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브라질 내 창고형 마트 매장에서 속옷만 입고 쇼핑에 나선 흑인 여배우의 영상이 공개됐다. 문제의 매장은 과거 흑인 남성이 경비원에게 폭행당해 숨진 ‘카르푸’ 그룹 계열 매장이다. 이 여성이 온 몸에 글씨를 쓴 채 이같은 행동을 하게 된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10일(현지시간) 브라질 매체 G1에 따르면 지난 7일 파라나주 주도인 쿠리치바의 창고형 매장인 아타카당에서 한 직원이 흑인 여성을 따라다니며 감시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해당 여성은 브라질 지역 배우이자 강사인 이사베우 올리베이라(43)로, 그는 가족과 함께 부활 주간 먹거리 등을 사기 위해 마트를 들렀다가 ‘잠재적 절도범 취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경비원으로 보이는 남성이 시야에 들어왔다"며 "수상하게 생각해 쳐다보면 딴청을 피웠지만, 내가 자리를 옮길 때마다 다시 쫓아왔다"고 현지 매체에 전했다.
올리베이라는 경비원 남성에게 "내가 가게에 어떤 위해를 가했는지" 물었지만, 남성은 그런 일 없다는 취지로 부인했다고 한다. 이에 올리베이라는 해당 매장 측에 경비원의 행동으로 겪게 된 불쾌함에 대해 항의했지만, 업체는 경비원의 접근이 부당하다는 증거가 없다고 응답했다.
배경을 모르면 올리베이라의 과민 반응으로 보일 수 있는 이 행동은 몇년 전 벌어졌던 흑인 사망 사건을 알아야 이해하기 쉽다. 지난 2020년 브라질에서는 히우그란지두술 주도인 포르투알레그리에서 흑인 남성이 카르푸 측 경비원에 폭행당해 숨졌다. 당시 브라질 시민들은 이에 격분해 일부 도시 카르푸 매장 시설을 파손하며 과격 시위도 벌였다.
결국 올리베이라가 속옷 차림으로 재차 매장을 찾은 건 인종 차별에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그는 속옷만 입은 채 온 몸에 '나는 위험인물'이라는 취지의 문구를 적어 1인 시위를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매체 G1에 따르면 올리베이라를 분노케 한 매장은 프랑스 기업인 카르푸가 운영하는 대형마트 체인 중 한 곳이다.
올리베이라의 속옷 시위 이후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까지 나서 마트 경비원의 행위를 규탄했다. 룰라 대통령은 이날 3기 정부 출범 100일 연설 전 이 사건을 언급하며 "우리는 브라질에서 인종차별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차별을) 하고 싶으면 본국에서나 그렇게 하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