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바 환전’ 보이스피싱 일당 검거한 강북서 지능팀

“CCTV 200대 분석해 추적·미행…나타난 순간 ‘반갑다’”

“보이스피싱 고도화·지능화…결국은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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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도망쳤다고 추적하기를 중단합니까?” 범죄부터 체포까지, 대한민국 경찰들의 끝나지 않는 ‘붙잡을 결심’을 소개합니다.

“결국은 잡힌다” ‘골드바 환전’ 보이스피싱 일당 검거한 유석희 경사 [붙잡을 결심]
서울 강북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소속 유석희 경사. 박혜원 기자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잠복 중에 10대 수거책 2명이 동시에 나타난 순간, ‘반갑다’ 생각부터 들었죠.”

서울 강북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소속 유석희 경사는 15일 헤럴드경제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강북서 지능팀은 최근 원팀으로 ‘골드바 환전’ 보이스피싱 일당 12명을 검거했다. 이들은 저금리 대환 대출을 빙자해 피해자들에게 가로챈 돈 4억여원으로 골드바를 산 뒤, 이를 다시 현금으로 환전하고 해외에 보내는 등 4차례에 걸쳐 돈세탁을 벌였다. 거액의 범죄금을 은행에서 현금으로 인출하다 잡히는 일을 피하기 위한 방식이다. 특히 이번 사건은 10대 고등학생 2명까지 수거책으로 가담해 더욱 충격을 안겼다.

3개월여 간에 걸친 수사 중 유 경사가 가장 골머리를 앓았던 지점은 10대 수거책 검거였다. 폐쇄회로(CC)TV 200여대를 분석해 용의자 2명의 신상과 주거지를 특정했지만 검거는 쉽지 않았다. 섣불리 1명만 검거했다간 나머지 1명이 도주할 수 있어, 동시에 검거해야 했기 때문이다. 잠복 중 눈앞에 용의자가 나타났음에도 아쉽게 보내야했던 순간도 적지 않았다. 유 경사는 “10대 용의자 2명이 만나는 모습을 포착하자마자 곧바로 검거했다”며 “보는 순간 ‘반갑다’는 생각부터 들었다”고 회상했다.

“결국은 잡힌다” ‘골드바 환전’ 보이스피싱 일당 검거한 유석희 경사 [붙잡을 결심]
[강북경찰서 제공]

7년째 보이스피싱 수사를 해오고 있는 유 경사는 국내에서 보이스피싱 범죄가 나날이 지능화되고, 그 규모 역시 커지는 추세를 실감하고 있다. 유 경사는 “보이스피싱 범죄에서 10대를 감시책으로 이용하는 사례는 종종 봤지만, 수거책으로까지 이용한 건 처음 보는 사례”라며 “이번 사건의 경우 10대 본인들도 범죄에 가담한다는 인식이 명확히 있었고, 수거책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오면서 과거에도 조사를 수차례 받은 전력이 있어 법원에서도 재범 우려가 높다고 보고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고 했다.

과거엔 보이스피싱 조직 일당 대부분이 외국인이었던과 달리, 최근엔 한국인이 연루된 사례가 많아지기도 했다. 유 경사는 “금융기관을 사칭하면서 말투가 어눌하면 피해자들이 잘 속지 않기 때문에, 한국인을 쓴다”며 “1차 사기 과정에선 한국인을 쓰고, 2차나 3차로 넘어가 범죄금을 빼돌리는 과정에선 중국인 등 외국인이 개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결국은 잡힌다” ‘골드바 환전’ 보이스피싱 일당 검거한 유석희 경사 [붙잡을 결심]
강북경찰서 지능팀. [강북경찰서 제공]

이처럼 보이스피싱이 고도화되고 있지만 ‘결국은 잡힌다’는 것이 유 경사의 단언이다. 이번 사건에서 해외로 돈을 보내는 역할을 맡은 4차 송금책의 경우, CCTV가 없는 한 뚝방길에서 돈을 주고 받았다. 그러나 그 역시 앞서 검거한 피의자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추적과 미행을 벌인 끝에 결국 체포됐다. 유 경사는 “차량 2대를 동원해 미행했는데, 교통이 복잡한 서울에선 미행도 쉽지 않아 한 대는 뒤처지는 바람에 더욱 긴박했던 순간”이라고 했다.

유 경사는 “일선 서뿐 아니라 경찰청 단위로도 보이스피싱 범죄를 심각하게 보고, 관련 조직들의 계보까지 확보하고 있으며 해외 현지에서도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며 “골드바 환전과 관련해서도 나머지 일당을 추적 중이며, 범죄 정황은 어떻게든 잡히게 되어있기 때문에 자수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