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공채 개그맨 출신 고동수 순경
‘웃찾사’ 폐지 후 찾은 새로운 꿈
“사람 좋아한다면 자질 충분” 현직 조언에 도전
“치매 노인 가족에 인계해줬을 때 환히 웃던 모습 기억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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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도망쳤다고 추적하기를 중단합니까?” 범죄부터 체포까지, 대한민국 경찰들의 끝나지 않는 ‘붙잡을 결심’을 소개합니다.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웃음을 주는 직업이란 점에선 개그맨과 경찰이 똑같습니다.” 3년 간의 개그맨 생활을 마무리하고, 올해로 경찰 공무원 3년차를 맞은 고동수 성남중원경찰서 순경이 말했다.
SBS 공채 개그맨 14기 출신인 고 순경이 새로운 꿈을 가지게 된 건 우연한 기회였다. 개그 프로그램 ‘웃찾사(웃음을 찾는 사람들)’가 2017년 폐지된 후 미래에 대한 불안을 느끼던 때, 현직 경찰이던 친구가 해온 조언 덕분이다. 고 순경은 “사람 만나길 좋아하고 활발하다는 것만으로도 경찰로서의 자질은 충분하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꼬박 2년 간의 치열한 준비 후 2020년 임용된 고 순경은 성남중원서 교통안전계 근무를 거쳐 현재 상대원2파출소에서 근무 중이다.
언뜻 개그맨과는 양극단에 있는 듯 보이는 경찰로서의 생활에 대해 고 순경은 “실제로는 비슷한 점이 많다”고 했다. 우선 ‘웃음’을 준다는 점에서 그렇다고 한다. 범칙금 부과 처분, 형사 입건 등 경찰은 ‘시민들을 처벌하는 존재’라고만 여겨왔던 고 순경의 인식이 가장 달라진 지점이다.
그는 “길을 잃은 치매 노인을 가족들에게 인계해줬을 때 가족들이 너무 다행이라며 환하게 웃던 모습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했다. 지난해 추운 겨울 어느 날 새벽 2시께, 한 노인이 무릎에 피를 흘리며 혼자 돌아다니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을 때다.
노인은 맨발에 반팔 티셔츠만 입은 채로, ‘가족에게 줘야 한다’며 양손에 이불을 들고 있었다.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는 말에 노인과 함께 거주지로 향했지만 정작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다른 지역에 살고 있던 가족들은 고 순경의 연락에 바로 달려와 연신 ‘고맙다’며 인사를 해왔다.
이처럼 고 순경은 경찰로서 시민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 가장 보람을 느낀다. 전국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지난해 여름, 밤새 도로에 쏟아진 흙더미를 치우고 고장난 신호등을 수리한 날 역시 고 순경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고 순경은 “아침까지 해결을 하지 않으면 시민들이 출근을 할 수 없는 긴박한 상황이었다”고 회상했다.
시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는 것 역시 개그맨과 경찰의 비슷한 점이다. 특히 현장에서 교통법규 위반을 단속할 때 시민들에게서 가장 먼저 나오는 반응은 ‘억울하다’는 것이다. 고 순경은 “현장에서 교통법규 위반 등을 단속할 때 원칙보다 중요한 건 소통”이라며 “사연이 없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무조건 원칙만 앞세우기보단 때론 공감하고 설득도 하면서 다가가야 한다”고 했다.
고 순경은 최근 ‘스쿨존(어린이 보호구역)’ 속도 위반 단속에 주력하고 있다. 이달 대전 둔산동에서 만취 상태로 운전하던 60대가 초등학생을 들이받아 숨지게 하는 등 스쿨존 사고가 잇따르면서다. 인터뷰가 진행된 이날도 관내 한 초등학교에서 교통안전교육을 진행하고 왔다는 고 순경은 “음주운전을 하는 사람들은 스쿨존이든 일반 도로든, 밤이든 낮이든 가리지 않는다”며 “어른들이 교통법규를 잘 지켜서 아이들이 안심하고 다닐 수 있어야 하는데, 아이들에게 ‘조심히 다녀야 한다’고 교육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고 순경은 앞으로 개그맨 출신이라는 색다른 이력을 경찰 조직 내에서 살리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고 순경은 “아직은 신입이라 경찰 조직 안에서 다양한 경험을 더 쌓고 싶다”면서도 “시간이 더 지난 뒤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아직은 시민과 먼 사이인 경찰이 보다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