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남 핵위협 수위 높아지자 전술핵 재배치 재점화
美백악관,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에 “한국에 물어야”
전술핵, 테러집단 탈취 가능성·유지비용 등 부담 커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북한의 대남 핵위협 수위가 위험계선에 근접할 정도로 높아지면서 미국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론이 다시 점화됐다.
북한이 남측을 겨냥해 사상 첫 전술핵운용부대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7차 핵실험 채비를 마친 상황에서 핵 대응태세 및 핵 공격능력을 백방으로 강화하겠다고 공언한 데 따른 것이다.
전술핵 재배치는 핵에는 핵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에 뿌리를 두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11일 전술핵 재배치와 관련된 질문에 “대통령으로서 공개 입장을 표명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면서도 “한미 조야의 여러 의견을 경청하고 따져보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전까지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 제공 중심의 구상에서 다소 결이 달라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랐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 유지 입장을 밝히면서 전술핵 재배치에 사실상 부정적 입장을 보여 왔다.
정치 입문 초기 국민 안전이 위협받을 경우를 전제로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을 시사하기는 했지만 당내 경선 과정에서 한미 확장억제 강화를 통한 핵우산 신뢰도 제고를 강조하면서 경쟁후보로부터 입장을 번복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앞으로 상황 전개를 염두에 둔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달라진 게 없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전술핵 재배치 문제는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불거진 적이 있다. 지난 2017년 9월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 당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전술핵 재배치와 관련 “북핵문제가 위중하게 대두되기 때문에 모든 대안을 놓고 검토해보겠다”고 말해 논란을 야기했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내세우는 미국은 신중한 모습이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1일(현지시간)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관련 질문에 “우리의 목표는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비핵화”라면서 “동맹 사안과 관련한 한국의 입장과 바람은 한국 측이 밝히도록 두겠다”며 말을 아꼈다.
한반도에 전술핵을 재배치할 경우 북한을 비핵화의 길로 유도할 명분과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으로서는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는 실익보다 부담이 클 수 있다.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 방침을 견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강한 반발과 자칫 북핵 용인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술핵 재배치가 미국의 핵 정책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교소식통은 “미국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전략폭격기 등을 활용한 전략핵 중심의 핵 정책을 세우고 있다”며 “전술핵은 테러집단의 탈취 우려와 사고 위험성, 이에 따른 과도한 유지비용 등으로 인해 큰 비중을 두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과학기술과 재래식 무기체계의 발달로 전술핵의 효용성도 크게 떨어진 실정이다.
한국만 해도 현재 개발중인 ‘괴물 미사일’로 불리는 현무-5의 경우 사거리 300㎞를 기준으로 8~9t의 탄두 장착이 가능해 과거 웬만한 전술핵과 맞먹는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핵 없는 세상’을 표방한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상당수 전술핵을 폐기하면서 한반도에 재배치할만한 전술핵도 마땅치 않다.
미국의 전술핵은 핵지뢰나 핵배낭 등을 제외하면 올해 노후화된 B61을 대체해 실전배치한 신형 전술핵폭탄 B61-12 정도인데 최대 500여발을 배치할 것으로 알려져 미 본토와 기존 배치된 유럽을 제외하면 사실상 여분이 없다.
전략핵이든, 전술핵이든 핵 자체가 지닌 국제정치적 함의도 간단치 않다.
미국은 러시아와 전쟁중인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술핵 사용 여부에 대해서도 핵전쟁 확전을 바라지 않는다며 부정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