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비엠 ‘시총 1위 굳히기’·포스코케미칼 ‘비상’
2차전지 소재주 중 양극재 주가 상승 가장 돋보여
소재공급 다변화·IRA 등 잇단 호재도 주가에 긍정적
中 CATL-포드 방식으로 중국업체 美 상륙 심화 변수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2차전지 소재주 주가가 연초부터 날개를 달고 비상하고 있다. ‘공동운명체’인 ‘빅(Big) 3’ 2차전지사(社)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SK이노베이션)의 완성차 업체향(向) 신규 수주 소식이 이어지면서 ‘4대 소재(양극재·음극재·분리막·전해액)’ 제조·공급 업체들의 입가에도 웃음이 그칠 날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3월부터 시행되는 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2차전지 소재주의 주가를 더 높은 곳으로 밀어 올리는 동력을 제공할 전망된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고 있는 소재 업체들이 국내 빅3 2차전지사에 대한 공급 확대는 물론, ‘탈(脫) 중국’이란 키워드 아래 공급망 재편에 나선 북미 시장 등에 대한 공략에 더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양극재 소재주株 주가 상승 가장 돋보여
17일 헤럴드경제가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을 활용해 2차전지 4대 소재 관련주 18개(코스피 9개사, 코스닥 9개사)의 올해 첫 거래일(1월 2일) 대비 전날 종가를 비교 분석한 결과 ‘양극재 소재주’ 5개사(LG화학·포스코케미칼·코스모신소재·에코프로비엠·엘앤에프)의 평균 주가 상승률이 35.8%로 가장 돋보였다.
이 기간 코스피(11.2%), 코스닥(16.9%) 지수 평균 상승률과 비교했을 때, 18개 기업 중 13개 기업의 주가 상승률이 양 지수 평균치를 웃돌며 연초 강세를 증명했다.
개별 기업 중에서는 에코프로비엠의 주가 상승률이 57.9%로 가장 높았다. 특히, 에코프로비엠은 연초 주가 급등세를 통해 양극재 ‘대장주’ 위치를 보여준 것은 물론,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자리까지 완전히 굳힌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시총 2위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치열한 선두 싸움을 벌이던 에코프로비엠은 올해 첫 거래일이던 지난달 2일 이후 빠른 속도로 격차를 벌렸고, 전날까지 시가총액 차이를 5조2718억원까지 늘렸다.
여기에 또 다른 양극재 대표주인 엘앤에프 역시 주가 급등세를 보였고, 2위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턱밑까지 쫓아와 호시탐탐 역전을 노리는 모양새다.
주가 상승률이 21.9%에 이르는 포스코케미칼 역시 주목할 만한 소재주다. 앞서 지난달 30일 삼성SDI와 10년간 40조원 규모의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던 포스코케미칼은 다음 달부터 가동하는 광양 3공장을 통해 제너럴모터스(GM)와 LG에너지솔루션이 합작 설립한 얼티엄셀즈에 하이니켈 양극재를 납품할 예정이다.
2차전지 소재 관련 ‘수직계열화’가 완성된 포스코홀딩스 계열사라는 점도 장점이다. 덕분에 포스코케미칼은 포스코홀딩스의 리튬 사업과 연계한 양극재 생산뿐만 아니라, 흑연 음극재도 생산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다음 달 본격 시행되는 IRA로 미국에서 음극재 탈중국 기조가 강화되면서 국내 소재 업체들의 계약 물량이 증가하고 판매 단가 역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2차전지 주요 소재인 북미산(産) 리튬을 대량 확보한 LG화학도 증권사들의 최우선 추천주(톱픽) 중 하나로 꼽힌다. LG화학은 이날 공시를 통해 미국 리튬광산 채굴·가공업체인 ‘피드먼트 리튬(Piedmont Lithium)’의 주식 109만6535주를 약 959억원에 취득한다고 밝혔다.
롯데케미칼이 인수하는 일진머티리얼즈 역시 관심을 끄는 소재주다. 2차전지 밸류체인을 구성하려는 롯데케미칼에겐 ‘화룡점정’과 같은 업체이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동박’ 세계 4위(점유율 13%) 업체인 일진머티리얼즈의 주식을 완전히 취득할 다음 달 31일이면 롯데케미칼이 4대 소재 모두를 자체 생산하는 그림이 완성된다”며 “실제 기업 결합 작업이 완료되는 시점을 전후해 주식이 추가적으로 상승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소재 공급 다변화·美 IRA, 2차전지 소재株엔 잇따를 호재
연초 전기차 시장 분위기가 경기 침체 우려로 침체될 수 있다는 당초 예상과 다른 점은 2차전지 소재주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으로 테슬라는 ‘가격 인하’란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신의 한 수’로 중국 시장 내 판매 부진을 한 번에 털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블룸버그 NEF는 테슬라의 올해 판매량이 전년보다 40% 증가할 것이라 내다봤다.
여기에 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완성차 업체들이 올해를 본격적인 전기차 생산·판매 원년으로 삼으려는 움직임도 북미 시장 확대에 공을 들여온 국내 2차전지 업계엔 희소식이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 12월 LG에너지솔루션이 북미 시장에서 기록한 2차전지 탑재량은 1.7기가와트시(GWh)로 전년 동월 대비 2배 이상 증가했고 삼성SDI·SK온도 각각 4배, 5배 늘었다”며 “국내 2차전지 업계에서 북미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증권업계는 2차전지 소재주의 상승세는 향후 2~3년간 이어질 것이라 본다. 기존 배터리 생산 업체뿐만 아니라 완성차 업체까지 배터리를 직접 생산하겠다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구성중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완성차와 배터리 제조사들이 소개 공급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며 “그동안 실적이 양호했던 소재주들은 수주 물량이 빠른 속도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실적이 가파르게 상승하며 밸류에이션 부담이 줄어든 것도 2차전지 소재주 주가가 추가로 상승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근거다. 예를 들어 에코프로비엠과 엘앤에프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각각 32.62배, 25.39배인 상황에 코스닥 지수의 PER 역시 26.29배로 비슷한 수준이다.
3월 본격 시행되는 IRA가 중국 업체를 향해 미국이 쌓아 올린 ‘만리장성’이란 점에서 국내 2차전지 소재주에는 확실한 호재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중국 배터리 제조업체 CATL이 포드와 협력하는 방식처럼 우회로를 통해 중국 2차전지 업체의 미국 상륙이 심화되는 상황은 변수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