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인하가 기회” vs “마진 압박”…테슬라 ‘갑론을박’
애플, 작년 10~12월은 한파 ‘공감대’…올해 1~3월은 의견 갈려
TSMC 앞날은 밝다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설 연휴에도 ‘서학개미(소액 해외 주식 개인투자자)’들은 쉴 틈이 없다. 음력과 설날과 전혀 관련이 없는 미국 증시는 평소와 똑같이 운영되기 때문이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메리츠증권·신한투자증권·대신증권 등 국내 증권사들도 설 연휴기간인 23~24일 해외주식 거래를 위한 해외주식 데스크를 24시간 운영하며 서학개미들의 원활한 온-오프라인 거래를 돕는다는 방침이다.
설 연휴에도 서학개미 매수 ‘3대장’ 종목에 대해 활발하게 거래를 이어갈 전망이다.
주목할 점은 올들어 TSMC가 기존 3대장 목록에 이름을 올렸던 엔비디아를 밀어냈다는 점이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지난 19일까지 테슬라는 약 2억8699만달러(약 3541억원) 규모의 순매수결제액을 기록하며 서학개미들의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종목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제외한 종목만 봤을 때 애플이 2위(약 6107만달러·754억원), TSMC가 3위(약 5166만달러·637억원)에 올랐다.
그렇다면 향후 이들 3대장 주식을 거래할 때 주목해야할 점은 무엇일까?
“가격 인하가 기회” vs “마진 압박”…테슬라 ‘갑론을박’
사상 최악 수준의 판매부진을 겪고 있는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 주가에 대한 전망은 전문가들 사이에선 크게 엇갈리는 모양새다. 특히, 중국을 비롯해 전 세계 주요 시장에서 일제히 단행한 할인 정책의 효과에 대해서도 평가가 확연히 갈린다.
국내 증권가에선 테슬라 주가가 곧 상승 흐름을 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수요 둔화는 이미 주가에 반영된 상황 속에 전기차 수요는 올해 전년 동기 30%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고,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테슬라가 가격 인하에도 흑자 기조와 현금 창출을 유지할 것이다. 경기 둔화는 테슬라에 부정적이지만 경쟁사에는 더 부정적이고, 오히려 중장기 측면에서는 시장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제프리와 글드만삭스는 테슬라가 가격 인하를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경쟁사 대비 우위에 있다며, 수익이 감소하겠지만 그만큼 더 강한 수요를 확보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테슬라의 전기차 가격 인하로 경쟁사인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번스타인과 웰스파고는 테슬라의 가격 인하 정책 이후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를 각각 4.96달러에서 3.80달러, 3.80달러에서 2.90달러로 대폭 내려 잡았다. 콜린 란간 웰스파고 애널리스트는 “가격 인하가 전기차 판매 증가로 이어지겠지만 가격 하락에 따른 이익 마진 압박을 뛰어넘기에는 긍정적인 요소가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씨티그룹 역시 목표 주가를 기존 176달러에서 140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이 밖에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관련한 발언·사법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점도 계속 주시해야 할 사항이다.
애플, 작년 10~12월은 한파 ‘공감대’…올해 1~3월은 갈려
전문가들은 다음달 2일 발표되는 애플의 회계 1분기(12월말 마감) 매출이 시장 예상치를 하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 목소리로 평가한다.
JP모건은 분석가 새믹 채터지는 애플의 회계 1분기 매출 예상액으로 1206억달러를 제시했다. 전년 동기(1239억달러) 대비 2.7%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말 폭스콘 공장의 생산 차질에서 발생한 공급 문제가 수요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채터지 분석가는 애플의 목표 가격은 종전 190달러에서 180달러로 낮췄다. 그는 “최근 애플의 배송 상황에 주목하고 애플 아이폰과 애플 와치에서 제품 사이클의 순풍이 사라지기 시작했으며 수요 동인 모멘텀도 줄고 있다”며 “아이폰의 올해 판매 추정치 역시 종전 2억4400만대에서 2억4200만대로 하향 조정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올해 3월말로 마감되는 회계 2분기에 대한 전망 만큼은 엇갈린다.
채터지 분석가는 “애플이 연간 매출 성장을 회복할만한 공급과 수요에 대한 확신이 없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에버코어ISI의 아밋 다리야나니 애널리스트는 “회계 2분기 가이던스가 현재 컨센서스 추정치보다 약 5% 앞설 것”이라며 이번 실적 발표 전에 애플 주식을 매수할 것을 추천했다. 그는 애플의 목표 주가를 190달러로 조정하고 투자의견을 ‘시장수익률 초과(아웃퍼폼)’으로 유지했다.
TSMC 앞날은 밝다
TSMC 주가에 대해선 긍정적인 전망이 주를 이룬다.
TSMC는 대만 증시에 상장돼 있다. 대만 증시는 ‘춘제(중국의 설)’ 연휴를 맞아 18~27일 휴장한다. 다만, 미국 뉴욕거래소에는 미국 예탁 증권(ADR)이 상장돼 있다.
골드만삭스의 다이키 타카야마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에게 아시아 지역 기술주가 유망하다고 소개하면서 TSMC를 그중 최고로 꼽았다. 타가야마 애널리스트는 “장기적으로 성장 중인 5G·인공지능(AI)·고성능 컴퓨팅·전기차 관련 분야에 대한 TSMC의 기술적 리더십을 생각한다면 업계 경쟁자들보다 더 높은 곳에 위치할 가능성이 높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목표 주가는 현재보다 20% 이상 높은 수준으로 제시했다.
전문가들이 반도체 업계 전반에 걸쳐 벌어지고 있는 수요 둔화로 인한 재고 문제가 하반기엔 해소될 것이라 한목소리로 예측하고, TSMC가 삼성전자 등 글로벌 경쟁자들을 제치고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부문 점유율을 지속적으로 높여가고 있는 점도 호재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