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이자 감당못해 집 빼는데
다주택자, 임대사업자 퇴거대출 어려워
“보증금 내주고싶다…경매까지 가야하나”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지방에서 다세대 주택 임대업을 하고 있는 김모 씨는 최근 전세금 반환을 요구한 세입자에게 보증금 내주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전세대출 이자가 올라 세입자가 월세로 옮긴다며 보증금 반환을 요청했으나, 현금을 마련할 방도가 마땅치않았기 때문이다. 통상 이런 경우 전세보증금반환대출을 이용하면 되지만, 임대사업자인 김 씨에게는 이조차도 ‘그림의 떡’이다. 김 씨는 “결국 돈을 못구하면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데 당장 돈이 필요한 세입자도 피해를 입는게 아닌가”라고 토로했다.
올 들어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 누적 하락률이 6%까지 치솟는 등 전세가격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세입자가 전세 보증금을 받지 못하는 ‘깡통전세’ 문제가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작 집주인들은 “보증금을 주고싶은데 돈을 구할 곳이 없다”며 호소하고 있다.
물론 보증금 마련이 여의치 않을 경우 전세보증금반환대출(퇴거 대출) 제도를 이용하면 된다. 이 대출은 주택담보대출 중 한 종류로 분류되지만,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반환할 목적으로만 사용해야 한다. 최근 금리 상승기에도 시중은행 전세보증금반환대출 상품은 4%대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 아파트의 경우 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LTV)이 70%까지, 기타 주택(단독, 다세대, 연립)은 65%까지다. 여기에 개인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따라 한도가 결정된다.
문제는 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조건 자체가 까다롭다는 점이다.
우선 다주택자의 경우 투기지구와 투기과열지구, 조정지역 대상까지 해당 대출을 받을 수 없다. 비규제지역이라면 원칙적으로는 전세퇴거대출이 가능하나, 최근 집값 하락세가 가팔라지면서 저가 다세대 빌라의 경우 시중은행에서 퇴거대출을 거절당하는 사례가 심심치않게 등장하고 있다.
등록 임대사업자는 퇴거자금 대출 자체가 막혔다. 임대사업자로 등록을 하면 시중은행 전세퇴거자금 대출 자체가 되지 않아 그간 임대사업자들은 농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 상품을 활용해왔다. 상호금융업감독규정에 따르면 주택임대사업자나 주택매매사업자의 사업 영위 목적 신규대출은 취급할 수 없지만 ‘2020년 6월30일까지 구입한 주택을 담보로 한 임차보증금 반환목적의 주택담보대출은 예외’로 뒀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 8월에 이 규정이 삭제되면서 이제 상호금융에서조차 임대사업자의 퇴거대출 이용이 어려워졌다. 상호금융업계 관계자는 “2020년 11월29일까지 구입한 주택에 한해 대환으로만 대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임대인이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을 경우 임차인은 보증금 반환소송을 청구할 수 있다. 소송상 지연이자는 채무자의 이행을 촉진하는 벌금과 유사한 형태로 지급된다. 이에 따라 소송이 제기된 날부터 판결 선고가 나오기 전까지는 원금에 연 5%의 이자를 부과하게 되고, 판결 선고 이후에는 상환 날까지 연 12% 이자를 적용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