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지난해 홈베이킹과 커피전문점을 휩쓸었던 ‘크로플(크루아상과 와플의 합성어)’ 열풍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크루아상이 누룽지나 붕어빵처럼 한국 음식에 결합되는 등 더욱 색다른 간식에 활용되면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베이커리 분야도 ‘모디슈머’…홈베이킹·에어프라이어 덕
이러한 인기는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떠오른 ‘모디슈머’ 트렌드가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모디슈머는 ‘수정하다(modify)’와 ‘소비자(consumer)’가 합쳐진 신조어로, 기존의 조리법을 취향에 맞게 바꿔서 새로운 음식을 만드는 소비자를 말한다. 모디슈머 트렌드는 특히 라면에서 두드러진다. 2013년 시작된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를 시초로, 최근에는 컵라면을 이용한 레시피가 인기를 끌고 있다.
반면 베이커리 분야에서는 등장이 쉽지 않았다. 라면 레시피만큼은 누구보다 ‘자신있는’ 한국인이지만, 가정에서 빵을 굽는 것은 사실 팬데믹(전염병의 전 세계적 대유행) 이전에는 흔치 않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홈베이킹의 확산과 베이킹이 손쉬워지는 에어프라이어 보급이 대중화되면서 이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누룽지·붕어빵 등 크루아상 생지 레시피 다양해져
크로플이 유행하면서 크루아상 생지를 구입해 집에서 크로플을 만들어 먹던 이들은 생지를 이용한 또다른 간식 레시피에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유럽의 크루아상으로 한국의 누룽지를 만들기도 한다. 크루아상을 납작하게 눌러 구운, 일명 ‘크룽지(크루아상+누룽지)’의 등장이다. 한국인의 창조적인 생각은 우리나라 길거리 간식인 붕어빵까지 닿았다. 어느덧 ‘크붕빵(크루아상+붕어빵)’도 탄생됐다. 바삭한 식감의 크루아상은 누룽지나 붕어빵과 맛이 잘 어울린다. 입소문을 탄 해당 레시피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화제를 모으는 중이다.
아무리 맛이 좋아도 MZ세대에게는 ‘간편성’이 필수 요소다. 크룽지나 크붕빵은 간단한 재료에 요리 난이도가 낮다. 새로운 식재료를 넣는 재미도 있다. 크룽지에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올려 먹거나, 크붕빵에는 팥앙금 외에 요즘 붕어빵에서 유행하는 슈크림이나 마롱잼(밤잼)을 넣는 레시피도 인기다.
이러한 트렌드는 레시피 콘텐츠 플랫폼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콘텐츠 커머스 플랫폼 우리의식탁이 지난해 11월 인스타그램에 올린 크룽지 레시피 콘텐츠는 조회수 약 154만회를 기록했으며, 이어 공개한 크붕빵 콘텐츠 역시 단기간에 7만회를 넘어섰다.
석종민 우리의식탁 매니저는 “한국인에게는 익숙한 메뉴를 색다르게 만들어 먹는 식문화가 발달돼 있다”며 “개성과 취향에 따라 요리를 해체하고 새롭게 만드는 것을 좋아하며, 또 잘한다”고 말했다.
크루아상 냉동생지 구입도 꾸준히 늘고 있다. 2020년 크루아상 생지 판매를 시작한 장보기 앱 마켓컬리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에도 일평균 500~600개가 판매되면서 현재 상품 가짓수를 10종류로 늘렸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크루아상은 집에서 만들기가 쉽지 않은 빵이었으나, 최근에는 냉동생지를 구매해 에어프라이어나 오븐 등으로 간단히 구울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크루아상 생지는 크로플을 비롯해 샌드위치, 피자빵, 앙버터, 꽈배기, 프렌치 파이 등 그 활용법이 매우 다양해 소비자의 높은 선호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