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15~17일 DSEI 방산전시회 개최…순항미사일·극초음속미사일 등 공개
일본, 영국·이탈리아와 6세대 전투기 ‘GCAP’ 공동개발 2035년 배치 합의
[헤럴드경제(도쿄)=신대원 기자] 일본의 방위산업이 꿈틀대고 있다.
지난 15~17일 도쿄 인근 치바 마쿠하리 멧세에서는 국제 방산전시회 ‘DSEI 일본 2023’이 열렸다.
일본 방위성과 외무성, 경제산업성, 일본방위장비공업회, 일본항공우주공업회 등이 후원으로 참여한 가운데 BAE시스템즈와 록히드마틴, 노스롭그루먼, 레오나르도, 이스라엘항공우주산업, 카타르 바르잔 홀딩스, 그리고 일본의 미쓰비시중공업과 가와사키중공업 등 66개국 178개 업체가 참가했다.
한국에서도 아이쓰리시스템과 담스테크 등 2개 업체가 참가했다.
DSEI 방산전시회는 영국에서 2년마다 열리는 대규모 방산전시회로 올해는 일본에서 개최됐다.
이른바 ‘방위장비 이전 3원칙’에 따라 무기 수출을 제한해온 일본에서 대규모 방산전시회를 연 것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방산전시회 내 마련된 일본관이 전면에 내세운 주제가 ‘여명’(曉·dawn breaks)이라는 점은 ‘방산대국’을 향한 일본의 의지를 고스란히 대변해주는 듯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전시회 기간 열린 방위장비에 관한 국제협력,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일본의 조치, 그리고 주일 미국대사관과 주일 미국상공회의소가 주최한 실행 가능하고 통합된 글로벌 방위 공급망 등을 주제로 한 다양한 컨퍼런스에서도 감지됐다.
일본은 전시회를 통해 장거리 스텔스 순항미사일, 극초음속미사일, 드론 대응 레이저시스템, 다목적기동헬기 UH-2, 16식 기동전투차(MCV) 등을 선보였다.
특히 일본이 영국, 이탈리아와 3국 공동개발하기로 합의한 6세대 전투기 ‘글로벌 전투항공 프로그램’(Global Combat Air Programme·GCAP)이 단연 눈길을 끌었다.
일본 미쓰비시중공업과 영국 BAE 시스템즈, 이탈리아 레오나르도가 참여하는 6세대 전투기 GCAP은 현재 최첨단 5세대 전투기를 뛰어넘는 스텔스 기능과 무인화, 인공지능(AI) 및 슈퍼컴퓨터급 항전장비 탑재 등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GCAP 공동개발에는 약 40조 원이 투입될 예정이며 일본과 영국, 이탈리아가 각각 4:4:2의 비율로 분담할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과 영국, 이탈리아는 DSEI 전시회가 열리던 16일 3국 국방장관회담을 갖고 2024년 기본설계, 2035년 배치를 목표로 6세대 전투기 GCAP을 공동개발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현재 한창 시험평가를 진행중인 한국형전투기 KF-21 보라매가 4.5세대로 분류된다는 점을 떠올리면 일본의 잠재력을 새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일본이 방산수출에 적극 나설 경우 ‘K-방산’과 경쟁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다만 일본의 방산에 대해 높아진 관심이 한국에 무조건 불리하지만은 않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전시회를 둘러본 국내 방산업계 관계자는 “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 앞선 일본이 방산수출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면 한국 입장에서는 동남아시아와 중동 등지에서 강력한 경쟁자가 생기게 될 것”이라면서도 “일본의 하이급 방산기술은 세계정상급이지만 중간허리가 약해 동남아와 중동국가들의 요구를 충족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전시회에 나온 일본 방산업체들은 대부분 대기업 중심으로 방산 생태계의 허리를 떠받힐 중소기업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역내에서 중국과 북한의 위협이 증대되는 가운데 일본의 안보와 방산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은 한국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정진 일본 쓰다주쿠대 교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등에 따른 한일, 한미일 안보협력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은 어렵겠지만 향후 어떤 식으로든 한일 양국의 방산협력도 시작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한일 방산협력은 물론 커지는 일본의 방산시장 진출을 위해 한국의 주요 방산기업들이 좀 더 일본에 대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