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왕 지역 국경서 양국 군대 충돌
국경선에 각 6만명, 최신무기로 대치
중국 부상에, 인도 국방력 확대로 견제
체급차이, 예산 부족...인도 억지력 확보는 '난망'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중국과 인도가 최근 국경에서 인명 피해가 나온 충돌을 벌였다. 이번 사태는 인도와 중국이 2020년 이른바 ‘몽둥이 싸움’ 이후 최대 규모의 충돌이다. 세계 인구 1, 2위국이자 핵보유국인 양국의 군사 분쟁이 확산될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도 ANI통신에 따르면 지난 9일 인도 동북부 아루나찰프라데시 주 타왕지역 국경에서 인도와 중국의 군인들이 육탄전을 벌여 양측에서 골절상 등 경미한 부상자가 발생했다. 양측은 즉시 해당 지역에서 철수해 더 큰 충돌로 번지는 것을 막았다.
이번 충돌은 300~400명의 중국군이 양측을 나누는 실질통제선(LAC)으로 접근하자 인도군이 강하게 막아서면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아루나찰프라데시 주의 약 9만㎢를 ‘짱난(藏南)’으로 부르며 영유권을 주장하며 이곳을 실효 지배하고 있는 인도 측과 대립해 왔다.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사실 이번 충돌은 예상됐던 결과다. 동부 라다크 지역에서 인도군과 중국군은 경쟁적으로 군 관련 시설을 건설하는 등 국경지역에서 긴장이 고조돼 왔다. 중국이 이 지역에 헬리콥터 이착륙장과 비행장, 도로를 건설하자 인도 역시 군인들을 위한 모듈식 대피소와 후방 예비군을 위한 집결지, 탄약고와 비행장 등의 건설에 나섰기 때문이다. 양측은 라다크 내 갈완 계곡과 판공초 등에 각각 6만명 이상의 병력과 최신 무기들을 배치하고 있다.
英 식민지 시절 그어놓은 국경선이 문제
인도 북부와 동북부 지역은 지난 1960년대부터 중국과 인도가 국경분쟁을 벌여온 곳이다. 식민지 지배 시절 영국이 그어놓은 국경선이 분명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1962년 결국 양국은 한달에 걸친 전쟁을 치렀지만 국경을 확정하지 못하고 3488㎞에 이르는 LAC를 사실상 국경으로 삼고 있지만 양측 모두 이를 공식적인 국경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인도 북동부 아루나찰프라데시주의 약 9만㎢의 땅이 자신의 영토라고 주장하는 반면 인도는 라다크 지역이 포함된 카슈미르 악사이친 3만8000㎦의 땅을 중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분쟁이 군사적 충돌로 번진 것은 지난 2017년 중국 기술자들이 부탄-인도-중국 간 국경 분쟁지역을 관통하는 도로 건설에 나서면서다. 시킴 주 동쪽의 도카라에서 중국과 인도 군인들이 싸움을 벌였고 이는 73일간 이어졌다. 당시 국경 인근 지역에서 무기 사용이 금지됐던 터라 양국은 서로에게 돌을 던지며 대치했다.
지난 2020년에는 라다크 국경지대에서 몽둥이를 들고 몸싸움을 벌이다가 인도군 20명과 중국군 4명이 숨지기도 했다. 이후 양국 군대는 지난 9월 히말라야산맥 서부 분쟁지역에서 철수하기로 합의했지만 인도 측은 중국이 합의를 지키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인도-미국 합동군사훈련, 중국 압박...中 “합의 위반” 반발
이번 충돌은 인도가 미국과 손잡고 합동 군사 훈련을 진행하며 중국을 압박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기존 충돌보다 긴장도가 높다. 인도군은 미국군과 지난달 중순부터 이달초까지 인도 북부 우타라칸드리주 아우리에서 합동 군사훈련을 진행했다. 아우리는 인도와 중국의 LAC에서 불과 100㎞ 밖에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있다.
중국은 양국의 군사 훈련이 중국과 인도 간 합의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반발했고 엘리자베스 존스 인도 주재 미국대사는 “중국이 상관할 바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인도 정부는 2020년 충돌 이후 중국을 인도의 실질적인 위협으로 인식하고 군비 증강에 나섰다. 우선 전통적인 라이벌인 파키스탄과의 국경을 따라 배치됐던 6개 사단을 북부 라다크에 재배치하며 중국을 견제했다.
드루바 자이샨카르 옵저버연구재단아메리카의 전무이사는 “인도 정부 내에서 중국의 군사력은 외교적 합의만으로 관리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印, 세계 3위 국방비 지출국…방산에서 ‘메이드 인 인디아’ 추구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인도의 국방비 지출은 2011년 496억달러에서 지난해 766억달러로 10년 새 50% 증가했다. 이 기간 인도는 러시아와 영국을 제치고 세계 3위의 국방비 지출 국가에 올라섰다.
특히 인도는 방산 산업의 내재화를 위해 ‘메이드 인 인디아(Made in India)’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러시아 무기에 대한 높은 의존도에 대해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테자스 경전투기를 생산하는 힌두스탄항공(HAL)과 초음속 순항미사일을 만드는 러시아-인도 합작 브라모스와 같은 공공 기업에 이어 민간기업도 방산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모디 총리는 지난 9월 인도 최초의 국산 항공모함 INS 비크란트 호의 취역식에서 “이 항공모함은 인도 고유의 잠재력의 상징”이라고 치켜세웠다. 비크란트의 부품 4분의 3은 인도 자체적으로 생산됐다.
아니트 무커지 싱가포르 라자라트남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인도 정계에서는 다른 강대국에 의존하는 것이 전략적 자율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전했다.
다만 인도 정부의 군비 확장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도가 중국에 대해 충분한 억지력을 가질 정도로 국방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도 전체 병력은 146만명으로 중국의 203만여명에 크게 뒤처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항공기는 856대로 중국(2801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해군 함정 역시 45척으로 중국(145척)의 3분의 1 이하 수준이다.
충분치 않은 예산도 문제다. 인도 국방 예산 3분의 2 이상이 군인에 대한 급여에 사용되는 등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도 정부는 지난 6월 35년 기간의 기존 모병제를 4년 단기 복무제로 개편하는 ‘아그니패스(불의 길)’ 프로그램을 시행했지만 대규모 실업난을 우려한 반대 시위를 불러왔다.
마노즈 조시 옵저버리서치재단 연구원은 “근본적으로 중국은 미국을 경쟁 상대로 군사력을 키워왔고 이는 인도가 따라갈 수 없는 군사 역량을 제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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