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건설현장, 일찌감치 “공사 중단”
대처 능력 부족해 고스란히 피해 입어
둔촌주공 등 대형 건설현장도 피해 누적
정부, 28일 오후 화물연대와 첫 면담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주말을 앞두고 레미콘 업체로부터 일방적으로 ‘총파업 때문에 보내줄 레미콘이 없다. 12월 초에나 다시 보내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콘크리트 타설은 여러 공정이 동시에 이뤄져야 하는데, 작은 사업장은 꼼짝 없이 손을 놓게 생겼습니다.”
경기 양평에서 전원주택 단지를 시공 중인 한 소형 건설사는 지난 25일 레미콘 업체로부터 타설 작업이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안전운임제 영구화와 품목 확대를 요구하는 화물연대의 무기한 총파업 탓에 현장에 보낼 레미콘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뒤늦게 다른 사업장에 연락했지만,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특히 소규모 사업장인 탓에 건설 자재를 비축해놓을 수도 없었고, 콘크리트의 경우 레미콘 없이는 사실상 작업 진행이 불가능한 탓에 결국 착공 일주일여만에 공사를 중단할 수밖에 없게 됐다.
건설사 관계자는 “소규모 건설 현장은 이런 상황에 대응하는 게 너무 힘들다. 대형 건설사들은 미리 준비해놨다고 하는데, 우리는 당장 비축해놓은 시멘트조차 없는 상황”이라며 “지난 현장에서도 레미콘 파업 때문에 고생했는데, 현장마다 이런 식이면 큰 적자가 불가피하다”라고 말했다.
지난 25일부터 화물연대의 총파업이 계속되며 전국 건설현장이 ‘셧다운’ 위기에 놓였다. 특히 대처 능력이 부족한 소규모 건설현장에서는 피해가 더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비축 자재와 공정 조정으로 버티는 대형 건설 현장과 달리 일찌감치 공사중단을 선언한 곳도 늘고 있다.
화물연대의 총파업 예고에 일찌감치 자재 등을 비축한 대형 건설현장과 달리, 소형 건설현장에서는 주말부터 자재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모양새다. 경기 파주의 한 소형 건설현장은 지난 26일 예정됐던 골조 자재가 도착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공사 중단을 선언했다. 건설사 관계자는 “인부들에게 다음 주에도 공사가 없을 것이라 통보했고, 이제 건축주와 피해 상황을 다시 계산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라며 “중소 건설사와 건축주에게는 이번 파업 피해가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라고 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주말이 지나면 자재 대란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2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 기준 전국 12개 항만의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6929TEU로, 평소(3만6655TEU) 대비 19% 수준으로 크게 감소했다. 특히 국토부는 “시멘트 운송 차질로 레미콘 품귀현상이 발생하면서 콘크리트 타설 공정에 지장이 생겨 타격을 입는 건설현장이 발생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대형 건설현장의 경우에는 국내 최대 규모 재건축 단지인 둔촌주공이 가장 먼저 공사 중단 사태를 맞았다. 하루 평균 120대가 넘는 레미콘이 현장에 투입돼야 하는데, 총파업이 시작되면서 레미콘이 한 대도 현장에 투입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콘크리트 타설을 위해 시멘트를 공급해야 하는 저장소도 물류가 막히면서 개점휴업 상태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전날 출하가 예정된 20만톤 가운데 2만톤만 출하가 이뤄졌다. 수도권 주요 출하 기지에선 출하가 아예 중단됐다.
정부는 오는 2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화물연대와 총파업 후 첫 면담을 갖고 운송복귀를 위한 본격적인 협상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국토부는 “화물연대의 합리적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대화할 준비가 돼 있으며,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라며 “안전운임제 제도 개선과 관련해 화주, 운송사, 차주 간 협의체 등을 통해 제도 개선을 지속 논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