반기에는 불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모든 공급업체가 감산에 돌입하고 이에 따른 영향은 2분기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올해 중에는 재고 정상화가 기대된다”며 “3분기부터 시황이 개선될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앞서 삼성전자가 감산을 공식화한 이후, D램과 낸드플래시 현물가의 하락세는 멈춘 상황이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DR4 16기가비트(Gb) 2600’ D램의 현물 가격은 3.235달러로 집계됐다. 지난 11일 전일 대비 0.78% 오른 후 꾸준히 유지되는 모양새다. 이 제품의 현물 가격이 전날보다 상승한 건 지난해 3월 7일 이후 처음이다. 통상 기업간 거래 기준이 되는 고정거래가격은 현물 가격을 따라가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3~4개월 내 D램 가격 하락세가 둔화될 거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이날 1분기 사상 최대 영업손실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장중 주가가 4% 가까이 상승했다. 시장 전망치에 부합하는 성적을 내면서 시황이 저점을 지나고 있으며 하반기 시장이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가올 호황기, HBM3 등으로 만반의 준비”
SK하이닉스는 HBM(고대역폭 메모리), DDR5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다가올 호황기를 준비하겠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수요 성장을 견인할 HBM, DDR5 제품 등의 성장을 위한 투자는 집행해 하반기 및 내년 성장에 대비할 계획”이라며 “연내 D램 1b 나노와 238단 낸드의 양산성 확보를 통해 시황 개선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겠다”고 강조했다.
HBM은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리는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로,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에 필수적인 제품으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유일하게 4세대 제품인 HBM3를 양산하고 있는 공급자로, 시장에서 과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SK하이닉스는 “AI 서버 출하량은 최대 40% 이상까지 5개년간 성장할 수 있고, D램과 낸드플래시는 30% 이상 성장동력이 있다고 본다”며 “올해 DDR5는 6배, HBM도 50% 이상 성장이 예상되며 대부분 수주도 끝났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