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과 기대감 속 무사고 거리응원

경찰·지자체 등 안전인력 1200여명

“보행로, 멈추지 말고 이동하세요”

펜스·통제 모습에 시민들 안전느껴

“핼러윈 때 이렇게 했으면” 탄식도

25일 월드컵 거리응원이 진행된 서울 광화문 광장 해치마당의 모습. 안내요원이 확성기를 들고 “보행로이니 이동하셔야 한다”고 반복해서 말하고 있다. 김희량 기자
25일 월드컵 거리응원이 진행된 서울 광화문 광장 해치마당의 모습. 안내요원이 확성기를 들고 “보행로이니 이동하셔야 한다”고 반복해서 말하고 있다. 김희량 기자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펜스가 잘 설치돼 있고 계속 보행 통제를 하니까 안심됐어요.”

2022 카타르 월드컵 첫 조별 예선경기 우루과이전이 진행된 25일 오후 10시께 서울 광화문광장에는 경찰 추산 2만6000명의 ‘붉은악마’들이 모여 거리응원에 나섰다. 광장에는 경찰을 포함한 안전관리 요원들의 긴장감과 시민들의 기대감이 공존한 가운데 응원전이 진행됐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당시보다 2~3배 늘어난 인력들의 통제와 응원 구역마다 확보된 보행로, 차량 통행로가 눈에 띄었다. 강화된 안전관리로 이날 행사는 무승부라는 경기 결과와 함께 큰 사고 없이 끝났다.

광화문역 인근과 메인 무대는 2~3m마다 안전요원이 배치돼 있었다. 5개 응원 구역들 주변 보행로에서는 안전요원들이 “여긴 통행로입니다. 이동해주세요”라고 안내하며 길에서 멈추는 시민이 없게 관리했다. 틈틈이 무대 진행자는 폐쇄 예정인 지하철역의 출구와, 버스 무정차 상황을 언급하며 안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메인무대 오른쪽으로는 119구급차량 등이 긴급히 움직일 수 있는 2차선 통행로가 확보돼 시민 접근이 완전히 차단됐다.

이날 행사에는 붉은악마 측 341명, 시·구 지자체 276명, 소방 62명, 의료지원반 6명, 경찰관 150명과 9중대·특공대 20명 등 총 1200여 명이 넘는 안전관리 인력들이 투입됐다. 정부청사 본관 앞에 마련된 메인무대에서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까지 걷는 동안, 종로구청(노란색)·서울시(파란색)·모범운전자회(주황색) 등 색을 달리한 안내요원들을 수시로 마주칠 수 있었다.

25일 오후 10시께 서울 광화문 광장에 마련된 응원 구역에서 시민들이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김희량 기자
25일 오후 10시께 서울 광화문 광장에 마련된 응원 구역에서 시민들이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김희량 기자

인근 경복궁역에서 이날 오후 7시께부터 교통안내에 나선 모범운전자회 택시기사 정일권(64) 씨는 신호등 앞에서 계속 머무르며 마음의 응원을 보탰다. 정씨는 “한 곳에만 서 있어야 해 춥긴 하지만 함성이 들려오면 한마음으로 응원할 것”이라고 웃었다.

덕분에 각 응원 공간에서는 수능을 끝낸 수험생, 친구, 가족, 연인 등이 주요 순간마다 환호와 탄식을 함께 쏟아내며 응원을 즐길 수 있었다. 경기 시작 전 애국가가 울려퍼질 때 시민들은 단체로 일어났다 크게 함성을 지르기도 했다. 광장에서 도보 10분 거리인 종로구 효자동에서 온 시민 윤임원(70) 씨는 “멀리서 응원하러 오는 분들도 있는 만큼 마음을 보태고 싶어 7시부터 나왔다”며 태극기를 들고 온 외국인들과 사진을 찍기도 했다.

과거 월드컵 거리응원에 비해 덜 붐빈다는 목소리도 있었다.친구들과 경기도에서 온 고등학교 3학년 김선재(18) 군은 “8년 전 월드컵 때는 누나 손을 잡고 왔다가 사람이 너무 많아 돌아갔다”고 기억했다. 그는 “공부만 하다가 10대의 마지막에 추억을 쌓고 싶어 왔다”면서 “부모님과 절대 몰리는 곳을 안 가겠다고 약속하고 왔다”고 했다. 실제로 김군 일행은 메인 응원 구역으로 들어가지 않고 뒤편에 서서 경기를 지켜봤다.

25일 우루과이전이 끝난 직후 지하철 광화문역 출구 앞에 경찰들이 서 있다. 김희량 기자
25일 우루과이전이 끝난 직후 지하철 광화문역 출구 앞에 경찰들이 서 있다. 김희량 기자

시민들은 안전통제 과정을 몸소 체감한다고 입을 모았다. 20대 시민 김한비 씨는 “이태원 참사가 발생해 거리응원을 올지 말지 고민했는데 경험해고픈 마음이 컸다”면서 “원래 사람이 좀 많아도 낑낑거리면서 들어갈 수 있었는데 오늘은 철저히 막더라”고 전했다.

20대 이준영 씨는 “추억을 쌓고 싶지만 거리응원 간다 자랑할 수는 없는 복잡한 마음으로 왔다. 눈에 보이는 경찰이나 펜스 숫자가 많은 것이 주는 안정감이 있다”고 말했다.

25일 월드컵 거리응원이 진행된 서울 광화문 광장 모습. 메인무대 오른쪽으로는 119구급차량 등이 긴급히 움직일 수 있는2차선 통행로가 확보돼 시민 접근이 완전히 차단됐다. 김희량 기자
25일 월드컵 거리응원이 진행된 서울 광화문 광장 모습. 메인무대 오른쪽으로는 119구급차량 등이 긴급히 움직일 수 있는2차선 통행로가 확보돼 시민 접근이 완전히 차단됐다. 김희량 기자

다만 당초 주최 측이 예상한 8000명 규모의 3배에 달하는 시민들이 모이면서 경기 시작 전후, 휴식 시간 일부 구역에서는 순간 인파 쏠림이 발생했다. 이에 경찰은 내리막길이 있는 해치마당을 폐쇄하고 경기종료 20여분 전부터 인력을 광화문역 근처에 집합시켰다. 출구마다 2명을 배치했던 경찰은 경기가 끝나자 6~7명이 막아서 한 사람씩 지하철로 내려갈 수 있게 유도했다. 또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인근 8개 따릉이(서울시 공공자전거) 대여소는 25일 오전 1시까지 임시 폐쇄됐다. 서울 용산·마포·중구·은평구청 등 지자체들은 안전사고 유의 문자를 보내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참사 후 강화된 안전 대응을 보며 이태원 참사를 언급하는 시민도 있었다. 경기가 끝난 후 이동하던 한 시민은 행렬에서 나와 “핼러윈 때 이렇게만 해 줬어도….”라는 말과 함께 광장을 한동안 바라보다 자리를 떠났다.


hop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