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내려놨나?” 日, 불닭·허니버터까지 대놓고 베낀다 [식탐]
한국 라면·스낵과 유사한 일본 업체의 생산 제품들[업체 홈페이지]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라면 종주국’ 일본이 게센 한류 열풍에 자존심을 살짝 내려놓은 듯하다. 일본의 대표 라면회사 닛신식품이 삼양의 붉닭볶음면과 유사한 제품을 출시해 논란이 일고 있다.

닛신은 세계 최초 인스턴트 라면을 개발한 기업으로, 과거 6.25 전쟁 후 라면 제조 기술을 전수해 달라는 삼양식품의 부탁을 ‘거절’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거꾸로 삼양라면을 베낀다는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까르보 불닭’ 맛에 한국어로 ‘볶음면’ 표기까지

“자존심 내려놨나?” 日, 불닭·허니버터까지 대놓고 베낀다 [식탐]
일본 닛신식품은 삼양식품 ‘까르보 불닭볶음면’과 비슷한 ‘U.F.O 볶음면 매콤달콤한 까르보나라맛’을 내놓았다. [업체 홈페이지]

닛신이 3월 20일 내놓은 라면은 ‘U.F.O 볶음면 매콤달콤한 까르보나라맛’의 컵라면과 봉지 라면 두 가지다. 닛신식품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제품은 치킨과 고추장의 풍미, 치즈의 부드러운 감칠맛을 살렸으며, 일본 사람들이 먹기 편하도록 단 맛과 매운 맛을 조절했다. 닛신은 제품 캐릭터 ‘초라이온’에 대해 소스의 ‘강렬한 매운 맛’을 힘의 상징인 ‘사자’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핑크빛 포장과 맛의 특징은 삼양식품 ‘까르보 불닭볶음면’이 자연스레 떠올려질 정도로 유사하다. 더욱이 포장지에는 한국어로 ‘볶음면’이라는 글자까지 크게 적혀있다. 삼양식품 측은 제품명이 달라 상표권만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다양한 대응방안을 모색중이라는 입장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도쿄지사의 김현규 과장은 “일본에서는 신라면의 꾸준한 판매와 더불어 불닭볶음면의 인기가 높으며, 최근에는 한국에서 유행중인 K-로제소스(고추장에 크림 등을 섞은 소스)에 대한 관심도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온라인쇼핑몰 큐텐재팬(Qoo10 Japan)이 최근 발표한 '한국 라면 판매 TOP 5'에서 삼양 불닭볶음면 시리즈는 1위에서 4위까지를 모두 차지했다.

그렇다면 이번 닛신의 볶음면에 대한 현지 반응은 과연 어떨까. 김현규 과장은 “일단 유명 유통매장에 제품이 다량 입점돼 있다. 핑크빛 패키지도 이목을 끌고 있으며, 맛은 현지 입맛에 맞게 매운 맛이 잘 조절됐다는 평”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소비자 커뮤니티에서도 ‘먹고 싶은 야키소바(국물없는 라면) 순위’에서 상위권에 랭킹되는 등 화제성이 높다”고 했다. 다만 평소 한국의 불닭볶음면을 즐겨먹는 현지인들은 “매운 맛이 약하고 단 맛이 강하다”는 의견을 보인다고 전했다.

“자존심 내려놨나?” 日, 불닭·허니버터까지 대놓고 베낀다 [식탐]
(왼쪽부터) 닛신의 ‘카라멘’, ‘돌솥 비빔밥 맛’ 컵라면과 해당 라면에 밥을 비벼먹은 모습[닛신 홈페이지·야후뉴스 캡처]

자부심이 높았던 닛신의 뜻밖의 ‘한국풍 라면’은 최근 지속적으로 출시됐다. 이번 볶음면에 앞서 닛신이 선보였던 ‘카라멘’ 라면은 김치, 마늘, 된장을 넣어 한국식 맛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돌솥 비빔밥 맛’의 컵라면도 내놓았다. 일본 야후뉴스는 지난해 12월 21일 ‘닛신 컵누들 라인, 한국 맛 컵라면 계속해서 발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해당 라면이 고추를 활용한 매운 맛 스프에 조리 마지막에는 동봉된 ‘고추장 오일’을 넣고 한국식 풍미를 자아냈다고 설명했다. 재료에는 배추김치, 숙주나물, 파, 계란과 다진 돼지고기가 들어간다. 특히 뚜껑에는 ‘밥과 함께 비벼 먹으면 더 맛있습니다’라는 문구로 돌솥비빔밥의 느낌을 살렸다.

‘허니버터칩 아니야?’… 스낵·닭강정·꽈배기 등 편의점도 한국식 열풍

“자존심 내려놨나?” 日, 불닭·허니버터까지 대놓고 베낀다 [식탐]
해태제과 ‘허니버터칩’(왼쪽), 한국말로 ‘허니버터 감자 스틱’으로 적힌 일본 아지겐사의 스낵(오른쪽)[업체 홈페이지]

일본 대기업에 부는 ‘한국 베끼기’ 바람은 라면 만이 아니다. 일본 식품업체 아지겐사는 한국에서 유행한 식품들을 현지 입맛에 맞추어 개발, 판매하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이 ‘허니버터 감자 스틱’이다. 노란색 바탕에 꿀·버터를 그린 포장지부터 해태제과 ‘허니버터칩’과 닮았다. 이 제품 역시 ‘허니버터 감자 스틱’이라는 한글어가 표기돼 있다. 아지겐사는 지난해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끈 한국식 마늘빵을 스낵에 활용하기도 했다. 제품에는 한국어로 ‘마늘빵’이 적혀있다.

한국 간식의 인기는 일본 편의점도 점령했다. 현지 매체 모델프레스에 따르면, 편의점 로손에서는 현지업체가 생산한 꽈배기와 비슷한 빵이 ‘꽈배기’라는 한국어 이름으로 판매중이다. 쌀가루를 이용한 쫄깃한 식감의 빵으로, 설탕이 뿌려져 있다. 이 외에도 한국식 닭강정을 맛볼 수 있는 냉동제품도 인기다. 한국 닭강정에 치즈를 올려서 만든 현지 업체의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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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방향으로) 일본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꽈배기빵, 한국식 닭강정, 마늘빵 [업체 홈페이지]

식품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우리나라 업체들이 주로 일본 제품을 모방해 개발하기도 했으나, K-푸드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이제는 일본 대기업들이 한국 제품을 카피할 정도로, 한국 식품들이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고 말했다.

aT의 김 과장은 “최근 일본 대기업들이 자국민 입맛에 맞춘 한국식 음식들을 속속 개발해 판매중이다. 이는 수출 시장에서 가장 어려운 경쟁자가 될 수 있으므로, ‘한국산’을 강조하는 마케팅 전략과 적절한 대응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라고 전했다.

“자존심 내려놨나?” 日, 불닭·허니버터까지 대놓고 베낀다 [식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