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국민연금 기금이 2055년 고갈된다는데 그럼 1990년생이 만 65세가 되는 시점부터 국민연금을 못 받는 거 아녜요?”
지난 31일 보건복지부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재정추위)가 5차 재정추계 결과를 통해 국민연금 기금 소진시점을 2055년으로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기금 소진시점은 3년 전 4차 재정계산 당시보다 2년이 빨라졌죠. 현재 제도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연금 기금 소진 후에도 국민연금을 현재처럼 지급하기 위해선 2050년 보험료율은 22.7%, 2060년엔 29.8%, 2080년에는 무려 34.9%에 달합니다.
'2055년 국민연금 기금 고갈' 소식에 MZ "못 받는 거 아냐?"
이 탓에 2055년 만 65세가 되는 1990년생들을 중심으로 ‘MZ세대’의 반발도 커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국민연금을 실컷 납부하고도 연금을 못 받는 것 아니냐’는 게 이들의 우려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실제로 연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는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가입 수급 연령 등의 제도개혁 없이 현행 제도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전제하에 전망한 것입니다. 물론 ‘연금개혁’을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로 내걸었던 현 정부의 연금개혁도 지지부진한 상태지만 어쨌든 이들이 연금을 받을 수 있게 제도를 변경할 수밖에 없습니다.
"납부한 연금보험료 수급권은 사유재산…지급명문화 검토 필요"
만에 하나 정말로 기금이 소진되더라도 정부는 세수 투입 등의 방법으로 국민연금을 지급할 수밖에 없습니다. 법적으로 보면 이미 ‘내가 낸 연금보험료의 수급권’은 사유재산이어서 소송을 하면 무조건 이기게 돼 있습니다. 다만 일각에선 국민연금법 등 관련 법에 국민연금 지급 내용을 포함하는 ‘지급 명문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존재합니다. 지급 보증이라는 문구를 넣으면 사람들이 심리적 안정을 얻을 수 있고, 국가도 지급을 잘해야겠다는 강제성을 조금 더 갖게 된다는 논리입니다.
정부가 월소득의 4.9% 보험료율이 필요하다고 추산한 2080년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금지출비율은 9.4%입니다. 이는 현재 유럽 국가들이 GDP의 10% 이상을 연금 지출로 사용하는 것과 비교하면 저조한 수준입니다. 이 때문에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등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2080년에 우리는 65세 이상 인구가 47.1%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정도 인구에게 GDP의 9.4%가 부담돼 연금을 지급하지 못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독일은 현재 연간 연금 지출의 4분의 1을 국고로 지원하는데 우리도 조세를 연금 지출에 지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평균 수명 20년 ↑…5년이면 됐던 지급기한 지금은 19년치 지급
다만 연금으로 인한 ‘세대 간 갈등’은 피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저출산·고령화로 어쨌든 ‘더 내고 덜 받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기 때문이죠. 게다가 평균 수명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지난 1970년 우리 국민 평균 수명은 62.3세였어요. 하지만 2021년 현재 83.6세로, 50년 전보다 20년을 더 살게 됐습니다. 수명이 늘어난다는 건 좋은 일이지만 국민연금 재정 부담 또한 늘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국민연금제도가 도입된 1988년에는 평균 수명이 70.7세여서 현재의 목표 수급 연령 65세 기준으로 5년 반만 연금을 지급하면 됐지만 지금은 이보다 19년치 연금을 더 줘야 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