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SM 인수전’ 첫 관문의 승기는 하이브가 먼저 들어올렸다. 법원이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가 카카오와 SM의 현 경영진을 상대로 유상증자·전환사채 발행을 막아달라며 제기한 가처분 신청 사건에서 이 전 총괄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하이브는 이 전 총괄에게서 사들인 지분 14.8%에 더해, 풋옵션이 걸린 남은 지분 3.65%, 최근 갤럭시아에스엠에서 사들인 지분 1%를 합쳐 총 19.5% 가량의 지분을 확보하게 됐다. 애초 계획대로 공개매수엔 성공하진 못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일부 소액 주주가 하이브의 편에 섰다면 20% 안팎의 지분은 기대할 수 있다.
이수만·하이브 손 들어준 법원
안갯속이었던 ‘SM 인수전’은 3일 법원의 결정으로 서서히 선명해지고 있다. 법원이 이 전 총괄의 손을 들어준 것은 SM엔터테인먼트에 ‘긴급한 자금조달’의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서울동부지방법원 제21민사부(재판장 김유성)는 이날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SM을 상대로 제기한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 사건에서 이 전 총괄의 신청을 받아들여 SM의 신주 및 전환사채의 발행을 금지하는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이 전 총괄을 대리한 법무법인 화우는 법원의 가처분 인용 결정에 대해 “법원이 지극히 정당한 판단을 내렸다. 오늘 법원의 결정을 통해 SM 현 경영진의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 결정이 회사의 지배권에 영향을 미치려는 위법한 시도였음이 명확히 확인됐다”며 법원의 결정을 환영했다.
그러면서 “가처분 결정문에서 법원은 에스엠의 긴급한 자금조달의 필요성을 부정했다”며 “카카오와의 전략적 제휴에 대해서도 사업 전략의 수립 단계에 불과한 상태에서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배제하고 카카오에게 신주 및 전환사채를 발행해 약 2172억 규모의 자금을 조달할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법원은 SM의 신주 등의 발행 결정이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임박한 상태에서 카카오의 지분을 늘려 최대주주의 지배력을 약화하려는 목적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고 화우 측은 설명했다.
이어 “법원은 주주의 신주인수권은 단독주주권으로 보유주식수, 의결권 등의 유무를 불문하고 단독으로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할 수 있으며, 채권자(이수만 전 총괄)는 여전히 에스엠의 3.65% 지분을 보유한 주주로서 보전의 필요성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밝혔다.
화우는 “이번 결정으로 회사의 경영진이 임의로 회사의 지배력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사결정이 상법에 반하는 위법한 결정이라는 점이 명확히 확인됐다”며 “향후에도 SM 현 경영진의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를 통해 단호히 대응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이브도 입장을 밝혔다. 이날 하이브는 “SM의 최대주주로서 이번 재판부의 가처분 인용 결정을 존중한다”며 “이번 결정을 통해 SM의 현 경영진이 회사의 지배권에 영향을 미치려는 위법한 시도가 명확히 저지되고, 이제 모든 것이 제 자리를 찾아가게 될 것이다.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SM이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갖추고 주주 및 구성원, 아티스트의 권익을 최우선시하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복잡해진 카카오…어떤 선택 내릴까
법원의 결정으로 카카오의 셈법이 복잡해지게 됐다. 카카오는 이미 SM 현 경영진과 광범위한 분야에서 ‘전략적 사업 협력’ 관계를 맺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카카오는 “여러모로 불리한 상황에 놓였지만, SM을 쉽게 포기할 순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가처분 판단 이전 업계에선 카카오의 공개매수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그러나 가처분이 인용된 현재, 공개매수를 위해선 카카오의 금전 지출 규모가 더 커져버리게 됐다. 특히 카카오는 SM 지분 9.05%를 신주·전환사채로 9만원대에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 13~14만원에 SM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물론 카카오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 펀드와 싱가포르 투자청에서 들어온 9000억원 규모의 실탄을 장착하고 있으나, 지분율 0%에서 하이브를 상대하려면 상당한 출혈이 따라온다.
현재 업계 관측은 다양하다. 지난달 SM의 주주명부가 폐쇄된 상황에서 카카오는 지분을 가져도 이달 말 주총에선 의결권이 없다. 그런 이유로 카카오가 주주총회 전까지 지분을 화고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카카오 엔터테인먼트는 SM과의 사업협력계약 내용이 문제가 되자 “당사는 SM엔터테인먼트와 파트너십의 존속 자체를 위협하고 3사의 중장기 성장 방향성을 근본적으로 침해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더 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게 됐다”며 “기존 전략의 전면적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이에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카카오와 긴밀하게 협의해 필요한 모든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할 예정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카카오는 SM의 지분 확보가 경영권 목적은 아니며, 계약 내용 역시 ‘사업협력’이라는 것을 꾸준히 밝혀왔다. 이런 이유로 업계에선 카카오가 법원의 결정이후 SM을 포기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이브가 환영할 만한 이야기다. 앞서 박지원 하이브 CEO(최고경영자)는 지난달 21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카카오가 경영권에는 관심이 없다는 전제로 해당 사업적 제휴 내용이 SM에 도움이 된다면 우리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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