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지금 무슨 책을 읽고 있을까? 갑자기 궁금해졌다. 궁금한 이유는 대통령의 생각이나 다음 행동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왜 그랬을까, 무슨 이유에서일까, 앞으로는 어떻게 해 나갈까. 누군가 읽고 있는 책을 보면 그 사람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지금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래서인지 지도자들은 종종 자신이 읽는 책을 세상에 알리기도 한다. 정치지도자들이 읽는 책을 공개하는 것이 단지 ‘나 책 읽는 사람이다.’는 식의 어필일 리는 없다. 자신이 읽는 책을 공개함으로써 추진하려는 정책을 우회적으로 드러내어 여론을 형성하기도 한다. 일종의 메신저 역할이다.
얼마 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유럽 출장을 떠나며 출국장에서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든 사진이 공개돼 화제였다. 한 장관은 페르시아전쟁에서 연합해 그리스문명을 지켜낸 아테네와 스파르타가 무려 27년간 전쟁을 펼쳐 그리스의 황금기를 붕괴시킨 기원전 5세기 전쟁에 왜 관심을 가졌을까. 한 장관이 기자들이 잔뜩 대기하고 있는 출국장에 위 책을 들고 온 것은 법무부 장관으로서 국민에게 모종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서가 아닐까. 유럽 출장을 통해 출입국·이민정책을 체험한 것이나 세계 법무부 장관 회의에서 “우크라이나의 무고한 시민의 곤경에 대해 결코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것 역시 위 책과 연관해서 다양한 해석을 불러일으켰다. 한 장관이 책을 일종의 메신저로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당선 전에 윤 대통령이 여러 번 언급한 책이 있다.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다. 2019년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의 국회 답변서에 자신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에 영향을 끼진 책으로 이 책을 꼽았다. 이후에도 대통령 예비후보 시절 인터뷰에서도 이 책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대선기간에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각 후보에게 물은 추천 책에서는 ‘선택할 자유’를 비롯한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대런 애스모글루의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를 꼽았다고 한다.
20대에 읽은 책으로 평생을 살아가려는 사람도 있다. ‘386’ 혹은 ‘586’이라 불렸던 사람 중에서도 대학시절 읽은 책만을 평생 공부의 전부로 여기는 이들이 있다. 절대 과거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혹은 못 하는 화석을 보는 느낌이다. 세상은 변한다. 끊임없이 공부도 해야 한다. 사업하는 사람도, 직장인이 자기계발을 함에서도, 그게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 지속해서 성장하기 위해서라도 그렇다. 끊임없이 책을 읽고 자기 생각을 되돌아봐야 한다. 하물며 국가 지도자야 오죽하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지금 윤 대통령이 읽고 있는 책은 무엇인가, 국가를 운영하기 전 ‘선택할 자유’라는 세상의 한 부분을 들여다봤다면 국가지도자의 경험을 더한 지금은 어떤 더 넓은 시야를 고민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때로는 고정적일 것만 같던 가치관도 변화한다. 밀턴 프리드먼의 책을 읽은 사람이 ‘진보와 빈곤’도 읽고, ‘정의론’과 같은 책을 읽어야 하는 것도 그런 이치다.
최근 윤 대통령이 참모회의에서 ‘반도체 삼국지’라는 책을 언급했다고 한다. 위 책을 읽지 않아 어떤 내용인지 모르지만 어쨌든 국민이 대통령의 관심사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 점에서 바람직해 보인다.
일본과의 외교, 노동시간 문제 등 이전 정권과는 방향이 다른 여러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이외에도 부동산 등 집값 문제, 코로나 이후 경제 문제, 저출산 문제, 북한과의 갈등, 연금개혁 등 윤 대통령에게 주어진 국정과제는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이렇게 복잡하고 때로는 갈등을 초래할 수 있는 과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대통령이 책을 메신저로 활용하면 어떨까. 누군가는 쇼라고 비판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나는 지지하겠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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