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20조↑…사기 우려·역전세난 영향
내년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중단 우려도
“보증배수 상향·재정건전성 확보 추진”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지난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잔액이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긴 것으로 19일 드러났다. 최근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극닥전인 선택이 잇따르는 등 깡통 주택, 전세 사기 등 피해 우려에 반환보증 가입자들이 폭증하고 있어 재무 부담이 커진 HUG의 반환보증이 중단될 가능성까지도 제기된다.
HUG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잔액은 약 104조7641억원으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100조원을 넘긴 것도 사상 처음이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잔액은 2020년 말 기준 63조원, 2021년 말 기준 85조원으로 꾸준히 늘었는데 지난 1년 사이에 무려 20조원이나 불어났다.
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은 전세 계약 기간이 끝났을 때 세입자가 보증금을 지키기 위해 가입하는 보증상품이다. 임대인에게 떼인 전세금을 HUG가 대신 지급(대위변제)하고 나중에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받아내는 방식이다. 보증 대상 전세보증금은 수도권은 7억원, 그외 지역은 5억원 이하다. 전세 계약기간의 절반이 지나기 전까지 신청할 수 있다.
1년 새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잔액이 급증한 것은 전국적으로 전세 사기 우려가 커진 가운데 전셋값 하락세까지 겹치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까 걱정한 세입자들이 적극 가입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런 가운데 HUG의 보증 잔액이 급증하며 반환 보증이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행 주택도시기금법에 따르면 HUG는 전체 보증 규모가 자기자본의 60배를 넘겨선 안 된다. 보증배수가 60배 넘게 늘어날 경우 HUG의 전세금 반환보증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보증배수가 54.4배까지 올라왔다.
HUG는 전세보증 대위변제 증가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로 자기자본이 축소되면 보증배수가 올해 말 59.7배, 내년 말에는 한도를 초과하는 66.5배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예상대로면 보험 운용이 중단될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이에 현재 국회에는 HUG의 보증 총액 한도를 자기자본의 70배로 늘리는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다만 HUG 관계자는 “보수적으로 모든 악조건을 상정했을 때 내년 중 전세금 반환보증이 중단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라며 “법령 개정을 통한 보증배수 상향, 채권 회수 등을 통해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세 사기가 잇따르며 HUG가 집주인 대신 갚아준 전세금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관련 보증사고 건수는 5443건으로 전년(2799건)보다 두배 가까이 늘었다. HUG가 실제로 집주인을 대신해 갚아준 대위변제액도 2021년 5040억원에서 지난해 9241억원으로 불어 역대 최대였다. 올해도 부동산 경기 침체 속 깡통 전세, 역전세난 현상이 겹치며 HUG의 대위변제액이 1조원을 넘길 가능성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