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비 대출 앞둔 조합들 “대출 이자 급등 비상”
금융권 PF 대출 중단에 우량사업장도 “도산 위기”
이자 부담에 “아파트 지어져도 조합원은 파산” 공포도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1. 서울 서초구의 한 가로주택정비사업조합은 최근 이주비 대출 문제를 두고 은행들과 마라톤 협상을 진행하느라 진땀을 뺐다. 일찍이 은행으로부터 제안서를 받아 협상을 진행 중이었는데, 최근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은행이 조건을 변경한 것이다. 조합은 결국 대출이자를 5.5% 이상으로 올리고 대출 규모 역시 감정가 대비 40% 수준으로 낮추는 조건에 합의하며 이주 일정을 겨우 지킬 수 있었다.
#2. 서울 용산구의 한 재건축 조합은 이주비 대출을 위해 최근 복수의 시중은행과 접촉했지만, “대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 답변을 들어야 했다. 대형 건설사의 보증이 있더라도 은행 방침상 부동산 집단대출이 제한된다는 것이었다. 다른 은행이 제시한 이자 역시 6%에 달하자 조합원 사이에서는 “아파트가 지어져도 조합원은 망하게 생겼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 레고랜드발 시중 자금의 경색까지 겹치자 알짜 사업지로 꼽히는 한강변 재건축 현장 마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은행들이 부실 위험이 높아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거부하면서 당장 이주를 앞둔 주민들의 대출이 막혔고, 이미 대출을 받은 주민들 역시 급등한 대출 이자를 감당하느라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2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시중은행들은 이주비 대출 연장이 필요한 정비사업 조합들에게 금리 인상을 통보했다. 최근 이주비 대출 연장 협상이 마무리된 서울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 통합 재건축(반포 래미안 원베일리) 조합은 가산금리 동결에 성공했지만,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대출 이자는 4.98%까지 올랐다.
한 조합 관계자는 “그나마 가산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시중은행들의 요구를 겨우 막은 결과”라며 “일부 은행이 가산금리 동결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협상이 지연되기도 했는데, 가산금리가 동결돼도 실제 대출을 받은 주민들은 2%대였던 이주비 대출 이자가 사실상 5%로 오르는 등 부담이 상당하다”라고 설명했다.
타 사업지 또한 상황이 비슷하다. 이주비 대출 협상이 한창인 경기 광명시의 한 주택재개발조합은 최근 은행으로부터 이주비 대출 이자를 추가로 올려야 한다는 통보를 받고 충격에 빠졌다. 그간 조합은 1.48%의 가산금리를 적용하는 안을 협상해왔는데, 은행 측이 최근 가산금리를 0.8%p 추가로 올려야 한다고 나선 것이다. 코픽스 금리를 합쳐 5%가 넘는 이주비 대출 이자가 예상되자 조합은 아예 재입찰에 나서는 방안까지 검토키로 했다.
최근에는 신협과 농협 등 상호금융이 아예 부동산 관련 대출을 중단하면서 재건축 현장의 위기감은 한층 커지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대출 걱정이 없었던 강남권 재건축 현장에서조차 대출이 어렵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정비업계에서는 “우량 사업장까지 줄도산할 수도 있다”는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강남권은 은행들이 앞다퉈 대출을 제안했던 곳인데, 최근 한 강남권 조합은 은행으로부터 ‘아파트 준공 후에도 전세가율이 매매가 대비 30% 수준인데 조합원들이 대출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얘기까지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추가적인 금리 인상과 부동산 경기 침체 탓에 대출이 이뤄진다 해도 그 이후가 걱정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