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좌제로 불법 감시·사찰 피해 입은 월북자 가족 사건

진실화해위 “명예회복 조치 취하라” 진실규명 결정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연좌제로 피해를 입은 월북자 가족에 대해 국가가 사과하고 명예회복 및 배·보상 조치를 취하라는 진실화해위원회의 권고가 나왔다.

제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23일 “헌법상 금지된 연좌제를 적용해 가족을 불법 감시‧사찰하고 직업 선택에 제한을 둔 것은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지난 14일 제52차 위원회에서 진실규명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이 사건은 A(1925년생)씨가 지난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 발발 후 행방불명되자 경북 울릉경찰서는 A씨가 월북했다고 보고 가족들에 대해 감시·사찰 활동을 한 사건이다.

진실화해위는 경찰이 A씨의 동생과 조카 등 가족들이 외항선을 타지 못하게 하는 하는 등 장기간 집중적으로 불법 감시·사찰을 했고, 이 과정에서 A씨의 모친(1905년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집안이 풍비박산 났다고 전했다. 헌법 제13조 제3항에 따라 금지된 ‘연좌제’를 월북 추정자의 가족들에게 적용해 가족들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앞서 A씨의 동생 B씨가 지난 2006년 1월 제 1기 진실화해위에 진실규명을 신청했지만 당시엔 근거 자료가 없어 각하 처리됐고, 이후 A씨의 조카이자 B씨의 아들인 신청인이 제 2기 진실화해위에 접수해 진실규명이 이뤄지게 됐다.

진실화해위는 1961년 포항경찰서 송라지서의 ‘경찰신원 조사서’, 1980년 경북경찰청 울릉경찰서의 ‘사실조사서’, 1978년과 1982년 포항지방해양수산청의 ‘선원수첩’ 등 새롭게 입수한 관련 문서와 신청인, 참고인 조사를 통해 진실을 규명했다고 전했다.

을릉경찰서 서면지서 경찰관으로 A씨 가족들에 대한 동향을 파악했던 김모씨의 2007년 진술서에는 “A가 가족들과 접선하는지 여부를 관찰했고, 경찰 상부에서 당시 비노출 관찰을 하도록 지시해 마을 정보원 또는 이웃 주민들을 이용해 가족 동향을 파악했다”고 돼있다. 김씨는 “A의 동생인 B가 배를 타고 을릉도 밖으로 나가 선원으로 일했으므로 B와 그 가족들을 주 관찰 대상으로 했으며 순찰일지 등에 순찰내지 점검사항을 기재해 1개월에 1번씩 울릉경찰서 보안과에 제출해 결재를 받았다”고도 진술했다.

B씨의 아내인 C씨는 진실화해위 조사에서 “(남편 B씨가) 매주 가족들의 행적을 경찰에 보고해야 했고, 마을을 벗어나 외지에 다녀올 때도 경찰에 행적을 보고하도록 강요당했다”며 “월북자 가족으로 낙인찍혀 동네 사람들이 피해 입을 것을 우려해 우리 가족들을 멀리했다”고 했다.

진실화해위는 “국가가 피해자들에게 연좌제를 적용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와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에 대해 사과하고 화해를 이루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며 “피해자들에 대해 명예회복과 배‧보상 등 합당한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한편, 진실화해위는 지난 1957년 수사기관의 고문·가혹행위에 의한 살인누명을 쓰고 징역형을 받은 고(故) 최모씨 사건에 대해서도 진실규명 결정을 내리고 국가가 사과할 것을 권고했다.

진실화해위는 “조사 결과 당시 수사와 재판 기록을 통해 3명의 피고인과 다수의 증인들이 이 사건 관련 각급 법원의 재판 과정에서 경찰과 검찰의 고문과 가혹행위, 자백 강요 등 위법행위가 있었다고 일관되고 구체적으로 증언한 점을 확인했다”며 “또한 사건 현장을 목격했다는 주점 여인이 위증죄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후, 경찰의 강압에 못 이겨 허위 증언을 했다고 언론에 폭로한 점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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