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관 앙상블 ‘레 벙 프랑세’ 5년 만에 내한 공연

프랑스의 바람이라는 뜻의 레 벙 프랑세 세계 최정상의 목관 앙상블로 유수 오케스트라에서 활동 중인 관악기 스타들이 함께 모였다. [마스트미디어 제공]
프랑스의 바람이라는 뜻의 레 벙 프랑세 세계 최정상의 목관 앙상블로 유수 오케스트라에서 활동 중인 관악기 스타들이 함께 모였다. [마스트미디어 제공]

“프랑스 음악의 특징과 매력이요? 빠른 답변을 찾는게 쉽지 않네요. 하지만 해보겠습니다!”

첫 질문은 프랑스 음악의 특징과 매력. 활자로 적혀온 답변에서도 폴 메이어의 고민이 묻어났다. 세계 최정상급 목관 앙상블 레 벙 프랑세를 이끄는 클라리넷 연주자다. 한국에서도 친숙한 이름이다. 2006년 서울시향 부지휘자로 임명돼 활동했기 때문이다.

생각을 정리하고 단어를 골라내 정의한 특징은 “색채와 유머감각이 풍부한 음악”이다.

“프랑스 음악엔 무수히 많은 감정이 담겨있어요. 하지만 결코 강하게 밀어붙이지 않아요. 얌전하고 단정하게 감정을 다루죠. 이건 소심함과는 달라요. 프랑스식 겸손함은 예의바름과 유머에 더 가까워요.” ‘레 벙 프랑세’라는 이름엔 많은 정체성이 담겼다. 앙상블이 만지는 악기, 연주자들의 국적, 음악적 정체성까지 안고 있다. ‘인간의 숨소리’로 빚어내는 목관 5중주, 프랑스 출신의 연주자로 구성돼, 프랑스 음악사를 중심으로 프랑스의 정신을 이어온 음악가들. 이름은 ‘프랑스의 바람’이라는 뜻을 안고 있다.

한국 방문은 무려 5년 만이다. 오랜만에 찾는 한국에서의 공연은 메이어에겐 더욱이 각별하다. 그는 “언제나 한국에 다시 돌아와 연주하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8년 내한 이후 팬데믹을 보낸 뒤 다시 찾는 한국 공연(3월 1일, 롯데콘서트홀)에선 레 벙 프랑세의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는 음악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프랑스 음악의 진보적인 발전을 추구한 6인조로 불리는 다리우스 미요와 풀랑크의 작품, 현존하는 프랑스 최고의 작곡가인 에릭 탕기의 신곡을 들려준다. “현대음악이지만, 전통 클래식에 가까운” 탕기의 음악은 “새로운 스타일의 변화를 보여주는 곡”이라는 설명이다.

레퍼토리 선정에서 최우선으로 염두하는 것은 “연주하고 싶은 호기심”이다. “어떠한 경우에서도 연주하는 우리들의 열정을 느끼지 못하는 곡들,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열정이 느껴지지 않는 곡들은 절대로 연주하거나 녹음하는 일은 없어요.”

레 벙 프랑세는 역사는 깊지만, 정확한 태동을 알기는 쉽지 않다. 콩쿠르 참가나 공연을 목적으로 한 단체도 아니었다. 2000년 초반 무렵 사라져가는 목관 실내악을 모아 EMI에서 음반으로 선보인 것을 이들의 시발점으로 볼 수 있다. 당시엔 레 벙 프랑세라는 단체명 대신 연주자들의 이름만 언급됐다.

단체에는 세계 최고 악단의 ‘관악기 스타’들이 모였다. 베를린필의 최연소 수석 플루티스트 타이틀을 안고 있는 에마누엘 파후드, 프랑스 최고 문화 훈장인 문화예술공로훈장을 받은 클라리네티스트 폴 메이어, 파리국립오페라의 수석 오보이스트로 입단했던 프랑수아 를뢰, 파리오페라극장의 수석 바수니스트 질베르 오댕이 주축이다. 여기에 호르니스트 라도반 블라트코비치, 프랑스 피아니즘을 이어가는 피아니스트 에릭 르 사주가 함께 하고 있다. 목관 5중주의 매력은 “각각의 악기가 고유한 소리를 낼 수 있는 범위가 다르다”는 데 있다. 메이어는 “목관악기라는 이름으로 같은 구성원에 속하지만, 모두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고 음역대의 플루트, 묵직한 호른, 고음의 오보에, 목관악기 중 가장 넓은 음역대를 가진 클라리넷이 조화를 만든다.

“목관 5중주는 인간의 목소리와 유사해요. 하나의 음악에, 베이스, 바리톤, 테너 역할을 하는 남자 목소리와 콘트라 알토, 소프라노 역할의 여자 목소리가 다 들어있는 것과 마찬가지죠. 이런 목소리들이 함께 어우러져 여러 색깔을 만들어내고 조화를 이루듯이 목관 앙상블도 여러 목소리들이 만들어내는 화합이에요. 각각의 악기가 내는 소리를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을 겁니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