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화재 합친 ‘원메리츠’ 공식출범…“기존 틀 깨고 새로운 100년 향해 출항” [투자360]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메리츠금융지주(대표 김용범)는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 25일 단일 상장사로서 그룹의 ‘원 메리츠(One Meritz)’를 출범시켰다.

메리츠금융지주 아래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이 완전 자회사로 편입되고 지주만 상장사로 남는 지배구조 개편이다. 코스피 저평가 이유로 거론되며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쪼개기 상장’과 정반대의 행보로 한국 자본시장에 큰 경종을 울린 사례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메리츠금융지주는 증권과 화재를 상장폐지하고 지주 아래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는 포괄적 주식교환을 공시했다. 지난 2월 메리츠화재의 상장폐지는 완료됐으며 이날 메리츠증권의 주식이 상장폐지 되면서 주식교환 절차가 마무리됐다.

‘원 메리츠’ 이후 메리츠금융그룹의 효율 경영 행보는 더욱 빨라질 예정이다. 기존 그룹 내 3개의 상장사가 있는 체제에서는 내부통제, 법규준수 등의 이슈로 핵심 투자기회를 놓치거나 중요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등의 어려움과 함께 계열사 임직원 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에도 제약이 있었다. 반면, 지배구조 개편 후에는 효율적인 자본 배분을 바탕으로 사업 대부분의 권한을 계열사에 맡기고 중요한 이슈에 대해 함께 논의하는 유기적인 조직으로 탈바꿈할 것이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안은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의 ‘경영권 승계 포기’라는 통 큰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난해 말 기준 메리츠금융지주 지분 75.81%를 보유하고 있는 조 회장의 지분율은 주식교환으로 인해 47%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 대기업들이 문어발식 중복상장을 통해 최대주주의 지배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지배구조를 바꾸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의 행보다. 조 회장은 “기업을 승계할 생각이 없고, 약간의 지분 차이나 손실은 괜찮다”며 “경영효율을 높이고 그룹 전체의 파이를 키워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방향으로 가보자”고 말했따.

그간 재벌 오너 이익을 위한 대기업들의 쪼개기 상장으로 인해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자본시장에서 비일비재했다. 이러한 가운데 대주주 지분율이 50% 이하로 떨어지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3개 상장사를 하나로 합치는 정반대의 이른바 ‘거꾸로 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한 것이다. 이러한 메리츠금융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 주주환원 정책은 투자자들에게 크게 환영받았다.

조 회장은 ‘대주주의 1주와 개인 투자자의 1주는 동등한 가치다’라고 항상 강조하고 있다. 이는 1주의 가치는 모두 똑같다는 메시지로 주주(stockholder·株主)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대주주의 지분에 대해 불법적인 금전적 혜택이나 지분을 넘어서는 경영권, 승계에 대한 이해충돌의 소지를 제거하고 깨끗하고 투명하게 주주 권한을 부여한다는 의미다.

증권·화재 합친 ‘원메리츠’ 공식출범…“기존 틀 깨고 새로운 100년 향해 출항” [투자360]

메리츠금융지주의 중기주주환원 정책 발표도 주주들에게 크게 환영받고 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2023년 회계연도부터 중장기적으로(3년 이상)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의 50%를 배당과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을 통해 주주에게 환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자사주 매입과 소각은 발행주식 수를 줄여 주당순이익을 증가시키는 선진화된 주주가치 제고 방안이다. 애플, 알파벳 등 선진국 상장사들은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삼성물산, SK그룹, 현대차그룹 등 국내 대기업들도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발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메리츠금융그룹은 이에 앞서 이미 2021년부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적극 활용하며 우리나라의 주주환원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미국에서 가치투자와 주주행동주의로 알려진 자산운용사 돌턴 인베스트먼트는 지난 1월 메리츠금융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 주주 친화적 행보를 높이 평가하는 공개 서신을 보내기도 했다. 돌턴은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한 경영진의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며 “이는 사업 효율성을 높이고 이해충돌을 줄이며, 투자자들의 투자 매력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들은 “연결 순이익의 50%를 자사주 매입과 배당을 통해 주주에게 환원하겠다는 메리츠의 발표는 경영진이 효과적인 자산 배분에 대해 명확히 이해하고 있다는 점을 증명한다”고 평가했다.

메리츠금융그룹은 올 1월 초 롯데그룹과 롯데건설 채권 매입을 위한 1조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성했다. 메리츠증권 주간으로 메리츠금융그룹은 선순위로 9000억원, 롯데그룹이 6000억원을 출자하는 구조다. 롯데그룹은 자금유치를 통해 롯데건설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자금시장 경색으로 비롯된 시장의 우려를 해소했다.

이번 투자는 자본시장의 실물경제 지원 강화라는 글로벌IB 본연의 업무를 충실히 수행했다는 점에서 한국형IB의 대표 사례로 꼽히고 있다. 메리츠금융그룹이 국내 대표 IB답게 다양한 경제적 환경에서 발생하는 금융 니즈에 대한 맞춤 솔루션을 시의적절하게 제공한 것이다. 최근 유동성 경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업에 대한 지원은 자본시장의 실물경제 지원 기능 강화라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 도입의 취지와 금융사의 자발적 공적 기능 수행이란 역할에 부합하는 대표적인 사례란 평가다.

메리츠화재는 1922년에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손해보험회사이자 보험업계 최초로 지난해 창립 100주년을 맞이한 국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보험사이다. 메리츠화재가 걸어온 100년이 곧 대한민국 보험의 역사인 셈이다.

메리츠화재는 국권 침탈 이후 일본보험사가 주를 이루던 시기인 1922년에 민족자본을 기반으로 조선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란 사명으로 설립됐다. 조선화재해상보험은 일본보험사의 틈바구니에서도 1935년 경성의 명물이었던 태평로 사옥을 짓는 등 그 명맥을 이어갔으며, 이후 1950년 동양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로 사명을 변경했다. 1956년 보험업계 최초이자 국내 60번째로 대한증권거래소에 상장(00060)했으며, 1967년에는 한진그룹에 편입되었다. 2005년 한진그룹에서 계열 분리 후 ‘제2의 창업’이란 정신으로 사명을 메리츠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로 변경하는 동시에 현재의 강남사옥으로 이전했다.

메리츠(Meritz)는 merit(혜택, 장점)에 복수형 어미를 붙여 ‘더 우수하고 장점과 혜택이 많은 보험회사’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소비자 가치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더 많은 혜택으로 보답하고자 하는 기업 이념이 사명에 반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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