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외국계 증권사인 SG(소시에테제네럴)증권에서 촉발된 매도 폭탄 여파가 국내 증시를 뒤흔들고 있다. 일각에서 제기한 주가조작 세력 개입 의혹에 ‘빚투(빚내서 투자) 뇌관’이 터진 게 아니냐는 지적 등 시장 불안감이 뒤엉켜 커지고 있다. 이틀 연속 '하한가'에 묶인 일부 종목들이 속출하자 개인투자자들의 ‘패닉 셀링’(공포에 따른 투매)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모든 가능성을 고려해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SG증권 창구에서 쏟아져 나온 매물 폭탄으로 하한가를 기록한 8곳 중 6곳(서울가스·대성홀딩스·삼천리·세방·다우데이타·선광)은 이틀 연속(24~25일) 가격제한선까지 급락했다. 이들 종목이 이틀 연속 하한가를 기록한 이유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차액결제거래(CFD) 계좌 매도 폭탄에 대한 다양한 추측이 나오지만, '과도한 차입 투자'가 후폭풍을 키웠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들 종목은 신용거래 비중이 높다는 공통점이 있던 만큼, '반대매매' 우려도 강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반대 매매'는 주가가 폭락한 이후 실제 결제일에 증거금이 부족하면 실행된다. 특히 코스피보다는 개인투자자 수급 영향이 더 큰 코스닥이 레버리지 위험에 민감하다. 추가 하락 우려가 커지면서 반대매매가 실행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이틀 연속 하한가를 맞은 6곳의 상위 매도 창구를 보면 SG증권이 아닌 타 증권사들이 이름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SG증권이 선광(2위)과 다우데이타(9위)의 상위 창구에 속했는데 이는 전날 소화되지 않은 매도 물량을 또다시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추가 매도 물량이 남아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신용융자 비율이 높은 종목이 표적이 됐다는 분석에 '패닉 셀링' 현상도 나타났다. 특히 2차전지를 중심으로 한 '빚투' 우려가 컸던 만큼, 연초 이후 급등한 포스코퓨처엠(-4.40%) 에코프로비엠(-6.46%) 엘앤에프(-5.40%) 모두 5% 안팎의 내림세를 보였다.
금융투자업계는 올 들어 빚투가 크게 증가한 만큼, 후유증이 커질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24일 기준 신융거래융자 잔고금액은 20조432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6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또한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서 신용잔고율이 10% 이상인 종목 수는 21개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 9개에서 곱절 이상으로 불어난 규모다.
최근 증권사들은 신융거래에 대한 증거금 비율을 높이거나 일부 종목의 신규대출을 중단하는 조치에도 나섰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1일부터 신용융자 신규 매수 주문과 예탁증권담보대출 신규 대출이 일시적으로 중단됐다. 키움증권은 신용융자 유형 가운데 '키움형 대용'의 현금 비율을 높였다. 기존 5%에 15%로 현금 비율을 높이고, 대용 비율은 40~55%에서 30~45%로 낮췄다.
금융당국도 SG증권을 통해 매도 물량이 쏟아진 경위와 주가조작 관련성 등을 모두 조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남부지검 역시 주가조작 연루 의심자 다수를 출국금지하고 사실 관계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임원회의에서 “불공정거래 혐의 개연성이 있는 종목에 대해서는 신속히 조사에 착수해 엄단하라”고 지시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25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CFD에서 원인 제공이 있다면 당연히 분석하겠지만 아직까지 (표면적으로는) 신용융자에 따른 문제(반대매매)와도 크게 다를 게 없는 상황"이라며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